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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서로 접촉하여 따라 움직임을 느낀다"는 이 말은 요즘 동물을 수단으로 하는 산업에서 심각하게 오용되고 있다. 교감이라는 말은 살아있는 동물을 만지는 것을 차별화된 서비스로 내세우는 '체험형' 동물원에서 주로 쓰이고 있다. 아이들이 동물을 만지며 교감을 하고 인성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동물체험장 측의 주장이다.

교감은 한쪽의 일방적인 행위가 아닌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 내가 느낀 것을 상대방도 느꼈을 때 비로소 교감은 이뤄진다. 체험장의 동물들도 아이들과 정말로 교감을 나눌까?

동물들에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그 답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동물체험장의 동물들은 날마다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에게 '만짐'을 당한다. 동물들에게 그런 행위를 거부할 권리 같은 건 물론 없다. 그들은 우리에 갇힌 채로 혹은 사육사에게 끌려와 관람객에게 제공될 뿐이다.

낯선 사람들이 날마다 나를 구경하고 만진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하물며 가정에서 기르는 개·고양이도 주인을 귀찮아할 때가 있다. 매일 낯선 이들의 시선과 손길에 시달리는 동물들의 고통을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체험"이란 말 자체가 동물에게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다.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외부의 자극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라는 걸 생각한다면, "동물체험"이라는 말은 지양돼야 한다. 잘못된 관계 맺기를 교감으로 부추기는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의 인성은 병든다. 동물들을 체험하며 즐거워하는 동안, 아이들의 무의식에는 동물에 대한 지배의식이 자리 잡는다.

이처럼 반생명적인 체험으로 영리를 취하는 동물체험장들이 미니동물원·페팅주·동물체험카페 등의 간판을 걸고 전국에 생겨나고 있다. 그 중에는 최소의 설비만을 갖추고 비좁은 실내에 세워져 동물의 기본적인 복지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체험장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야생 영장류학자인 김산하 박사도 체험장의 교감은 "강요된 스킨십"이며, 그것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행위는 저속한 상업주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동물을 대하는 보다 바람직한 그리고 세련된 방식을 알려줄 책임이 있다. <비숲>을 통해 그 고민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어느 생명이든, 그 생명의 마음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비숲> 긴팔원숭이 박사의 밀림 모험기
 <비숲> 긴팔원숭이 박사의 밀림 모험기
ⓒ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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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숲>은 김산하 박사가 인도네시아 구눙할리문쌀락 국립공원의 밀림에 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쓴 책이다. 그는 이곳에서 '자바긴팔원숭이의 먹이 찾기 전략'을 연구하여 한국 최초로 야생 영장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책 제목인 '비숲'은  열대우림의 '우림(雨林)'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밀림은 온갖 동물들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안에 들어서는 순간 여기저기서 동물들이 튀어나올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조용히 걷고 오래 기다려야만 동물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밀림에는 수많은 종들이 살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수없이 먹고 먹히는 관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른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맘 편히 다니던 동물들은 자연선택에 의해 일찍이 제거됐다는 것이다.

김산하 박사의 연구대상인 긴팔원숭이 역시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동물이었다. 그래서 그는 나뭇가지의 움직임이 바람에 의한 것인지 동물에 의한 것인지 분간하는 방법부터 익혀야 했다. 그리고 약 2달 후 밀림에 긴팔원숭이 세 그룹이 살고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고 한다.

긴팔원숭이 집단의 존재를 확신한 후에도 바로 관찰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긴팔원숭이 역시 여느 동물들처럼 사람을 보자마자 도망쳐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익숙화 작업이 필요했다. 긴팔원숭이가 사람에게 익숙해지면서 공포심을 버리고 무시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렇게 되려면 긴팔원숭이들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쫓아다녀야 한다. 그러다보면 긴팔원숭이들이 더 이상 도망가지 않는 시점이 온다고 한다. 

날개 없는 동물 중 나무에서 긴팔원숭이보다 빠른 동물은 없다고 한다. 익숙화 작업을 위해 한 눈으로는 번개같이 달아나는 긴팔원숭이들을 주시하면서, 다른 한 눈으로는 온갖 식물의 장애물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며 긴팔원숭이들과 경주를 벌여야 했다. 그리고 숱한 패배와 망연자실을 거듭한 끝에 김산하 박사는 결국 성공했다. 연구를 시작한지 8개월째 되었을 무렵, 관찰을 허락한다는 무언의 동의를 긴팔원숭이들에게서 얻어낸 것이다.

