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동시에 개막하는 아랍영화제와 무주산골영화제 포스터

4일 동시에 개막하는 아랍영화제와 무주산골영화제 포스터 ⓒ 아랍영화제&무주산골영화제


4월부터 시작된 국내 영화제 시즌이 가장 많은 영화제가 열리는 화려한 5월을 지나 6월로 접어들었다. 무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야외로 나가고 싶은 시기인데, 6월에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영화제가 개최돼 눈길을 끈다. 규모는 작지만 한참 커가는 영화제라는 것이 6월 영화제의 특징이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아랍영화제가, 무주에서는 산골영화제가 각각 4일 개막한다. 아랍영화제는 아랍을 주제로 하고 있고, 무주산골영화제는 영화를 매개로 한 여행과 소풍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성격은 다르다.

한쪽에서는 색다른 영화를 볼 수 있고, 또 한 쪽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개봉영화들을 주 메뉴로 삼고 있는 것도 차이다. 대도시에서 열리는 것과 덕유산 자락의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것도 대비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가 갖고 있는 힘과 그 안에 스며있는 사회성을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상영한다는 것은 두 영화제의 공통점이다. 아랍영화제에서는 우리와는 정치·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른 아랍 국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이라크 전쟁과 IS 등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현실을 다룬 영화 등도 준비됐다.

무주산골영화제는 23개국에서 온 54편의 영화들을 준비했다. 주로 최근 화제를 모았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꾸렸으며, 이웃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수상작도 포함돼 있다. 가족과 함께 야영장이나 운동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고, 또는 100석 미만의 작은 극장이나 강당에서도 관람이 가능하다. '영화 소풍'을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는 행사답게 주로 대중적인 영화들을 많이 선정했다.

모든 상영이 무료로 진행된다는 것 역시 두 영화제가 갖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그렇다고 극장이 한산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관객의 관심이 높은 만큼 부지런하게 움직인다면 즐겁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은 매진되는 작품 앞에서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아랍영화제] 아랍과의 거리감 좁혀주는 영화들, 논란의 '낙타'도 등장

 아랍영화제 개막작인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와 상영작인 <팀북투> 스틸컷

아랍영화제 개막작인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와 상영작인 <팀북투> 스틸컷 ⓒ 아랍영화제


아랍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관심이 확인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다. 아랍영화제는 지난 2013년 2회 영화제 때부터 관객이 몰리며 매진행렬이 이어졌다. 아랍영화가 국내에서 이렇게 인기가 높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행사 관계자들이 어리둥절해 했을 정도였다. 

신문의 국제면을 장식하는 아랍 국가에 대한 뉴스는 주로 테러와 전쟁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지만 아랍영화제는 그 바탕을 이해할 수 있는 영화들을 배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아랍 특유의 문화와 함께 복잡한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영화들은 아랍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게 기여했다. 그 상승 흐름이 매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아랍영화제에서 상영작으로 선정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레바논, 이라크, 카타르, 예멘, 알제리, 모로코, 요르단, 모리타니 등 10개국이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아랍 지역영화제들과 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들로 구성돼 프로그램의 질이 높다.

국내의 관심에 호응해 감독들과 배우들이 방문하는 것과, '아랍문화축전'의 부대행사로 열리던 것이 올해부터 독립된 영화제로서의 틀을 갖춘 것 등은 아랍영화제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서울은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부산은 영화의 전당에서 10일까지 동시 개최된다.

아랍영화제의 막을 여는 개막작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는 지난해 아부다비영화제 개막작이었고, 두바이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자동차 여행 이야기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출발해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 베이루트까지 가는 로드무비다. 험난한 여행 과정에서 돈독해 지는 남자들의 우정을 그렸다. 요즘 메르스로 인해 누리꾼들의 풍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낙타도 등장한다.

이라크 영화 <바빌론의 모래>는 걸프전 당시 탈영했다가 반란군이라는 오해를 받고 감옥에 갇힌 이브라힘의 수난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가 조명하는 것은 바빌론에서 벌어진 킬링필드로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벌어진 일을 밝혀낸다. 2013년 아부다비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알제리 영화 <오란에서 온 남자>는 1962년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알제리 해방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 부문 후보작에 올랐던 모리타니 영화 <팀북투>는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이 장악한 마을 주민들을 소재로 하고 있어  IS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주산골영화제] 덕유산에 주는 휴양의 매력, 꼭 가봐야 할 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덕유대 야영장 상영 모습

무주산골영화제 덕유대 야영장 상영 모습 ⓒ 무주산골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의 특색은 '영화 소풍'과 함께 '좋은 영화 다시보기'다. 주로 새로운 영화들을 선보이는 영화제들과는 다른 방향이긴 하지만,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로 인해 특정 영화들이 스크린을 장악한 현실에서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밀려난 영화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상업영화와 함께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을 아우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휴양의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어 영화인과 관객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꼭 가봐야 할 영화제로 꼽히고 있을 정도로 안팎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덕유산 산골의 정취에 영화가 더해지면서 무주를 찾는 관객의 만족감이 크다는 것도 무주영화제의 자신감이다.

무주산골영화제는 극장이 없던 무주에 두 개관 규모의 작은 영화관이 생기는 데 기여했다. 영화제 기간 중에는 야외상영관으로 활용되는 등나무운동장과 예체문화관이 더해져 작은 도시가 시네마천국으로 변신한다. 덕유산국립공원의 야영장과 5일장이 열리는 읍내 공간에 찾아가는 영화관이 개설되는 등, 시간이나 장소의 구애 없이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

올해 개막작은 <어느 여름밤의 꿈, 찰리 채플린>이 선정됐다.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작은 특별히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복원된 옛날 영화를 공연과 함께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도 그 기조를 이어가 찰리 채플린의 영화 <유한계급>에 공연을 더했다. 김종관 감독이 총연출을 맡았고, 뮤지션 모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눈에 띄는 상영작들이 상당히 많은데,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해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작품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가장 주목되는 영화는 지난 5월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로로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이다. 영화와 미술의 경계에 있는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미술로 인정받았는데, 곧 개봉을 앞두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 감독이 직접 방문해 관객들과 대화도 나눌 예정이다.

경쟁부문에 선정된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배우 이정현이 주연한 영화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손경화 감독의 <의자가 되는 법>은 2014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김대환 감독의 <철원기행>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작이다.

한국 뿐 아닌 전 세계 관객으부터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멜로영화 3부작 <비포 선라이지>와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은 덕유대 야영장에서 3편 연속 상영된다. <위플래시>와 <화장>,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등도 무주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무주산골영화제 측은 최근 메르스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각 실내외 상영장마다 손소독제를 배치하고 관객을 위해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또 지속적인 방역과 의료인력 상주, 무주보건의료원과의 협초 체제를 구축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럅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메르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