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여자 축구라지만 월드컵이라는 무대의 중압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월드컵 첫 승리, 첫 16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쓴 자랑스러운 우리 태극낭자들이 어느 경기보다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조직력의 차이를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2일 오전 5시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16강 프랑스와의 맞대결에서 0-3으로 완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너무 일찍 무너진 수비 라인

역시 프랑스는 조직적으로 잘 준비된 강팀이었다. 경기 시작 후 10분도 안 되어 3자 패스와 2:1 패스에 너무나 손쉽게 뚫려버렸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두 번째 경고를 받아 나오지 못한 수비수 황보람의 빈 자리가 느껴졌다.

4분, 프랑스 세 선수가 왼쪽 측면에서 만들어낸 3자 패스가 빛나며 매우 이른 시간에 선취골이 나왔다. '아빌리-블레우'를 거친 공이 골문 정면에 기다리고 있던 마리로르 들리를 빛냈다. 우리 수비수들은 공에만 시선이 빼앗기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프랑스는 4분 뒤에도 오른쪽 측면에서 매끄러운 2:1 패스로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간판 골잡이 르소메의 논스톱 연결을 받은 오른쪽 미드필더 엘로디 토미가 반 박자 빠른 왼발 슛을 재치있게 성공시켰다.

우리 태극낭자들은 의욕적인 전방 압박이 돋보였지만 공격권을 넘겨받았을 때 공간을 만드는 조직력이 거칠었다. 지소연 대신 이금민을 먼저 들여보내 키다리 골잡이 박은선과 나란히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주문했지만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안타까운 에이스, 지소연의 빈 자리

경기 내내 태극낭자를 대표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지소연의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상대 수비수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든든하게 공 소유권을 지켜내는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윤덕여 감독은 고민이 밀려왔지만 컨디션이 안 좋은 지소연을 끝내 부르지 못했다.

후반전 시작 후 단 2분만에 쐐기골을 내주며 역전승의 꿈까지 산산조각났다. 프랑스 간판 골잡이 르소메의 드리블 동작에 수비수 김도연이 너무 쉽게 뚫리고 말았다. 그녀의 깔끔한 패스를 받은 마리로르 들리는 선취골 순간처럼 왼발로 가볍게 차 넣었다.

이에 한국 벤치에서는 55분에 박은선을 빼고 유영아를 들여보내며 1골이라도 따라붙고자 안간힘을 썼다. 유영아는 75분에 우리 선수들이 이 경기에서 터뜨린 슛 중에서 가장 위력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을 골문 안으로 날려보냈다. 하지만 프랑스 골키퍼 부하디가 이 공을 왼쪽으로 몸을 날려 쳐내는 바람에 아쉬움을 남겼다.

이렇게 완승을 거둔 프랑스는 8강전에서 유럽의 맞수 강팀 독일과 만나게 되었고,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두 번째 도전만에 첫 승리(한국 2-1 스페인, 2015. 6. 18)를 따내며 16강 진출 기록을 만들어낸 윤덕여호는 아쉽게도 '닭치고 8강' 구호를 힘차게 외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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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FIFA 여자월드컵 16강 결과(22일 오전 5시,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

★ 한국 0-3 프랑스 [득점 : 마리로르 들리(4분,도움-블레우), 엘로디 토미(8분,도움-르소메), 마리로르 들리(47분,도움-르소메)]

◎ 한국 선수들
FW : 박은선(55분↔유영아)
AMF : 전가을, 이금민, 강유미(78분↔박희영)
DMF : 권하늘(60분↔이소담), 조소현
DF : 이은미(33분-경고), 심서연, 김도연, 김수연
GK : 김정미

◇ 16강전 다른 경기 결과
★ 호주 1-0 브라질
★ 중국 1-0 카메룬
★ 독일 4-1 스웨덴
축구 여자월드컵 닭치고 8강 태극낭자 윤덕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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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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