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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와 삼성의 첫 만남은 썩 유쾌하지 못했다. 검찰에서 공안 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황 후보자가 1999년 형사부장을 맡아 잠시 '외도'를 하던 때였다. 그에게 삼성 임원들의 '고급 성매매' 사건이 떨어졌다.

당시 서울지청 북부지검 형사5부장이었던 황 후보자는 윤락업계 종사자들을 조사하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들과 이들 사이에 돈이 오간 흔적을 발견했다. 연루된 임원 일부를 소환조사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리하고 수사를 끝냈다.

그리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잊혔던 이 사건은 14년 후인 2013년 다시 입길에 올랐다. 그해 초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황 후보자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과 함께였다. 

불거진 삼성 떡값 수수 의혹... 거짓말 논란까지

2013년 10월 17일 법무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물을 마시고 있다.
▲ 물 마시는 황교안 법무장관 2013년 10월 17일 법무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물을 마시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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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2013년 10월 4일,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성매매 사건 무혐의 종결 후 "황 후보자가 삼성 측으로부터 총 15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수수한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황 후보자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금품 수수 의혹은 사실 무근이고, 이미 2008년 '삼성 특검'에서 내사 종결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는 <한국일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2014년 7월 황 후보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황 장관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던 조준웅 전 특검이 황 장관의 떡값 수수 의혹을 내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조 전 특검은 <한국일보> 보도 후 언론을 통해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공소시효가 끝났고 진술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황 후보자를 포함한 검사들의 '삼성 떡값' 의혹을 특검에 진술하지 않아 조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검에서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났다는 황 후보자의 해명과 정반대의 증언이어서 황 후보자의 거짓말 논란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그러자 황 후보자는 그해 국정감사 자리에서 "특검에서 저에게 소명을 요구해서 제가 소명했던 일이 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억울함 호소한 황교안... 2000년·2002년 '떡값 의혹' 문건도 공개

황 후보자가 삼성의 지속적인 관리 대상이었다는 의혹은 계속됐다. 국정감사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는 어김없이 황 후보자가 포함된 '삼성 떡값 리스트' 의혹 문건이 공개됐다. 

2013년 10월 17일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황 후보자의 이름이 2002년 삼성 떡값 명단에 들어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02년 당시 황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이 되면서 삼성의 관리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리스트의 출처에 대해 박 의원은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가 2007년 삼성 비자금 폭로에 앞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앞에서 작성한 자술서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당시 "김용철 변호사가 작성했지만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자술서에 황 장관의 이름이 들어있다"라며 떡값 액수는  500만 원이었다고 주장했다.

황 후보자는 이 역시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2002년도 일은 무슨 일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일"이라며 "(떡값 명단의) 발원지는 모두 김(용철) 변호사인데 그분의 말에 대해서는 (2007년) 특검에서 다 조사를 했고, 특검에서는 '혐의 없다'라고 발표를 했다. 새로운 문제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 후 국회에서는 새로운 삼성 떡값 리스트가 공개됐다. 2013년 11월 13일 열린 김진태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대였다. 

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은 '삼성 특검' 수사 자료에 들어 있던 내용이라며 2000년부터 2003년까지 3년 동안의 '삼성 떡값 리스트' 문건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황 후보자가 2002년 뿐 아니라 2000년 대검찰청 공안1과장일 때도 떡값을 수수한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신 의원은 "1년에 2, 3회, 각 500만 원, 많게는 2000만 원까지 줬다는 내용이 당시 수사 자료에 들어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황 후보자의 '삼성 떡값' 연루 의혹은 잊을 만하면 다시 불거졌지만 당사자가 극구 부인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이 되풀이 됐다. 

봐주기 논란 휩싸인 삼성 X파일 수사... '새뚝이' 된 황교안

떡값 수수 의혹의 사실 여부와는 별도로 문제는, 검찰 내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황 후보자가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2005년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된 '삼성 X파일' 사건 수사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던 황 후보자는 1997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팀(미림팀)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나눈 대화를 도청한 사건을 수사 지휘했다. 도청 녹취록인 '삼성 X파일'에는 삼성이 대선자금을 제공하고 정·관계 인사 및 검사들에게 지속적으로 '떡값'을 주고 관리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검찰 수사는 안기부 도청 사건(특수 1부)과 삼성의 비자금 및 로비 의혹(공안 1부)을 분리해 두 갈래로 진행됐다. 삼성 관련 수사는 미궁에 빠졌다. 수사를 맡았던 공안 1부는 삼성 관계자들과 떡값 검사로 지목된 검사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도청 수사를 맡았던 특수 1부가 안기부의 과거 불법감청 실태를 파헤치는 성과를 거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당시 황 후보자는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당사자인 홍석현과 이학수가 녹취록 내용을 전면 부인해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라며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수사"라고 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홍석현 회장 소환을 미적거렸고, 미국에 머물고 있었던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 대신 단 한 차례 서면 조사에 그쳤다. 이에 따라 '삼성 봐주기' 수사였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반면 홍석현 회장의 <중앙일보>는 달랐다. <중앙일보>는 "불법 도청의 최고 책임자들을 단죄함으로써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초석을 놓았다"라며 황 후보자를 올해의 인물에 선정했다. <중앙일보>는 각 분야에서 올해의 인물을 뽑아 '새뚝이'(남사당놀이에서 새 막의 시작을 알리는 사람)에 선정했는데 황 후보자는 '2005 새뚝이'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후 황 후보자는 검찰 기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황새뚝'으로 불렸다고 한다.

부실 수사 책임자에서 공안 홀대 피해자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에 위치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 황교안 총리후보자 '여유로운 미소'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에 위치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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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X파일 수사로 황 후보자와 삼성과의 인연은 악연으로 끝나는 듯 했다. 2006년 그는  부실 수사 논란 등에 따른 여론 악화로 이듬해 검사장 승진에서 낙마했고 2007년 공안통이 전진 배치된 검찰 수뇌부 인사에서도 검사장 승진에 실패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승진의 꿈을 이뤘다.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의 첫 검찰 인사에서 3수 끝에 검사장급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 올랐다.

부실 수사의 책임자에서 좌파 정권의 공안 홀대 '피해자'로 변신에 성공한 덕분일까. 2011년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상대가 검찰총장이 되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던 황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공직에 복귀했고 이제 총리 자리를 넘보고 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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