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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가 지난해 8월 사망한 조선소 협력업체 젊은 노동자에 대해 '열사병'을 업무상질병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려 관심을 끈다.

31일 금속법률원(법무법인 '여는')은 경남 거제 한 대형조선소에서 지난해 8월 사망했던 황아무개(당시 23살)씨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금속법률원에 따르면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판정위)는 황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신청한 유족 급여 청구를 지난 26일 승인했다.

거제 조선소에서 일하다 복학 앞두고 사망

거제 한 대형조선소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했던 황아무개(23)씨가 2014년 8월 11일 공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사망했다.
 거제 한 대형조선소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했던 황아무개(23)씨가 2014년 8월 11일 공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사망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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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휴학 후 군대를 다녀온 뒤 복학을 앞둔 황씨는 거제 한 대형조선소의 협력업체 소속으로 1년 정도 용접 일을 해왔다. 황씨는 2014년 8월 11일, 8일간 휴무 뒤 첫 출근했던 날 사망했다.

그 날 황씨는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1시경 반장의 지시로 이산화탄소(CO2) 가스 연결 상태를 확인하러 메인 테크에 올라갔다가 그 뒤 연락이 되지 않았고, 오후 2시 45분 경 엎드려 있는 모습을 동료 노동자가 발견해 병원에 후송했으나 사망했다.

황씨의 사망원인에 대해, 국립과학연구소는 '사인불명'이라고 하면서도 "사망 당일 제출된 병원 의무기록에 의하면, 변사자의 혈액에서 간 효소검사 등의 급격한 증가 소견을 보는 바, '급성 간부전'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족 측은 경남근로자건강센터 직업환경의학과 류현철 전문의 소견을 제출했다. 류현철 전문의는 "동료 작업자들의 진술, 응급실 임상기록과 검사결과, 부검 소견 등을 종합해 볼 때 고인은 고온환경에서 수행하던 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열성질환(열중증)과 그에 따른 구토와 음식물 흡입에 의한 기도 폐쇄로 인해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인의 사망은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사망 당일 기상청의 기후 자료에 의하면, 거제지역의 오후 1시에는 28.7도까지 기온 상승하였다"며 "안전모와 방진마스크, 용접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자재들을 들고 좁은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작업을 수행한 경우에는 열성질환 특히 고온환경에서 작업을 하였음을 알 수 있고, 사망 당일은 8일간 휴무 이후에 첫 작업일로 고온환경에 생리적으로 적응하기가 더욱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 측은 "좁은 공간 안에서 외부의 무더운 온도와 예열판 가동으로 인한 온도 상승으로 약 40도 정도 내부고온에서 체내의 열 발산이 저해되고 체내에 열이 상당히 축적되어 있어 체온조절기능 자체가 완전치 못한 극한 상태로 이어졌다고 할 것"이라며 "재해자는 작업환경으로 인하여 체내 열 발산을 하지 못하고 체온 조절기능을 하지 못하는 일종의 열사병과 유사한 상태가 되었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업주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업주는 "8일간 휴무 뒤 첫 근무 시작으로 고인의 사망 당일 작업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고, 작업환경 기후 조건은 24.2~24.6도로 낮은 편이었으며, 이동 거리는 근거리로,  작업과 관련된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그나마 다행, 의미 있는 판정"

판정위는 "심의 결과, 사인은 확실치 않으나 고온다습한 환경 하에서 열사병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모든 정황이 다른 사망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며 "부검 결과와 근무상황을 볼 때 열사병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 높아 업무와의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되고, 기저질환이 없는 비교적 건강했던 젊은 망자의 상태로 보아 사건 발생과 업무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판정위 심의 때 유족 측을 대신했던 최영주 노무사는 "열사병에 의한 업무상질병이 인정되는 사례가 드문 가운데 나온 판정이라 의미가 있고,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하다 극한 상황을 당한 노동자가 업무상질병 판정을 받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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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이준호 기자



태그:#조선소, #열사병, #근로복지공단, #금속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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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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