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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연희동에 있는 서구청 인근에는 상가가 많다. 각종 식당에서부터 의류매장, 커피숍, 편의점 등 다양한 점포가 즐비하다. 지난 5월 26일, 그중 1층에 양쪽으로 큰 식당이 있는 한 건물의 3층에 올랐다. 그곳엔 연심회상인협동조합 사무실이 있다. 장영환(67) 연심회상인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협동조합의 태동, 과정, 향후 계획을 들었다.

친목회로 시작해 협동조합까지
   
장영환 연심회상인협동조합 이사장
 장영환 연심회상인협동조합 이사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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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심회상인협동조합의 시작은 친목회였다. 서구 연희동·심곡동·공촌동과 아울러 인접해있는 검암동의 영세 상인들의 모임이었다.

"2007년 친목회로 시작했다. 처음엔 치킨·피자·중화요리 등을 배달하는 배달 전문 음식점들이 모였다. 그러다 인근 지역에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이 건설돼 대형마트와 아웃렛 등이 들어서고 롯데리아와 맥도날드의 24시간 영업·배달로 골목상권이 다 죽게 돼, 2013년 5월 협동조합을 만들어 대응했다."

협동조합을 만들기 전부터 이들의 단결력은 실로 놀라웠다. 장 이사장은 구체적 사례를 들려줬다.

"친목회 회원 대다수가 배달업에 종사하는지라 광고 경쟁 스트레스가 컸다. 상인들과 광고전단지 붙이는 사람들 사이에 싸움도 빈번했다."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구역을 30개로 나눠 한 구역에서 업종이 겹치지 않게 광고전단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상인들의 호응이 좋았고, 이어 친목회에서 광고기획사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아파트에 광고를 하는 기획사끼리 담합해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오랜 설득과 신뢰로 상인들은 친목회 광고기획사에 투자했고, 광고전단지 가격과 경쟁이 서서히 안정됐다.

"이 동네 광고전단지 가격은 10년 전 가격이다. 새로 온 사람들은 원래 이 가격인 줄 아는데, 우리 때문에 다른 광고기획사도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 연심회 조합원이 아니어도 그 혜택을 누린다."

이들은 경제적 효과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고 하는데, 바로 사람이다. 상인들은 대개 장사를 시작한 지 3년 정도 지나면 주변에 남은 사람이 없다. 친구는 물론 가족 친지들하고도 사이가 멀어진다.

쉬는 날이 없다보니 기본적으로 챙겨야하는 애경사도 챙기지 못해 친인척이 다 떨어져나간다. 자영업자들은 '자식 결혼식과 본인 사망 외에는 쉬는 날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런 처지에서 연심회는 상조회 역할도 겸했다. 그것 때문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전남 목포로 조합원 부모님 문상을 다녀왔다. 최근엔 조합원들이 하루 문 닫고 결속을 다지러 바람 쐬고 오기도 했다. 조합 활동을 하고 돈을 더 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끈끈한 공동체가 생긴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예전에는 다른 가게의 배달 오토바이를 보면 눈으로 레이저를 쏘면서 경쟁상대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편하게 인사하면서 만난다. 그게 가장 좋다."

이가 튼튼하려면 잇몸을 튼튼히 해야

 오는 9월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오는 9월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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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것은 2013년 5월이지만, 이들은 2007년부터 친목회로도 많은 일을 해왔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필요했을 때, 친목회라는 임의단체로는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친목회 시절부터 내실 있게 준비해온 터라 별 어려움이 없었다.

"우리가 하려는 건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잇몸이 튼튼해야 이가 튼튼하지 않나? 주민들의 소비가 이 지역에서 이뤄지게 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단순히 매상을 늘리기 위한 활동이 아닌,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이들은 친목회 시절부터 지역화폐를 고민했다. 자료를 찾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담당공무원에게 제안하기도 하고 구청장 면담도 했지만 처음엔 반응이 없었다.

"우리도 협동조합의 '협'자도 몰랐다.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양준호 교수와 연구원을 모셔다 몇 차례 강의를 듣기도 하고 구청 직원과 간담회를 하면서 구청 직원과 우리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특히 부인들의 참여가 뜨거웠다."

처음부터 부부동반 교육을 준비했던 건 아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모임을 해야 하는데, 부인들의 반대가 심했다. 회원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선 부인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부부동반 교육을 진행했다. 효과는 엄청났다. '장사 안 하고 딴 짓 한다'고 화를 내던 부인들이 이제는 오히려 참석을 미루는 남편을 추동하기도 한다. 이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지혜였다.

소비자와 상인이 상생하는 '착한 소비'

이들은 올 9월부터 '우리동네'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4개월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원으로 이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했다.

"다른 지역에서 발행하고 있는 지역상품권은 지역이나 품목에 한계가 많다. 특히 젊은이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우리동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사용 가능해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관련 조례가 제정되면 서구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데, 지역에서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할인혜택을 준다. 이것을 '우리동네' 사업에 동의하는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그 포인트는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은 판매액의 0.5%를 적립해 지역에 환원한다. 소비자는 지역화폐의 할인과 가맹점 포인트 적립으로 이중할인 혜택을 받는다.

"얼마 전 업소 4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중 315개소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포인트가 쌓일수록 그만큼 지역에서 소비가 이뤄지는 거다. 상인들 배만 불리려하면 호응을 얻지 못한다. 주민들이 지출한 돈의 일부를 적립해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면 뜻 깊은 소비가 아니겠는가? 이게 바로 '착한 소비'다."

연심회협동조합이 주축이 돼 지난해 11월께 지역발전위원회를 만들었다. 소속 단체(기관)는 10개다.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서구노인복지관, 연희동 기독교사회복지관, 연희심곡공촌슈퍼협의회, 연심회협동조합,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서지부, 인천여성회 서지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서구청 등 민과 관이 함께한다.

"지역을 발전시키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각계각층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추진해야 치우치지 않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선도 없다. 모두 취지에 공감해 함께하고 있다."

지역발전위원회는 향후 기금을 적립하고 어느 곳에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구의회에서 조례제정 준비

서구의회는 오는 7월, 골목상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이 지역 구의원과 협의했으며 서구 관계공무원과도 호흡을 맞춰나가고 있다.

현재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등 전통시장을 지원할 법적 근거는 많지만 전통시장 상인보다 열 배나 많은 골목상인을 지원할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전통시장 상인에게 중복지원이 되지 않게 조례안을 다듬고 있는 중이다.

장 이사장은 "전통시장 상인보다 골목상인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의 경험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 골목상인들한테 상생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장영환, #연심회, #상인협동조합, #우리동네, #지역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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