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가 2018년 개봉을 목표로 기획 중인 장편 애니메이션 <천년의 동행: 살아오름>의 티저 포스터. 캐릭터가 확정 될 때마다 포스터에 추가되어 개봉 시점에선 작품의 전 캐릭터가 소개될 예정이다.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가 2018년 개봉을 목표로 기획 중인 장편 애니메이션 <천년의 동행: 살아오름>의 티저 포스터. 캐릭터가 확정 될 때마다 포스터에 추가되어 개봉 시점에선 작품의 전 캐릭터가 소개될 예정이다. ⓒ 연필로 명상하기


화면 밖으로 흩날릴 것 같은 정동길의 노란 은행잎, 서촌을 지나며 마주쳤던 바로 그 대오서점의 손때 묻은 간판. 오랜 시간 연필로 사각사각 채운 이 그림에는 찰칵 찍어낸 사진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손맛이 녹아있다.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는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곰국' 같은 존재다. 2011년 선보인 장편 <소중한 날의 꿈>은 무려 11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했는데, 최근 공개된 신작 <천년의 동행: 살아오름>(이하 <천년의 동행>)의 티저 포스터를 보면 이번 작업에 들일 시간과 공도 만만찮을 법하다.

손으로 그린 서울 풍경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도 매력적으로 보인 모양이다. <천년의 동행>이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마켓 MIFA에서 피칭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올해 30주년을 맞는 MIFA는 매해 세계 73개국에서 2450명의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이 모이는 국제적 행사로, 오는 17일부터 사흘간 프랑스에서 진행된다. <천년의 동행>은 이번에 총 79편이 지원한 장편 부문에서 5편 중 하나로 뽑혔다. 한국 작품으로는 최초다.

"일본의 벚꽃처럼, 은행나무로 한국만의 풍경 표현"

 <천년의 동행: 살아오름>의 두 주인공이 함께 하는 일러스트.

<천년의 동행: 살아오름>의 두 주인공이 함께 하는 일러스트. ⓒ 연필로 명상하기


2일 전화통화에서 '연필로 명상하기'의 유예경 프로듀서는 "15분의 프레젠테이션 시간 동안 <천년의 동행>의 파일럿 영상을 상영하고, 연출을 맡은 안재훈 감독님과 제가 간단하게 작품 소개를 할 것"이라며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인 만큼, 저는 한복을 입고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튜디오 측은 정동길을 비롯한 서울 곳곳을 배경으로 인간과 도깨비가 어우러지는 이야기, 꼭두와 꽃상여 등의 한국적인 요소가 MIFA 심사위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던 한 소녀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용기를 얻는다'는 보편적인 서사가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유 프로듀서는 "서양의 몬스터, 일본의 오니와 우리나라의 도깨비는 정서가 조금 다른 것 같다"며 "사람들을 겁주기보다 끊임없이 장난을 치면서도 자기가 속아 넘어가는 어리숙하고 친근한 면이 있는데, 이를 파일럿 영상에도 담았다"고 말했다. '연필로 명상하기'가 기획 중인 장편 애니메이션 <도래샘숲> 역시 서울에 살고 있는 도깨비들이 사라지는 이야기지만, 유 프로듀서는 "<천년의 동행>에도 '도래샘숲'이라는 명칭을 공유하고 있는데, 별개의 시나리오가 있는 다른 작품"이라고 답했다.

<소중한 날의 꿈>에서도 서울 이화동, 강원도 춘천, 전주 등 '한국'을 담아냈던 '연필로 명상하기'가 이번에 서울 정동길을 택한 이유는 '은행나무'에 있다. 유 프로듀서는 "일본의 벚꽃처럼, 우리나라만의 풍경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노란 은행나무를 떠올렸다"며 "실제로 가을의 정동길 답사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적인 정서와 함께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또 하나의 주제는 '시대'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중한 날의 꿈>이 과거라면, <천년의 동행>은 현재, 그다음 제작할 <아시아>가 미래로, '시대 3부작'을 완성하는 것이 스튜디오의 목표다.

유 프로듀서는 "2018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는 <천년의 동행>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아시아> 작업에 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년의 동행>도 투자 상황에 따라 선보일 시기가 달라질 텐데, 세계 애니메이션 관계자들 앞에서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이번 피칭이 좋은 기회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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