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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오렌지 상가세입자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오렌지는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함께 했습니다.
▲ 사진 찍는 오렌지 상가세입자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오렌지는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함께 했습니다.
ⓒ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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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0년 무렵이었다. 기초생활수급에 대해 전화로 문의했고, 얼마 뒤 사무실을 방문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이며 수원촛불, 다산인권센터 활동을 하고 있다던 그는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조곤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빈곤사회연대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기초법과 관련한 활동이 있을 때 우리는 그에게 연락했다. 언제나 기꺼이 달려와 환우회 친구들의 상황을 전해주고, 사진으로 활동의 기록을 남겨주었다. 그는 '오렌지가 좋아'라는 활동명을 사용하던 엄명환이었다. 우리는 보통 '오렌지'라고 불렀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매년 최저생계비를 결정해 공표한다. 이 최저생계비는 우리 사회의 빈곤선이자 수급자들의 '최대생계비'가 된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지만 수급비 외의 소득이 발생하거나 발생될 것으로 '가정' 될 때 수급비는 그마저 깎인다.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일주일에 세 번 신장투석이 필요한 만성신부전증 환자, 그러나 남은 삶을 병상에서만 보내기에 아직 젊고 의욕적인 청년. 그에게 붙은 이러한 이름들만으로도 그의 생활에 고초가 많았으리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렌지는 직장을 얻기에는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체력도 약했다.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고작 50~60만 원 남짓이다. 이 정도의 소득이 발생하는 것만으로 오렌지는 수급권을 박탈당할 수 있고 그러면 의료급여도 빼앗기게 될 것이다. 의료급여를 빼앗길 시 아르바이트 같은 것을 통한 적은 소득으로 오렌지는 생활할 수 없다. 생활이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행위, 신장투석조차 이어갈 수 없다. 오렌지는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렌지는 아프고 가난한 자신의 삶만 염려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의료민영화에 반대하기 위해 FTA 반대 촛불집회에 나갔던 것을 시작으로 촛불시민모임에 함께 하고,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과 함께 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해 거리에 나왔고, 기초생활수급자가 좀 더 당당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나이가 많은 수급자는 나이가 많아서, 젊은 수급자는 젊어서 부끄러워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2013년 최저생계비 결정과 기초법 개악에 대응하기 위해 꾸려진 연대체 '2013 민중생활보장위원회'(약 민생보위)에 당사자 위원으로 참여해 함께 했다.

일주일에 세 번 신장투석하면서도 이어갔던 활동들

기초법과 민생보위 '하루워크샵' 홍보판을 들고 있는 오렌지  오렌지는 아프고 가난한 자신의 삶만 염려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렌지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해 거리에 나왔고, 기초생활수급자가 좀 더 당당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기초법과 민생보위 '하루워크샵' 홍보판을 들고 있는 오렌지 오렌지는 아프고 가난한 자신의 삶만 염려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렌지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해 거리에 나왔고, 기초생활수급자가 좀 더 당당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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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받는 환자라는 것은 하루걸러 하루는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마음 가는 만큼 충분히 활동하기 어려웠던 오렌지는 신장투석을 받은 당일 서울에 올라와 회의에 참석한 적도 있었다. 가끔은 그런 모습이 안쓰럽고 미안했다. 그러나 나 역시 늘 오렌지와 함께 하기를 바랐다. 그의 말처럼 기초생활수급자 스스로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단 한 명이라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복지재정 효율화 방안'을 통해 유사 중복사업 철회와 지자체의 중복사업 근절로 복지재정을 3조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유사 중복사업이 많거나 복지수급자가 너무 많은 급여를 받고 있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든 복지수급자를 줄여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자 복지가 필요한 수급권자, 빈곤층에게 보내는 '함부로 받을 생각 하지마라'는 신호에 가깝다.

신장투석환자는 의료급여비를 많이 청구하는 환자집단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오렌지는 '세금을 너무 많이 쓰는' 사람인 것이다. 이렇게 계속되는 정부의 의료급여 축소 위협에 대해 오렌지에게 기고 글 하나를 부탁할 계획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정부가 공격하는 의료급여 과다청구 이용자로서 오렌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기고 글을 부탁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오렌지의 심장이 덜컥 멈추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무너졌다. 사무실에 돌아와 오렌지의 사진을 찾았지만 오렌지의 사진을 도통 찾을 수 없어 또 한 번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오렌지가 찍어준 사진들이 이렇게 많은데 오렌지가 찍힌 사진이 없다니, 사진 찍는 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는 카메라 저 너머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오렌지가 꼭 일어났으면 좋겠다. 다시 일어나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하자고 함께 거리에서 외치고 싶다. 아픈 게 내 탓이냐고, 돈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세상이 정상이냐고 소리를 지르면 좋겠다.

오렌지가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병원에 실려간 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 '이것저것 다 받는다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하루 병원비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으로 청구되고 있다고 한다. 오렌지의 생사를 염려해야 하는 지금 돈까지 생각해야 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마음은 어떨 것인가. 가난이 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지 못한 우리의 죄가 크다. 오렌지의 병원비 마련을 위한 모금과 오렌지의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를 모든 이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오렌지가 다시 불의에 맞서고 승리할 때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오렌지 치료비 긴급 모금] 신장병으로 오랫동안 투석해오던 명환씨가 갑자기 심장정지로 중환자실에 누워있습니다. 치료비가 많이 듭니다. 우리 마음을 모으는 일은 그를 외롭지 않게 함께 지키는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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