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극비수사>는 소신을 지키려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부산의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유괴된다. 아이의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역술인들을 찾아다닌다. 모든 역술인을 비롯해 경찰들도 아이는 죽었을 거라 말한다. 하지만 김중산(유해진 분)이라는 도사만이 아이가 살아있고 보름 안에 유괴범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 예측한다. 도사의 스승마저 아이는 죽었을 거라 단정하지만 김중산은 그에 동의할 수 없다.

아이의 부모는 공길용(김윤석 분)을 담당 형사로 지목한다. 그가 아이를 찾을 사주를 갖고 있다는 점괘 때문이다. 공길용은 애초 정의감 같은 것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아이가 살았을 것이라 믿는 형사이다. 아이는 반드시 살아있을 거라 믿는 유일한 두 사람. 형사 공길용과 도사 김중산이 각자 나름의 방식과 소신대로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영화 <극비수사> 포스터 영화 <극비수사> 포스터

▲ 영화 <극비수사> 포스터 영화 <극비수사> 포스터 ⓒ 제이콘 컴퍼니


수사 물의 외피를 쓰고 있으나 범인과의 치밀한 두뇌게임 같은 것은 없다. 소신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통해 따뜻함을 전달하려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이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성과주의에 함몰된 경찰조직과 맞서는 한 형사의 분투기다. 그리고 세상의 편견과 스승의 권위에 맞서는 한 역술가의 "모든 것을 건" 싸움도 있다. 아동유괴라는 소재임에도 오렌지 톤의 화면과 멋부리지 않은 단순한 액션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편집이다. 곽경택 감독의 전작들은 투박하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점이 있었다. 세련미나 몰입도는 아쉽다는 평가도 늘 뒤따랐다. 그러나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긴장감과 몰입도이다. 액션의 동선은 단순하다. 하지만 몰입도가 높다. 편집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맡긴 결과라고 하는데, 그 결과물이 꽤 성공적으로 보인다.

두 캐릭터에 관객이 몰입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인간유형이라서일까? 그러나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78년 부산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이미 결론이 난 사건이지만, 이 글을 통해 실화의 내용을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만약 관람할 생각이 있는 관객이라면 실화라는 정도만 숙지하고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실화영화의 힘은 '내 눈 앞에 펼쳐진 저 장면들이 진짜라고?' 하며 놀라는 데서 오는 것이니까.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불안한 우리 삶에는 가끔 주술적인 자기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과에 대한 믿음을 갖고 합리적인 수사를 밀어붙인 형사, 스승에 저항하며 소신껏 사주를 해석한 도사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최소한의 소신과 직업의식 조차 없는 자들이 국민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워왔고 지금도 배우는 중이다. 영화와는 다른 답답한 현실이다. 극중 공길용 형사가 경찰조직에 외치는 한마디는 이런 한심한 자들에 삿대질하는 충고다. "느그 아가 유괴당해도 이따구로 할래?!"

극비수사 공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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