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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당신에게 6월 19일자 <중앙일보>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의 인터뷰 기사를 소개하고 싶다. (관련 기사 : [혜민 스님의 여운이 있는 만남]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국회의원은 경상도에서 나올 것")

여기서 당신이 주목해야 할 것은 튜더가 말하는 방식이다. 튜더는 사실상 논증 과제나 다름없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답변한다.

논증하듯 말하는 튜더의 답변 방식

영국 <이코노미스트> 전 서울특파원 다니엘 튜더 다니엘 튜더씨가 5일 서울 이태원 소재 자신의 가게에서 <오마이뉴스>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튜더씨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 이었고,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원제 : Korea : impossible Country)>의 저자이다.
▲ 영국 <이코노미스트> 전 서울특파원 다니엘 튜더 다니엘 튜더씨가 지난 2013년 8월 5일 서울 이태원 소재 자신의 가게에서 <오마이뉴스>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튜더씨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 이었고,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원제 : Korea : impossible Country)>의 저자이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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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 "한국이 좀 더 행복한 나라로 발전하려면 복지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복지 증진의 열쇠는 어떤 '프레임'을 통해 보느냐에 달렸다고 했는데요."

튜더 :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복지 지출이 10% 미만인 두 나라 중 하나입니다. 상당히 적은 수준이지요. 15%로 늘린다고 해도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기존에는 복지를 좌파와 우파 모두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짜로 주는 시혜'라는 관점으로 봤습니다. 그러니 잘못하면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사회적 지위 상승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분배 중심의 담론은 통하기 어렵습니다."

혜민 : "그렇다면 어떤 새로운 관점의 접근을 해야 할까요?"

튜더 : "제가 볼 때 복지는 정부가 국민에게 하는 '투자'입니다. 국민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투자를 하고 나중에 성공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지요. 실제로 <해리 포터>를 쓴 조앤 롤링의 경우 1990년대 초반 싱글맘으로서 정부 수당을 받아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 영국 복지제도에 '빚을 졌다'는 생각에 다른 나라로 이주하지 않고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며 영국에 살고 있습니다. 시혜적인 느낌을 주는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 같은 접근이 아니고 투자 중심의 프레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중앙일보> 기사 본문 중에서

튜더 앞엔 복지를 증진시킬 새로운 프레임의 제시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튜더는 순간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복지를 시혜에서 투자 중심의 프레임으로 바꿔야 한다. 이 주장 혹은 메시지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와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는 네 개의 덩어리를 떠올렸다.

첫 번째 통계. 복지 지출은 OECD 최하위 수준인 10% 미만이고 15%로 늘린다 해도 평균 이하다.

두 번째 국민 의식. 좌우를 막론하고 복지를 '공짜로 주는 시혜'라고 생각해 분배 중심의 담론은 통하기 어렵다.

세 번째 관점 전환. 정부가 먼저 투자를 하고 세금을 통해 돌려받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네 번째 실제 사례. <해리 포터>를 쓴 조앤 롤링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 싱글맘 시절 영국 복지제도에 '빚을 졌다'는 생각에 영국을 떠나지 않고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고 있다.

튜더는 하나의 메시지를 입증하기 위해 통계, 사실, 논리, 사례라는 네 개의 덩어리를 동원했다. 튜더는 평소 이 문제에 대해 확고한 주관과 관련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네 개의 덩어리를 금방 떠올렸고 그것을 이렇게 적절한 순서로 배열했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조앤 롤링의 사례는 튜더가 주장한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이는 데 화룡점정의 역할을 했다. 아마도 이 인터뷰 내용은 조앤 롤링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덩어리 글쓰기, 당신에게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

 덩어리 글쓰기는 논증에서만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다. 서사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당신에게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이다.
 덩어리 글쓰기는 논증에서만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다. 서사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당신에게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이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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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은 덤핑 상품을 취급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처음부터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다 글이 막혀서 이틀째 끙끙거리고 있다. 이제 덩어리 글쓰기로 방법을 바꿔보자.