긴팔원숭이와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이 고된 과정은, 누군가와 가까워지려면 그만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일깨워준다. "어느 생명이든 그 생명의 마음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김산하 박사의 말처럼, 그 거리는 강요된 스킨십이나 물리적인 힘으로 좁혀지는 것이 아니다.

야생의 동물, "한 편의 시"와 같은 존재

동물원의 원숭이 동물원은 야생을 재현하는 공간이다. 야생동물이 비좁고 단조로운 사육장과 수명· 몸무게· 식성·서식지에 관한 안내판으로 압축될 수 있는 존재일까? 국내 동물원은 대부분 쇠창살과 콘크리트, 밀림을 모방한 벽화로 이뤄진 구시대적 모형에 머물러 있다. 이런 곳에서 관람객은 동물을 존중하기 어렵다.
▲ 동물원의 원숭이 동물원은 야생을 재현하는 공간이다. 야생동물이 비좁고 단조로운 사육장과 수명· 몸무게· 식성·서식지에 관한 안내판으로 압축될 수 있는 존재일까? 국내 동물원은 대부분 쇠창살과 콘크리트, 밀림을 모방한 벽화로 이뤄진 구시대적 모형에 머물러 있다. 이런 곳에서 관람객은 동물을 존중하기 어렵다.
ⓒ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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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숲>에서 동물과 밀림은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이다. 동물들은 밀림 없이 살아갈 수 없고, 밀림도 동물들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김산하 박사는 야생의 동물을 가리켜 "한 편의 시"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밀림에 표범이 산다는 단순 사실은 최상위 포식자의 존재를 가능케 해 주는 광범위한 조건들이 훌륭하게 구비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들이 영역 행동을 발휘할 수 있을 만한 넓은 면적, 먹고 살 만큼 풍족하고 건강한 먹이 사슬과 생태계, 번식으로 그 존재가 지속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수의 개체군. 표범 한 마리는 이 모든 생태적 요소들을 함축하고 있는 하나의 시적 존재이다. 밀림 전체는 표범이라는 '작품'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다."(264쪽)

이것은 역설적으로 동물원이 얼마나 슬픈 공간인지 알려준다. 쇠창살과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힌 동물원의 동물들에게는 야생의 동족들과 달리 생태적 요소와 맥락이 결여돼있다. 동물원 동물들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존재할 뿐이다.
  
김산하 박사는 동물이 거주하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만나는 것이 자연에 대한 예의라고 한다. 인간의 편의대로 잡아 가두고 구경하는 것은 만남이 아니라고 한다. 자유를 만끽하는 동물과 우연히 마주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만남이라는 것이다. 

"거대 맹수의 숨결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가이드는 한 3미터 높이의 나무에 난 할퀸 자국을 가리킨다. 몸을 쭉 뻗어 영역표시를 한 거란다. 저 정도면 나 같은 것은 그냥 한 방에…. 하지만 출입이 허용된 곳을 빙빙 돌아도 호랑이는 우리 앞에 등장해주지 않았다. 대신 야생 공작이 인도의 미를 함축한 것인 양 숲 속을 고고히 거닐었다. 사람을 포함한 이곳의 모든 생물은 호랑이의 존재감 속에서 고개를 돌리고, 공기를 맡고, 눈을 치켜떴다. 나는 그것으로 됐다. 충분했다. 호랑이의 상을 내 망막에 포착시켜야 한다는 욕심은 버렸다. 내 눈앞에 없어도, 내 기억 속에 없어도, 그저 호랑이가 이 세상에 오래오래 있기만을 나는 바랐다." (328-330쪽, 인도 코벳 국립공원의 호랑이 탐험에 관한 글 중에서)

또한 김산하 박사는 소유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자연·동물과 상호작용하는 완벽한 방법으로 그림 그리기를 꼽는다. 그는 관찰과 독서를 통해 알게 된 동물들이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기 안에서 완성됐다면서, 그림이 사람과 동물을 어떻게 연결시켜주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동물 삽화는 김산하 박사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다.

자연과 동물에 대한 관심을 잘 가꾸고 유지하는 법,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맺는 법에 관한 이 책의 고민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연결된다. 인도네시아에서 김산하 박사가 살았던 마을은 도시와 달리 삶의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명확한 한계가 그어진 공간이다. 제한 속에서 자족을 누리는 그의 일상이 가짜 욕망에 휘둘려 숨 가쁘게 돌아가는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책 속의 여정이 저자만의 여행이 아닌 또 하나의 이유다.

덧붙이는 글 | <비숲> (저자 김산하 | 사이언스북스 | 2015.05.08)



비숲 - 긴팔원숭이 박사의 밀림 모험기

김산하 지음, 사이언스북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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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해지는 날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인간 사회의 비인간 약자, '동물'에 대해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