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영화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쥬라기' 시리즈가 '공원' 딱지를 떼내고 '세계'라는 거창한 어절과 결합해 등장했다. '공원'에서 '세계'로 훌쩍 뛰어넘은 쥬라기 시리즈가 부담스러워서였을까. 쥬라기 시리즈의 아버지 '스티븐 스필버그'는 기획·총괄만 담당하고 메가폰을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에게 넘겼다.

<쥬라기 월드>는 알에서 깨어나는 새끼 공룡의 희번덕이는 눈으로 첫 씬을 시작한다. 스릴러에서나 나올 법한 음악을 깔면서 공룡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한다. 마치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날 것임을 예견하는 듯한 장면은 관객의 숨을 죽였다.

 영화 <쥬라기 월드> 포스터

영화 <쥬라기 월드>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영화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쥬라기 월드'는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공룡들을 한 섬에 모아놓고, 섬 전체를 놀이 공원으로 만든 곳이다. 날이 갈수록 더 강하고 자극적인 공룡을 원하는 관람객의 요청에 부응해, 공룡 연구원들은 지상 최강의 공룡 '인도미누스'라는 괴물을 만들어낸다.

이 괴물은 지능 지수도 높아 영악하기 그지 없다. 케이지 벽에 엄청나게 많은 손톱 자국을 남겨 함정을 판다. 케이지를 탈출한 척하고 사람들이 몰려오게끔 하는 것이다. 함정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허겁지겁 밖을 빠져나가자 그 문을 따라 케이지 밖으로 나오는 인도미누스. 여기서부터가 쥬라기 월드 종말의 시작이다.

온 동네를 휘저으며 타 공룡들을 재미로 살해하고 쥬라기 월드 관람객까지 노리는 인도미누스를 통제할 방법은 없다. 물론 각종 신식 무기로 인도미누스를 죽이면 되겠지만, 놀이공원 측은 그렇게 하면 나중에 재개장할 수 없다며 인도미누스를 생포하기로 한다. '경제적 손실'이 '인명 손실'보다 중요하다는 셈.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인도미누스를 생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그를 죽이기로 한다. 하지만 유전자 변이의 집합체인 인도미누스는 사람 손으로 감당할 수 없는 위엄을 자랑한다. 결국, 과거 <쥬라기 공원>의 스타, 티렉스와 랩터가 등장해 위기를 해결한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보면 전형적인 권선징악 줄거리를 담았다. SF나 액션 영화는 영상미와 역동성에 초점을 맞추기에 온갖 '클리셰(cliché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진부한 기법, 장치, 표현을 뜻함)'들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기존의 쥬라기 시리즈를 숙지한 관객은 흉포한 공룡들의 치열한 싸움과 무시무시한 움직임을 기대한다. 하지만 <쥬라기 월드>는 오히려 액션을 줄이고 엉성한 구성의 스토리에 집중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무의미한 휴머니즘적 요소들이 자꾸만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특히 영화 속 최연소 주연 '그레이(타이 심킨스)'의 뜬금없는 눈물과 과장된 움직임은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했다. 그레이의 형 '자크(닉 로빈슨)'와 모노레일을 타고 가던 중 갑자기 엄마 아빠의 이혼 관련 서류를 봤다면서 눈물을 흘려댄다. 일말의 복선도 없이 그레이의 눈물을 보고 있자니, '내가 영화 보다가 잠깐 졸았나?'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인도미누스 척결의 주인공 '오웬(크리스 프랫)'과 그레이의 깍쟁이 이모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뜬금없는 러브라인 형성도 실소를 자아내는데 한 몫 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오웬은 자신을 도와준 클레어에게 갑작스럽게 키스한다. 이 씬은 늘 보던 미국식 '쿨'함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방금 내가 뭘 본거지?'하고 관객을 영화에서 현실로 강제 탈출케한다.

게다가 영화 마지막에 오웬은 "이제 어떡하죠?"하고 묻는 클레어에게 "계속 쭉 붙어 있어야죠, 살기 위해선"이라 말한 뒤, 그녀의 손을 잡고 빛을 향해 걸어간다. <쥬라기 월드>는 결혼을 생각하지 않던 깍쟁이 클레어, 위기에 봉착한 쥬라기 월드 모두를 구원한 오웬을 통해 노골적으로 미국식 영웅주의를 드러낸다.

배우들의 연기는 철저히 아동에게 집중한 듯했다. <나 홀로 집에>에서나 나올법한 오버 액션과 억지성 유머 코드는 성인 관객의 눈과 귀를 불편하게 했다. 특히 쥬라기 월드의 소유주 로워리(제이크 존슨)의 어색한 연기는 한국의 외국인 재연 배우의 연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계속심어줬다. 영화 중간 중간 던지는 그의 유머는 일부 관객의 웃음만 얻을 수 있었다. 나머지 관객은 공기반, 소리반 식의 비소나 침묵뿐이었다.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었지만, 결국 미국식 영웅주의와 억지 휴머니즘으로 점철된 영화 <쥬라기 월드>는 여러모로 안타까운 영화다. 뛰어난 CG 기술이 난무하지만,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공룡보다 휴머니즘을 부각한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은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이었어야  할 인도미누스를 조연으로 떨어뜨렸다. <쥬라기 월드>를 예매하는 관객은 인간이 아닌 공룡을 보러 간다. 차라리 공룡간의 교감과 포용이 오웬과 클레어의 '썸'보다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쥬라기 월드>를 마지막으로 이제 쥬라기 시리즈는 진짜로 문을 닫는 게 좋겠다. 다시 문을 열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덧붙이는 글 개인 네이버 블로그에도 해당 기사를 실었습니다.
쥬라기 월드 콜린 트레보로우 스티븐 스필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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