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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마트 방면에서 바라본 신도림역 지상역사
▲ 신도림역 선상역사 테크노마트 방면에서 바라본 신도림역 지상역사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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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찍으세요? 사무실에 허가는 맡으셨나요?"
"예... 역내 공간을 촬영하는데 허가까지 맡아야 하나요?"
"일단 역무실에 가서 말씀 한방만 해 주시면 되는데..."
"납득이 좀 안 되네요. 폐쇄된 곳을 찍는 것도 아니고 오픈된 역사 안을 촬영하는데요. 시청역이나 서울역에서 촬영을 할 때도 허락받으라는 소리는 없잖아요. 더군다나 저는 여기 홍보해주려고 왔는데..."
"말씀 잘 알겠는데... 그래도 역무실에 가서 말씀 한방만..."

지난 5월 24일, 선상역사(철로 위에 건설된 역사)가 개통된 신도림역에서 필자는 어떤 역무원과 작은 언쟁(?)을 벌였다. 개통 당일 날인 23일에는 같은 이유 때문에 사회복무요원과 작은 실랑이를 벌이기 했다. 연이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사진 촬영이 원활하게 되지 않자 좀 언짢은 마음이 들었다.

"무장한 보완요원이 활보하는 인천공항에서도 마음껏 사진촬영을 하는데... 전철역에서 사진을 허락을 맞고 찍어야 된다고? 더군다나 역사가 새로 개통됐다고 홍보할 목적으로 찍은 건데..."

그렇게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국철 1호선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번뜩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신도림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스트레스 많이 받나 보네. 지상역사를 만드는데 450억이나 들였다고 욕 먹고, 한편으로는 혼잡도를 줄이지 못했다고 욕 먹고 있으니 말이야. 그러니 저렇게 민감하지!'

선상역사 개통으로 이제 신도림역은 총 6개의 출구를 갖게 됐다. 예전에는 3개 뿐이었다.
▲ 신도림역 6번 출구 선상역사 개통으로 이제 신도림역은 총 6개의 출구를 갖게 됐다. 예전에는 3개 뿐이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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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용객 50만 명 중 국철 승객은 '겨우 5만'

그렇게 연유를 따지다보니 꼬인 실타래가 좀 풀리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신도림 선상역사와 관련된 뉴스들은 부정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신도림역의 근본적인 문제는 환승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선상역사가 들어서는 게 그 치유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하루 이용객 50만 명 중 국철 승객은 불과 5만 명 남짓이기에, 선상 역사 개통이 혼잡도 개선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JTBC는 23일 방송에서 기존 지하 역사를 이용했을 때보다 선상역사로 직접 이동할 때가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는 것을 리포터가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역무원들이 '카메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도림역 4번 출구.
▲ 신도림역 4번 출구 신도림역 4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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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도림'에 자신의 발걸음을 보탠 국철 승객들
      
지난 30년 동안 신도림역은 지상으로 직접 연결되는 길이 없었다. 국철 플랫폼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하를 거쳐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야 했다. 국철 승객들은 물밀 듯 몰려오는 환승객들의 틈에 끼어, 떠밀리듯 발걸음을 내디디며 해당 플랫폼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탁한 지하 공기를 들이쉬며 지하까지 내려가 '헬도림(신도림역을 지옥으로 빗댄 명칭)'에 자신의 발걸음을 보태야 했던 것이다.

국철 승객들이 '헬도림'에 일조를 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선상 역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1984년 4월 22일에 개통된 신도림역은 애초 탄생할 때부터 지하역사만 있었다. 지상 역사가 존재한다면 국철 승객들은 탁한 지하 공기를 마셔가며 '헬도림'에 일조를 할 필요가 없다. 국철과 지하철 7호선이 교차되는 상봉역처럼, 곧장 출구 밖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디큐브시티 쪽에서 바라본 신도림역
▲ 신도림역 디큐브시티 쪽에서 바라본 신도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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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역사 개통은 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

이렇듯 선상 역사의 개통은 국철 이용객들의 편의를 향상시킬뿐더러 지하 환승공간의 혼잡도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근래에 들어 신도림역 일대는 상전벽해를 이룰 정도로 많이 변했다. 연탄공장, 철근공장 등이 있었던 공장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자리에는 고층 아파트들과 대규모 상업시설들이 채워졌다. 신도림역과 직접 연결되는 테크노마트와 디큐브시티 같은 상업시설들로 출퇴근하는 인구도 많이 생겼다. 그에 따라 국철 이용객들의 수도 많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필자는 지난 23일에 개통된 신도림 선상 역사의 개통을 누구보다도 더 환영했다. 선상 역사 개통은 우리 지역의 숙원 사업이기도 했다. 지난 30년간 선거철만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약방의 감초처럼 '신도림역 선상역사'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루 5만 명의 이용객이 있는 시설이 지금에서야 개통됐다면 오히려 너무 늦은 것이다.

공사에 투입된 450억 원이라는 예산이 커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예산은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편익이 결과물로 도출되는 사회 인프라는 어떤 식으로든 건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같이 불이익이 도출되는 사업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2조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지만 '녹조라떼'라는 기이한 결과물이 쥐어진다면 그거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신도림역 지상역사
▲ 신도림역 신도림역 지상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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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내 손 안에 서울>에 기고한 글을 대폭, 수정 재작성하여 송고한 기사입니다.



태그:#신도림역, #신도림역선상역사, #헬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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