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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네"

가수 남진이 불렀던 '저 푸른 초원 위에'의 노랫말처럼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저런 로망이 있다. 그것을 실행하든 하지 못하든 말이다. 말 그대로 도시에서 시골로 가는 것은 복잡한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심플한 시골생활을 하고자 하는 거다.

조용한 귀향생활을 꿈꾸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귀촌과 귀향을 감행한 사람들이라면 십중팔구 시골에 가서 조용히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조용히'란 말 그대로 '시골에 가서는 무슨 일을 벌이지 않고, 편하게 살겠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노후 대책의 리스트에 '전원생활'을 올리곤 한다.

2001년도에 고향인 안성에 내려와 2005년도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함께 한 유수용씨는 수필가로서 마을을 디자인하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 유수용 수필가 2001년도에 고향인 안성에 내려와 2005년도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함께 한 유수용씨는 수필가로서 마을을 디자인하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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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보편적인(?) 심상을 마다한 여성이 있다. 그녀가 바로 지난 27일 만난, 용설호숫가(안성시 죽산면 용설리)에 보금자리를 잡고 귀향한 수필가 유수용씨다. 그럼에도 그녀의 이웃들은 그녀가 수필가란 것보다 '마을운동가' 쯤으로 생각한다.

사실은 그녀의 귀향동기부터 수상(?)했다.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어 남편이 50이 되기 전에 귀향한다'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말하자면, '도시에서 살다가 보니 시골 가고 싶어졌다'가 아니라 결혼하면서 '귀향은 계획에 있었다'는 말이다.

남편보다 아내가 귀향에 더 적극적인 이유

여기서도 남다른 귀향냄새가 이 가정에서 났다. 흔히 남편들이 귀향(귀촌)을 꿈꾸고, 아내들은 싫어하곤 한다. 시골생활이 도시생활보다 불편한 건 분명하고, 무엇보다 부엌살림과 안살림을 책임지는 주부로선 큰 각오 없이는 귀향을 결정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집은 달랐다. 남편보다 수용씨가 더 귀향에 적극적이었다는 것.

이렇게 시골로 내려오면서조차 '고향에 내려가서 뭔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한 건 수용씨였다. '고향에 쉬러 가야지'란 보편적인 정서와는 애초에 담을 쌓았을까.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강남생활을 내 힘으로 정리했다면, 시골 가서도 내 힘으로 좋은 곳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이 말을 하는 수용씨를 보면서 벌써 그녀에게서 수상한(?) 끼가 엿보인다. 끼라? 그것은 반골기질 말이다.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을 창조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 수많은 반골들의 기질 말이다.

마을주민과 함께 노력한 결과, 마을 만들기 모양이 나와

그녀의 끼는 2005년도에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수용씨보다 그 마을에 먼저 귀촌해서 자리 잡고 있던 귀촌인들(그들이 만든 '장미회') 이름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안성의제 21'에 신청을 했다.

그 후 여기저기 계획서를 내다가 마을 만들기 권역사업에 당첨이 되어 지금의 '용설호 문화마을'이 생겨났다. 용설호 문화마을은 용설호수 주변을 테마로 정한 농촌체험마을이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왔던 원주민들로선 마을 만들기 사업이 생소했을 터. 농사지어 먹고 살기 바쁜 그들에게 마을만들기 사업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놀음'이라 여겨졌던 거다. 하지만, 실제로 엄청난 예산이 마을로 떨어지니 마을사람들도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생기는 것도 어려웠지만, 생기고 나서가 더 어려웠다는 것'은 역시 설립보다 운영이 어렵다는 보편적인 진실이 적용된 게다.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함께 했던 수용씨의 다른 동역자도 결국 일이 생겨 마을을 떠나니 힘 빠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달려온 마을 만들기 10년. "아직도 부족한 건 많지만, 그나마 전국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의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그녀가 웃었다. "주민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용설호수는 이 마을의 천의 자원이며, 힐링의 핵심이자, 수필가 유수용씨가 마을을 만들어가는 아이디어의 원천이기도 하다. 용설호수 주변으로 4개 마을이 있으며, 이 마을들이 힘을 합해 농촌체험마을 권역사업을 하고 있다.
▲ 용설호수 용설호수는 이 마을의 천의 자원이며, 힐링의 핵심이자, 수필가 유수용씨가 마을을 만들어가는 아이디어의 원천이기도 하다. 용설호수 주변으로 4개 마을이 있으며, 이 마을들이 힘을 합해 농촌체험마을 권역사업을 하고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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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환경은 가만히 두면 그대로 있고 노력하면 변하더라"

여기서 잠깐. 사실, 모든 일에는 계기가 있기 마련. 그렇다면 그녀에게도 계기가 있었을까. 물론이다. 그건 주변 쓰레기 문제로부터 시작했다. 호수 주변에 쓰레기가 난립한 걸 보고, 안성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민원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호수가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호수 낚시터 공용화장실이 엉망인 것도 민원을 제기했더니 바로 시정이 되었다.

'아하. 내 주변 환경을 그냥 보고 있으면 그대로 있지만, 그걸 누군가가 시정하려고 노력하면 변하는 구나' 그때 그녀가 깨우친 그 깨달음이 '마을 만들기 사업'이라는 구체적인 꽃으로 피기 시작한 거다.

"용설리엔 용설(용서)이 있다"는 테마가 요즘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했다. 방문객들이 여기에 와서 '사람과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마을에서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지 곳'을 체험하기를 바라고 있다. 소위 '힐링 마을'이다.

사람들은 "수필가라면서 글은 언제 쓰누"라고 그녀에게 물어온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그러게"로 응수하곤 한다. 하지만, 그녀는 종이 위에 글로써 수필을 써가는 게 아니라 '내가 사는 마을'위에 마음과 몸으로써 수필을 써가고 있었던 거다.


태그:#용설호 문화마을, #유수용, #수필, #마을만들기,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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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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