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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푸(노샴푸)' 체험 100일이 지났습니다. 사실 체험이라기보다 그냥 생활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습니다. 지난 2월에 샴푸를 끊기 시작했으니 이미 100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제가 원래부터 뭘 끊는 것을 잘 하는 편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끊기 힘들다는 담배를 끊은 지 15년이 지났고, 담배를 끊었던 때와 비슷한 시기부터 TV도 끊고 지내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 한 후로는 육류도 끊었습니다. 가끔씩은 밥도 끊는데 그간 총 단식 일수를 합하면 100일은 훨씬 넘을 것입니다.

나름 끊는 데는 자신이 있어서 인터넷에 올라 온 노샴푸 체험 기사를 읽고나서 '나도 노샴푸에 도전한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만, 한참 동안 잊고 지내다 지난 겨울 어느날 문득 기억이 되살아 났습니다. 다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노샴푸가 화제가 되고 난 후에 '노샴푸의 위험'을 지적하는 칼럼들이 많이 나왔더군요.

인터넷에는 노샴푸를 잘못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심하면 탈모까지 될 수 있다는 경고기사가 수두룩 하였습니다. 물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샴푸회사들의 지원을 받은 연구이거나 샴푸 회사의 광고를 받은 기사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 기사들 때문에 포기할 까닭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노푸가 분명히 효과가 있거나 적어도 샴푸를 안 써도 아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샴푸의 위험을 경고하는 기사들에서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처럼 정말 노샴푸가 두피를 손상시킨다거나 탈모의 위험이 있다면 샴푸가 나오기 전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모두 대머리였어야 하지 않을까요?

할리우드 스타들의 노샴푸를 소개하는 <에브리바디> 방송 화면
 할리우드 스타들의 노샴푸를 소개하는 <에브리바디> 방송 화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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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샴푸 차츰 줄이기...그리고 물로만 씻기

자 다시 제 경험담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샴푸를 딱 끊은 것은 2월부터지만 준비 기간이 2달 이상 있었습니다. 특별한 준비를 한 것은 아니고 원래 사용하던 샴푸를 천연재료를 사용한 샴푸로 바꾼 후에 샴푸 사용량을 줄였습니다. 처음엔 절반으로 줄이고 차츰차츰 사용량을 줄이면서 거품 없이 두피를 씻어내는 데 익숙해지도록 하였습니다.

사실 그동안 샴푸와 비누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머리를 감을 때 거품이 많이나지 않으면 왠지 깨끗하게 씻기지 않은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들곤했습니다. 과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샴푸나 비누로 거품을 많이 낼 수록 환경오염을 더 많이 시키고 두피에도 화학물질이 더 많이 남아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샴푸 사용량 줄이기를 꾸준히 실천하면서 거품이 조금인 채로 두피를 손가락으로 마사지 하면서 깨끗히 노폐물을 씻어내기를 연습하였습니다. 아울러 전 보다 더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삼푸기가 없어질 때까지 시간을 늘여 두피를 씻어냈습니다. 처음 샴푸양을 줄일 때는 깨끗하게 씻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한번에 샴푸를 딱 끊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머리칼이 뻑뻑해진다든지, 기름기 때문에 머리가 떡진다든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비누로 머리를 감았을 때 느껴지는 뻑뻑함도 없었고 양을 줄여나가도 샴푸를 사용했을 때 느껴지는 머리칼의 부드러움도 그대로였습니다.

그렇게 두 달 넘게 샴푸양을 줄이다가 2월 초 어느 날 아침부터 샴푸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였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약간의 지루성 피부염이 함께 시작되었고, 심하지 않았지만 비듬도 있었고 무엇보다 지성 두피라 아침에 머리를 감아도 저녁 때가 되면 끈적거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노샴푸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샴푸 사용을 중단한 뒤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샴푸 사용량 줄이기를 해 온 덕분인지는 몰라도 두피가 잘 적응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침 수영을 시작하기 전에 샤워를 하면서 3~5분 동안 물로 두피를 마사지 하면서 씻어내고, 수영 수업을 마친 후에 똑같이 3~5분 동안 물로 두피를 마사지 하면서 씻어내는 것이 전부입니다.

수영장을 가지 않는 날은 그냥 물로 한 번 감는 것이 전부입니다. 대신 5분 이상 두피 마사지를 하면서 따뜻한 물로 최대한 깨끗히 노폐물을 씻어내려 할 뿐입니다.

처음 몇 번은 인터넷 노샴푸 성공담에서 본 대로 1주일에 한 번 정도씩 소다를 넣은 물로 머리를 감았지만, 특별히 좋다거나 하는 느낌이 없어서 두 번으로 그만두었습니다. 계란으로 마사지를 한다든지 하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00일이 넘는 동안 오직 하루에 한 번 물로 씻는 것이 전부입니다.

노샴푸 100일...기적도 부작용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히 위험을 경고하는 기사에서 보았던 두피 손상이나 탈모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노샴푸 성공담에 나오는 것처럼 두피가 특별히 더 건강해지지도 않았으며 탈모 증상이 크게 개선되거나 머리숱이 늘어나는 기적(?) 같은 것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40대 초반부터 탈모가 시작되어 머리 숱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노샴푸(노푸)로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나는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탈모 증상이 완화되어 더 이상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지는 시간이 훨씬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샴푸를 사용할 때나 사용하지 않을 때나 크게 불편하지도 않고 머리카락를 망치거나 두피가 손상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예컨대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좋아진 것도 없지만 샴푸를 안 써도 샴푸를 쓸 때에 비해 조금도 나빠진 것은 없다는 겁니다.

샴푸를 사용하지 않아 특별히 좋아진 것은 없지만 샴푸를 안 쓴다고 나빠진 것이 하나도 없으니 샴푸를 쓸 까닭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난 100일 넘게 샴푸 안 쓰고 지낸 것처럼 앞으로도 쭉 샴푸를 안 쓸 생각입니다. 샴푸 안 쓴다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샴푸를 안 쓰면 큰 일 날 것처럼 믿고 있는데 샴푸를 안 해도 머리카락에 아무일 생기지 않으니 기적(?)이라면 기적 아닐까요?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로 머리를 감고 식초 1~2방울로 헹구는 것도 꽤 오랫동안 해봤고, 그것이 불편하여 그냥 세수 비누로만 머리를 감는 것도 꽤 오랫동안 해 봤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샴푸에 익숙해져 그냥 일반 샴푸를 쓰기도 했고, 또 어느 때부터인가 꽤 오랫동안은 수질오염을 크게 개선시킨다는 EM 샴푸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친환경 재생 비누나 일반 세수 비누를 사용하다가 샴푸를 쓸 때는 확실히 머릿결이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그냥 샴푸를 쓰지 않고 지내는데 익숙해지면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100일 동안 물로만 머리를 감았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지내다보니 비교되는 느낌(?)이 없기 때문인지 몰라도 조금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이 뻑뻑하지도 않고, 특별이 두피가 끈적거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물로만 머리를 감아도 불편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샴푸를 쓸 까닭이 없어졌습니다. 담배를 끊었듯이 샴푸도 평생 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샴푸, #노푸, #샴푸, #두피, #환경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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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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