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33년 만에 공식적으로 해제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존 케리 국무장관이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쿠바 테러지원국 해제 결정을 의회에 통보했고, 의회의 찬반 입장 표명 기간인 45일이 지나고 국무부가 이날 곧바로 삭제를 공식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쿠바 정부는 이전 6개월 동안 국제적으로 테러 지원 행위를 전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을 명확히 약속했다"고 쿠바의 테러지원국 해제 결정을 요청했다.

쿠바는 남미 내란 반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지난 1982년 이란, 시리아, 수단과 함께 미국 정부가 지정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 등록되어 각종 경제 제재와 무기 수출 제한을 받아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상대국의 정치범을 전격 석방하며 국교 단절 54년 만에 역사적인 양국 국교 정상화 계획을 발표했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은 여전히 쿠바의 사회체제에 대해 의견 불일치와 우려를 갖고 있다"며 "그러나 이 결정은 쿠바가 (테러지원국 해제에 필요한) 법령에 정한 기준을 충족시켰다는 판단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는 국교 정상화의 절차로 테러지원국 해제와 상호 대사관 설치를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양국의 상호 대사관 재개설을 추진하는 실무협상도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이로써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이란, 시리아, 수단 등 3개국만 남게 됐다. 북한은 1988년 1월 지정됐다가 2008년 10월 핵 검증 합의에 따라 해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