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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다. 대전시 탄방동에 있는 남선공원(녹지)에 500여 쌍의 백로가 번식하면서, 주민들이 악취와 먼지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등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백로들은 벌목으로 인해 카이스트에서 궁동으로 다시 남선공원을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남선공원 역시 서구청에서 벌목을 해 백로는 쫓겨났다. 결국 주민들의 원성에 못 이겨 백로 서식처를 훼손한 사례로 기록 된 현장이었다(관련기사 : 생태도시 대전, 백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백로는 올 봄 다시 남선공원을 찾아 번식을 시도했지만 나무들이 모두 잘려 마땅히 번식할 곳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500여쌍 1000여 마리의 백로는 어디로 갔을까? 길러진 새끼가지 하면 더 많은 수의 백로들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일부 집단인 150여 쌍이 내동의 야산에서 관찰됐다. 나머지 백로들은 대전을 떠났거나 죽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동 야산의 경우 남선공원에 비해 규모가 작은 번식지지만, 악취와 소음 분진 등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개체수가 증가해서 대규모 집단 민원이 발생하면, 또 벌목이라는 해결책을 들고 나오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그런데 최근 대전발전연구원에서 백로와의 공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연구를 통해 공존방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대전의 남선공원과 비슷한 지역이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양이다. 대전 인근의 도시인 청주에서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청주남중학교 뒷산에 남선공원과 비슷한 규모의 번식집단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 29일 청주남중학교를 찾았다. 실제로 규모는 어마어마해 보였다. 2009년부터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백로 500쌍 이상이 서식하고 있었다. 황로, 중백로,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6종의 백로는 소나무와 아카시아 나무 등에 둥지를 틀었다.

다행히 대전의 남선공원에 비해 민원 강도와 발생 빈도는 적어 보였다. 즉, 조금만 노력한다면 공존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위치였다. 우선 학교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낮에만 사람이 있는 곳이고 수업시간 역시 3시까지로 짧다. 거기에 주로 수업하는 본관 교실과 백로들이 자리를 잡은 곳은 거리가 있었다. 과학실과 음악실 등 수업으로 이용하는 과학탐구관이 있어 본관과 서식처와의 거리를 유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체수가 가장 많은 7월과 8월이 여름방학 기간이라는 것 또한 장점이다.

과학탐구관 뒷편으로 백로가 보인다.
▲ 청주남고 백로 서식지 전경 과학탐구관 뒷편으로 백로가 보인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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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장에서 인터뷰한 학생들은 수업에 크게 지장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저기압인 날씨에 악취가 나기는 하지만 수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일부 민감한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소독 등 적절한 악취관리를 진행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학교와 너무 인접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 일부에만 둥지를 만들지 못하게 한다면 이런 피해는 더 줄어 들 것이다. 악취와 함께 발생하는 소음 피해는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소음이 발생하는 교실 등에 방음 시설을 지자체 등이 지원한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창문만 닫아도 소음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과학탐구관에서 휴대폰의 간이소음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창문을 닫자 최고 소음이 40dB로 매우 낮아졌다. 가능하다면 학교와 서식지 경계지역에 방음벽을 설치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점 또한 매우 크다. 백로를 통해 동물의 일생을 배울 수 있는 학습장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매년 찾아오는 백로를 학생들이 조사하고 모니터링하고 보전과 보호에 압장선다면, 그것은 어디서도 갖지 못할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생물과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면 누구보다 바른 인성을 가진 학생들로 성장 할 수 있지 않을까.

둥지에서 떨어진 해오라기가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다.
▲ 떨어진 해오라기 둥지에서 떨어진 해오라기가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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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번에도 벌목 등의 방법을 선택한다면, 이는 새로운 갈등만 유발하게 될 것이다. 임시방편인 벌목으로 청주남고에서 백로를 쫓아낸다고 해도, 청주에서 백로를 쫓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청주남고 뒷산의 벌목 이후 백로가 민가나 주택단지의 인근 야산에 번식한다면 그야말로 낭패이다. 벌목이라는 간편한 대안으로 문제를 접근하면 청주의 녹지는 만아나지 않을 것이다. 벌목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람과 백로가 공존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백로가 사람이 서식지로 지정한 곳을 찾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청주시가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공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과 토론 등도 곁들여져야 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백로 집단서식지 문제에 접근한다면 공존 방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대규모 벌목으로 백로 서식처를 훼손했다.
▲ 지난해 벌목한 남선공원의 모습 대규모 벌목으로 백로 서식처를 훼손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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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선공원, #백로, #청주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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