먼저 당신이 이 보도자료를 쓰는 목적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 목적은 곧 이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사장님의 지시 내용, 내부 회의자료를 살펴본다. '이 인터넷 쇼핑몰이 기존의 쇼핑몰과 달리 어떤 편익을 주는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알린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근거와 이유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각종 자료를 뒤지고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요즘 경기침체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인터넷 검색으로 가격을 비교하며 해외 직구까지 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가격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값싼 제품을 원하지만 품질이 떨어지거나 하자가 있으면 안 된다. 예전엔 이런 물건을 발품을 팔아가며 샀다. 우리 인터넷 쇼핑몰은 이런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질 좋고 값싼 덤핑 상품을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메모 내용을 덩어리로 뭉쳐보니 덤핑 쇼핑몰 등장의 사회적 배경, 소비 경향, 기존 시장과의 차별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터넷을 뒤져보고 관련 내용을 찾아본다. '덤핑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똑똑한 소비활동'이라는 소비자 조사 전문기관의 통계가 하나 걸린다. 덤핑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사례 가운데 임팩트 있는 것을 하나 찾아달라고 CS(고객만족)팀에 요청한다.

이렇게 배경, 소비 경향, 차별성, 통계, 사례 다섯 개의 덩어리를 만들었다. 덩어리들을 어떻게 배열하는 것이 좋을까? 이렇게 저렇게 순서를 바꿔가며 읽어본다.

등장 배경이나 소비 경향부터 시작하면 임팩트가 떨어진다. 소비자들이 정확치는 않지만 대략 짐작하는 얘기 아닌가. 차별성이 좋겠다. 그동안 발품 팔아가며 찾아다녀야 했던 덤핑 가게들이 대부분 이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게 좋겠다.

소비자들에게 실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다음 문단에 사례를 등장시킨다. 한 소비자는 지난 프로모션 행사 때 30만 원대 6년근 고려홍삼진액을 1만3000원에, 1만 원짜리 길리안 초콜릿을 3400원에 구매해 홍삼은 부모님께, 초콜릿은 남자친구에게 선물한 경험을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다. 클릭 하나로 좋은 제품을 말도 안 될 만큼 싼 가격에 구매한 한 소비자의 성공 쇼핑 사례다.

다음 문단은 등장 배경과 소비 경향을 넣어 이것이 소비의 주류 패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마지막에 소비자 조사 전문기관의 통계를 넣으면 화룡점정이 된다. 문단과 문단 사이의 유기적 연결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 보도자료나 기사를 본 소비자들은 덩어리를 이렇게 나열하면 스스로 맥락을 구성하거나 이 가운데 흥미 있는 부분만 찾아서 볼 것이다.

논증이 아닌 서사에도 사용 가능한 방법

스티브 잡스 사망 애플이 창업주이자 전 CEO인 스티브 잡스가 2011년 10월 5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사진은 지난 2011년 6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 참석한 모습 잡스의 모습이다.
▲ 스티브 잡스 사망 스티브 잡스의 지난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 축사는 아직도 '명연설'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 2011년 6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 참석한 모습 잡스의 모습이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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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 글쓰기는 이렇게 논증적인 글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서사(이야기) 구조를 가진 글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인생을 시간의 순서에 맞춰 한 줄로 이어나가지 않고 세 개의 키워드로 나눠 그 아래 덩어리로 뭉쳤다. 인생의 연결점, 사랑과 상실, 죽음. '인생의 연결점' 덩어리 아래 입양, 자퇴, 서체교육, 매킨토시 개발의 일화를 모았다. '사랑과 상실' 덩어리 아래 애플 창업, 해고와 좌절, 넥스트와 픽사 창업, 애플 복귀의 에피소드를 모았다. '죽음' 덩어리 아래 좌우명, 췌장암, 수술과 회복의 순간들을 모았다.

덩어리를 어떻게 뭉쳐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은 패턴을 활용할 수 있다. 논리적 글쓰기는 대략 두 가지 경우로 수렴된다.

첫 번째는 새로운 주장을 펴거나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경우다. 기획과 제안의 패턴이다. 튜더의 인터뷰와 덤핑 쇼핑몰 보도자료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패턴은 주장(제안)-배경-현황-문제점-해결방안-기대효과의 경로를 밟는다.

두 번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 진행되고 있는 일의 경과 및 결과를 알리기 위한 경우다. 진단과 보고의 패턴이다. 이 패턴은 진단-현황-평가-시사점-대응책의 경로를 밟는다.

이 순서들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전할 내용을 이런 덩어리와 패턴을 활용해 뭉쳐내고 효과적으로 배열하는 것이다. 레고 블록처럼 말이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백승권 기자는 백승권의 실용글쓰기연구소(바로가기 클릭) 대표이자 동양미래대학 글쓰기 겸임교수입니다. 쓴 책으로는 <글쓰기가 처음입니다>(메디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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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보고서 보도자료 작성 교육, 일반인을 위한 자기소개서와 자전에세이 쓰기 워크숍을 진행하는 실용글쓰기 전문강사입니다. 동양미래대 겸임교수,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등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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