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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21일 광주 동구의 한 호텔 식당에서 광주·전남 기초단체장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김 위원장이 간담회 도중 수첩을 꺼내고 있다.
▲ 수첩 꺼내 든 김상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21일 광주 동구의 한 호텔 식당에서 광주·전남 기초단체장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김 위원장이 간담회 도중 수첩을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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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말 해버릴 거 같은데."
"그래, 방송용으로 말하지 말고."
"당에 감정이 많이 쌓여서."

21일 오후 5시, 광주 동구의 한 호텔 식당.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을 기다리는 광주·전남 기초단체장들 사이에서 뼈 있는 농담이 오갔다.

이날부터 3일 동안 광주 일정을 소화하는 김 위원장은 첫 일정으로 광주·전남 기초단체장을 만나 혁신위의 방향을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언론 공개 하에 약 1시간 동안 기초단체장 9명의 발언을 들은 김 위원장은 그들의 말을 경청하며 꼼꼼히 수첩에 기록했다.

'당 대표 인의 장막, 새누리 대비, 혁신→거짓말
130석 야당에 안주, 민심은 안중에 없다
신뢰·실천 부족, 찍을 당이 없다
책임진 사람이 없다, 현 대표·최고위 체제 불신'

김 위원장 수첩 속에 담긴 광주·전남 기초단체장들의 키워드는 실천, 책임, 신뢰. 세 가지 모두 새정치연합에 부재하다는 게 기초단체장들의 중론이었다.

김 위원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을 기록한 수첩에 "당 대표 인의 장막, 새누리 대비, 혁신→거짓말", "130석 야당에 안주, 민심은 안중에 없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김상곤 수첩 속 '새정치연합 문제점' 김 위원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을 기록한 수첩에 "당 대표 인의 장막, 새누리 대비, 혁신→거짓말", "130석 야당에 안주, 민심은 안중에 없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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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들은 "그동안 혁신안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있었나", "당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당이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발언과 함께 "우리 당에서 혁신하겠다는 말은 다 거짓말로 들린다"는 강경한 의견도 서슴없이 내놨다. 임우진 광주 서구청장이 "위원장이 용기있게 나선 것은 존경스럽지만,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말하자 장내에 묘한 웃음이 오가기도 했다.

문재인 향한 쓴소리도... "혁신위, 최선 다할 것"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21일 광주 동구의 한 호텔 식당에서 광주·전남 기초단체장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 광주·전남 기초단체장 만난 김상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21일 광주 동구의 한 호텔 식당에서 광주·전남 기초단체장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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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들은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며 "당 지도부는 혁신위에게 모든 권한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철주 무안군수는 "혁신위에서 아무리 좋은 안을 내놔도 국민들은 현 대표, 현 최고위원 체제 하의 혁신위를 믿지 못한다"며 "(많은 이들이) 혁신위가 당 지도부의 입김에 놀아나는 기구가 아닌지 의심한다"고 말했다.

구충곤 화순군수는 "우리 당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당을 대표하고 있는 지도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혁신위를 통해 당이 거듭나고자 한다면 먼저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광주·전남에서 몇 %나 되는지, 또 올해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서 왜 실패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당은 집권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당은 집권은 저 멀리에 두고, 이대로가 좋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며 "오직 당권을 얻기 위한 생각밖에 없지,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기초단체장 9명의 발언을 다 듣고난 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이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고, (기초단체장들이) 우리 당을 사랑하신 데서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혁신위의 위상과 권한이 정해져 있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은 2008년 이후 여섯 차례 혁신위를 만들어 좋은 혁신안을 제출했지만 그것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이 모습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당의 권한은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당권재민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부터 23일까지 광주에 머무르며 혁신위 일정을 이어간다. 김 위원장은 22일 광주 광역의원단·지역원로·기자 간담회, 5·18묘역 참배, 100인 원탁회의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23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아래는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기초단체장들의 주요 발언이다.

"현 지도부 아래 혁신위, 믿음 안 가"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21일 광주 동구의 한 호텔 식당에서 광주·전남 기초단체장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 광주·전남 기초단체장 만난 김상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21일 광주 동구의 한 호텔 식당에서 광주·전남 기초단체장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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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주 무안군수 : "혁신위의 원론적인 이야기엔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걸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껏 여러 혁신위가 있었고, 좋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게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지역 유권자들은 "찍을 당이 없다"고 한다. "이런 답답한 정치가 어디에 있나"라고 말한다. 가장 큰 원인은 당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국민들이 믿고 지지할 건데, 지금은 '잘하면 내 탓, 잘못하면 남 탓'인 상황이다. 혁신위에서 아무리 좋은 안을 내놔도 국민들은 현 대표, 현 최고위원 체제 아래의 혁신위를 믿지 못한다. (많은 이들이) 혁신위가 당 지도부의 입김에 놀아나는 기구가 아닌지 의심한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혁신위가 활동하는 동안만이라도, 당 지도부의 권한을 정지시켜야 한다. 혁신위가 특정 계파나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당원과 국민의 뜻을 받들어 환골탈태를 이끌어야 한다. 지금 친노네, 비노네, 호남이네, 비호남이네 문제로 다툴 게 아니다. 국민들은 다음 대권에서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지금 국회의원들은 다음에 내가 국회의원이 되느냐, 마느냐에 신경쓰고 있다."

