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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16일 옵티스 컨소시엄의 팬택 인수의향서를 받아들였다. 팬택이 지난 5월 26일 법정관리 폐지 신청한 지 20일 만이다. 사진은 지난 6월 4일 상암동 팬택R&D센터 출입문.
 법원은 16일 옵티스 컨소시엄의 팬택 인수의향서를 받아들였다. 팬택이 지난 5월 26일 법정관리 폐지 신청한 지 20일 만이다. 사진은 지난 6월 4일 상암동 팬택R&D센터 출입문.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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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다시 살리고 보자."

팬택의 '극약 처방'이 통했다. 법원이 기업 청산 대신 새 주인을 찾을 기회를 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16일 오후 늦게 옵티스 컨소시엄과 팬택의 인수합병 양해각서(MOU) 체결을 받아들였다. 팬택이 지난 5월 26일 신청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폐지를 놓고 끝까지 저울질한 결과였다(관련기사: '법정관리 폐지 신청' 팬택 결국 역사 속으로?).

옵티스 컨소시엄은 17일부터 자산 실사에 들어갔으며 다음달 17일 본 계약까지 이뤄지면 팬택의 새 주인이 된다.

옵티스 "한국판 샤오미 만들겠다"... 개발 인력과 특허 400억 원에 인수 

컨소시엄 전면에 나선 옵티스는 카메라 모듈과 DVD롬 같은 광학디스크 드라이브 등을 만드는 광학기기 전문 제조업체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이주형 대표가 지난 2005년 창업한 뒤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에 납품하며 지난해 매출 6천억 원, 영업이익 150억 원에 이르는 중견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미국계 투자회사인 EMP인프라아시아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인수 자금을 댈 것으로 보인다.

이주형 옵티스 대표는 이날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팬택 기술 인력과 특허만 400억 원 정도에 인수해 '한국판 샤오미'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성, LG,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과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중국 IT 기업인 샤오미처럼 중저가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으로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팬택 인수 의사를 타진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팬택은 지난해 8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이후 10개월 동안 두 차례 공개 매각과 한 차례 수의 매각을 진행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당장 팬택 인수에 필요한 비용은 1000억 원 정도지만, 이후 기업 정상화 과정에 수천 억 원 투자가 필요하고 1조 원에 이르는 부채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때 미국 자산운용사인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가 수의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인수대금을 내지 못했고, 부동산개발업체인 CKT개발도 지난 5월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팬택 인수에 적극성을 보였지만 법원은 인수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법원과 채권단이 이번 제안도 처음부터 선뜻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옵티스 컨소시엄은 팬택이 법정관리 폐지 신청을 한 지 1주일 정도 지난 6월 초 이미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지난 16일에야 뒤늦게 받아들였다. 우선 계약금(이행보증금) 명목으로 약 20억 원을 미리 내 실질적 인수 의사를 보인 데다, 컨소시엄에 자금 여력도 있다고 판단했다.

팬택 "지금까지 '희망 고문'과 다르다" 기대감

기업 청산을 준비하고 있던 팬택 임직원과 이해 관계자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새 주인 등장을 반기고 있다.

팬택 한 임원은 이날 "옵티스가 회수 못 한다는 조건으로 20억 원을 건 것도 진정성이 있어 보이고 광학기기 제조업체라 스마트폰 제조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면서 "지금까지 인수 희망업체들의 '희망 고문'과는 다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컨소시엄이 김포 공장 인수는 포기하겠다고 밝혀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길 가능성이 높고 고용 승계도 개발 인력에 한정해 인원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 임원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업을 할지는 협상 과정에서 정해질 것"이라면서도 "1200명 모두가 남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다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모두 내려놓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기업 청산시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채권단과 협력업체, 유통상 등 이해 관계자들도 새 인수 주체에 큰 기대감을 걸고 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팬택이 기업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채권을 회수할 길이 없는 상황에서 인수 주체가 나타난 건 바람직하다"면서 "법원도 개발 인력과 특허만 인수하겠다는 컨소시엄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겠지만 기업 청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전향적으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팬택, #옵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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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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