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1편 "카리스마 있는 채시라'? 그것도 한 두 번이지!"에서 이어집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김현숙 역의 배우 채시라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김현숙 역의 배우 채시라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30년 넘게 최고의 위치를 지켜 왔다. 30편 이상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대상만 KBS에서 한 번, MBC에서 두 번을 받았다. 최우수연기상은 아예 지상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들어 올린 트로피만 15개다. 이 엄청난 커리어의 주인공은 바로 1984년 CF 모델로 데뷔해 올해로 31년 차를 맞은 배우 채시라다.

자랑스러워할 만한 결과다. 그러니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성공에 안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채시라는 "언제나 '저 배우가 저런 매력이 있구나'라고 발견할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가 서른 무렵, 영욕의 세월을 살아온 노인을 연기하기 위해 아이라인이며 마스카라를 다 포기하고 검버섯을 얼굴에 새겼던 것(KBS 1TV <왕과 비>)은 그 치열하고 성실한 마음가짐 덕분이었다.

"굉장히 소극적이었던 나, 연기하며 진취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의 꿈이 배우였던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잡지사의 경품 광고를 보지 않았더라면, 응모하지 않았더라면, 당첨되지 않았더라면 그는 어렸을 적 꿈꿨다던 선생님이나 발레리나, 혹은 외교관의 길을 걸었을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인생에서 원하지 않았던 방향을 가게 됐지만 점점 깊숙이 들어가면서 재미를 느꼈고, 그러다 보니 '이게 나에게 맞는 일이구나, 이걸 하라고 내가 태어난 거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채시라는 "그렇지 않았다면 중간에 도태되거나 더 이상 배우를 하지 않았을 거다. 지금까지 온 것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김현숙 역의 배우 채시라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김현숙 역의 배우 채시라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채시라의 필모그래피를 살펴 보면 영화에 비해 드라마가 압도적으로 많다. "영화와 드라마 둘 다 할 수 없으니 어느 한 쪽에만 집중해야 했는데, 그러면서 자연히 영화는 많이 못한 것 같다"는 그는 "중간에 영화를 하나 해도 계속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정말 좋은 드라마들이 러브콜을 계속 해와 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이정민


"그러면서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우연히 잡지 표지 모델이 되고, CF를 찍고,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었거든요. 이왕 이 길에 들어선 것, 잘하고 싶었고 해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굉장히 소극적이었던 아이가 어느 순간 앞에 나서야만 했고, 책임을 지고 누군가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해야만 했죠. 그 덕분에 성격도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진취적이 됐고, 굳건해졌죠."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누군가의 앞에 나서 모범이 되어야 하는 것, 그것이 채시라의 '운명'이라고 했다. 동시에 일종의 '사명감'도 생겼다. 특히 배우로서의 사명감을 이야기할 때 그의 표정은 한껏 상기됐다. 채시라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똑같은 걸 반복하거나 답습하는 걸 지양하려 했다"면서 "그렇게 해야 나도 즐겁고, 보는 분들도 즐거울 거라는 생각에 배우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조금씩 선배가 되어 가고, 후배들이 저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길을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생겼어요. 제가 만들어온 것들이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는 길이 되는 셈이니까요. 그게 부담스러웠다기보단, 선배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돌아보면 그 길이 그렇게 못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델마와 루이스' 같은 작품서 연기하고 싶다"

그가 후배 배우들에게 길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처럼, 선배 배우들도 그에게 훌륭한 귀감이 된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촬영하는 동안 채시라는 김혜자, 장미희 등 자신보다 앞서 길을 가는 선배 배우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달릴 준비를 마쳤다.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김현숙 역의 배우 채시라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배우' 채시라가 아닌 '엄마' 채시라에 얽힌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둘째 아이가 촬영하는 동안 '엄마, 우리 언제 같이 살아?'하면서 얼굴을 부빌 때가 기억난다"는 그는 "한 번은 둘째가 학교에서 '한국을 빛낸 인물' 조사를 해 오라는 숙제를 받았는데 자꾸 엄마를 써 가겠다고 하더라"며 "부끄러운 마음에 담임 선생님께 전화도 드렸다. 선생님은 '아이가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며 괜찮다고 하셨는데, 결국 내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아이를 설득해 광개토대왕을 써 가게 했다. 처음엔 난감하고 부끄러웠지만, 어쨌든 재밌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 이정민


그만큼 하고 싶은 역할도, 이루고 싶은 꿈도 많이 남았다. 언젠가는 지상파 방송사 연기대상 그랜드슬램도 해 보고 싶고, 역사의 아픔을 겪은 일본군 위안부 윤여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MBC <여명의 눈동자>(1991)도 "다시 연기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체력은 그때보다 더 좋다"고 눈빛을 빛내는 그다.

최근 여배우들이 입을 모아 '연기할 역할이 없다'고 말하는 현실에도 관심이 많다. "좀 오래된 영화지만, <델마와 루이스>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는 채시라는 "언젠가 그런 역할을 누군가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지금 내 나이에 미니시리즈에서 여자 주인공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그는 "그런 점에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김현숙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배우로서 생활하는 동안에도 얼마든지 충분히 도전적인 역할을 만날 것이고, 만들어 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걸어가는 길이 후배들에게도 길이 된다는 생각에 그런 부분에 대한 의욕은 충분한 상태죠.

배우가 나이 들어도 누군가의 엄마나 이모가 아닌,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대단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작자나 연출자들에게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이 드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요? (웃음)"

채시라 착하지 않은 여자들 왕과 비 여명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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