임우진 광주 서구청장 : "과거 호남민들은 그래도 민주당이라고 하면 '미워도 다시 한 번' 하면서 지지해줬다. 하지만 그 고정 지지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 2년 전만 해도 고정 지지층의 비율이 약 20~30%였는데, 이번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선 10%를 넘지 않았다고 분석된다. 지금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이 분리된다는 추측들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아마 내년 총선에서 인물만 괜찮은 무소속 후보가 나오면 광주에선 당선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 당의 행태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고, 희생과 헌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기 이익에 집착해 절대 희생하지 않았다. 과거엔 옳은 것을 향해 과감히 자기 자신을 버리는 모습 등 지사와 같은 이들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이들을 거의 보지 못한다. 그러니 국민들에게 신선한 희망을 주지 못하는 거다. 정말 대오각성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이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혁신위가 성공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130석 야당에 만족... 민심 안중에 없어"

김 위원장이 간담회 도중 나온 발언들을 수첩에 기록하고 있다.
▲ 간담회 내용 기록하는 김상곤 김 위원장이 간담회 도중 나온 발언들을 수첩에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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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충곤 화순군수 : "우리 당의 호남 지지율이 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나. 우리 당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당을 대표하고 있는 지도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혁신위를 통해 당이 거듭나고자 한다면 먼저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광주·전남에서 몇 %나 되는지, 또 올해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서 왜 실패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 보궐선거 기간 동안 중앙당에서 지원 나온 이들이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겠나"라고 물어보길래, "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나"라고 되물었던 적이 있다. 문 대표가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지지율이 떨어지고, 낙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당시 문 대표가 정말 많이 고생한 줄은 안다. 그러나 광주의 유권자들이 그 진정성을 얼마나 느꼈을 것 같나. 당시 유권자들은 '문 대표 본인이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 당을 점령하기 위해서 광주를 기만하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했다. 혁신위에서 정말 혁신할 의지가 있다면 당장 우리 당의 지지율이 아닌 문 대표의 지지율을 가감없이 조사해, 지역민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인규 나주시장 : "박우섭 인천 남동구청장이 지난 최고위원 선거에 왜 도전했는지 생각해보라. 중앙당이 오죽 잘못했으면 지역의 일을 챙겨야 할 지자체장이 그런 생각을 했겠나. 답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우리 당은 당 대표만 되면, 전부 자기 사람을 데리고 들어갔다가 나올 때 다 데리고 나온다. 새누리당은 전문직을 뽑든, 당에서 일 하는 사람을 뽑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 계속 끌고 간다. 이런 사황에서 어떻게 우리 당의 쇄신이 가능하고 혁신이 가능하겠나. 우리 당에서 혁신하겠다는 말은 다 거짓말로 들린다.

당은 집권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당은 집권은 저 멀리에 두고, 이대로가 좋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의석 130석 갖고 야당 운영하는 것, 이것 이상 좋은 게 어딨겠나. 오직 당권을 얻기 위한 생각밖에 없지,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이 달라지려면 당권 전체를 혁신위원장에게 맡기고 처음주터 끝까지 다 바꾼다고 생각해야 한다."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야.. '물갈이' 표현 부적절"

김 위원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을 기록한 수첩에 "신뢰·실천 부족, 찍을 당이 없다", "책임진 사람이 없다, 현 대표·최고위 체제 불신"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김상곤 수첩 속 '새정치연합 문제점' 김 위원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을 기록한 수첩에 "신뢰·실천 부족, 찍을 당이 없다", "책임진 사람이 없다, 현 대표·최고위 체제 불신"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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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 "다들 '혁신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불안하게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거 성공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혁신위가 지역 정치의 역량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굉장히 중요한 변화다. 전에 혁신위는 이런 자리를 만든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른바 서울에서 끼리끼리 혁신안을 만드는 게 다였다.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우선 지역 정치를 여의도 정치의 동원 물량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 지금껏 당의 정책이 지자체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당 지도력이 지역 정치인에게 발휘되지 못했다. 정당 부재 현상이다. 당원들에게도 선거 때 동원하는 것 빼곤 해준 게 뭐가 있나. 제대로 된 연수, 교육, 훈련 한 번이 없었다. 광주 당원이 16만 명이라고 하는데, 지난 광주 서을 보궐선거 득표율을 보면 16만 명의 1/3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물갈이'와 같은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선 의원 중 역량 있는 사람이 있으면 당의 중요한 자원으로 키워야 한다.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놓고 평가해야지, 물갈이로 어떻게 역량과 도덕성을 평가하나. 몇 선 이상은 물갈이 대상, 호남부터 불갈이 대상, 이런 언어들을 바꿔라. '훌륭한 인재를 우리 당은 많이 받아들이겠다'는 체계로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위는 흩어진 당의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최고위원 선거 당시 1, 2위를 차지한 최고위원들이 지금 당무를 안 보고 있다. 혁신위 지도 아래 빨리 당으로 복귀해 당을 제대로 끌고 가라. 안 되면 혁신위가 재구성해야 한다고 본다. 또 정말 당으로부터 이탈하고 싶고, 이 당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빨리 떠나야 한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김상곤, #새정치연합, #혁신위, #광주,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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