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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집다리골자연휴양림의 나무다리 모습. 
집다리골 자연휴양림은 춘천의 화악산 자락의 응봉(1,436m)과 촉대봉(1,125m) 사이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춘천호로 패어져 내린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다.
 춘천 집다리골자연휴양림의 나무다리 모습. 집다리골 자연휴양림은 춘천의 화악산 자락의 응봉(1,436m)과 촉대봉(1,125m) 사이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춘천호로 패어져 내린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다.
ⓒ 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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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부부가 춘천에 놀러왔다.

"춘천은 자연 휴양림이 좋은데 아직 나도 못 가봤거든. 가보자! 집다리골 자연 휴양림으로."

집에서 내비게이션을 켜니 38km, 40분이 소요된다(우리집은 소양2교 소양강 처녀상 근처다). 춘천 인형극장을 지나 '신매대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북한강이 펼쳐진다.

아이와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동생네 부부
 아이와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동생네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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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강과 하늘, 산들이 어우러져 시작부터 신이 난다. 그리고 약 20분을 달리면 춘천댐이 나타나고, 여기서부터 춘천호가 펼쳐진다.

"누나. 기가 막힌다! 춘천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네."

동생이 감탄을 연발한다. 나도 따라 신이 난다. 양쪽 창문을 모두 내리고 팔 벌려 창밖으로 내민다. 상쾌한 바람이 손을 타고 온 가슴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달려 드디어 집다리골 자연휴양림에 도착.

아이를 내려놓는 곳. 그 곳이 아이의 세상

조카 연우아 돌맹이들을 가지고 논다
 조카 연우아 돌맹이들을 가지고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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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기 좋은데 있네."

나무 아래 평상이 있어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조카(연우)는 평상 바로 옆에서 개미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내가 개미를 손 위에 올려주자 신기한듯 유심히 살펴본다. 평상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며 나뭇잎도 보고 꽃도 본다.

처음 보는 곤충들이 꽤 많은데 무섭지도 않은지 덥석 덥석 만지려한다. 개미를 다시 보자 내게 손바닥을 펴 내민다. 좀 전처럼 개미를 손바닥에 올려달라는 뜻이다. 자갈길에서는 장난감 삽을 가지고 돌을 퍼서 옆으로 옮겨 쌓는다. 그리고 몇 개의 마음에 드는 돌들을 손에 꼭 쥔다.

동생이 조금 더 아래로 계곡으로 내려가 보잔다. 차 타고 올라오면서 봤던 계곡에 돗자리를 폈다. 동생은 조카를 안고 계곡으로 갔다. 나랑 은주(올케)는 앉아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봤다. 조카는 계곡에서 아빠가 내민 장난감 양동이로 물을 퍼 담았다가 계곡에 도로 붓기를 반복한다.

"야! 물고기가 있네!"

동생이 와 보라고 손짓을 한다. 올챙이의 모양의 물고기가 있다. 연우는 물이 얼음처럼 차가운데도 차갑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물고기를 잡았다 놓아 줬다 하며 논다. 계곡 물은 물병에 담으면 생수로 보일 만큼 맑았다.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환했다. 모든 일상과 완전한 단절, 시원한 숲과 맑은 물 속에서 머리 속이 맑아졌다.

나는 돗자리에 앉아서 세 식구가 자연 속에서 보내고 있는 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은주도 아빠와 아들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같은 순간을 다른 위치에서 찍고 있다.

여기서 찍은 순간과 거기서 찍은 순간은 같다. 이 순간은 이 사진 속에서 영원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오지는 않는다. 모래 시계에서 시간이 빠져나가듯 우리의 시간들도 그렇게 빠져나가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면서도 한 없이 아쉬웠다.

연우는 그렇게 한참이나 물고기들과 시간을 보냈다. 아빠가 집에 가자고 말하자 "놔둬~~" 하며 안가겠다는 표현을 분명히 한다. "그럼 여기서 있어." 라고 말하니 "응!" 하며 고개까지 끄덕인다. 결국 엄마 아빠가 먼저 가는 모습을 취하니 "잉~" 울면서 따라 나섰다.

엄마, 아빠가 아이의 겨드랑이 사이에서 손을 빼고 아이를 내려 놓으면, 아이는 그 자리에 발을 디딘다. 그리고 그 자리가 아이의 세상이 된다. 조카는 오늘 부모가 내려 놓은 세상을 부지런히 탐색하고 느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진지하게 열심히 몰두했다.

숲에서는 나무들과 꽃들과 곤충들과 자갈길에서는 각양각색의 돌들과 계곡에서는 차가운 물과 작은 물고기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러니 한 생명에게 부모가 내려놓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저녁에는 '공지천 별빛축제'

물고기를 잡으며 시간을 보내고있는 아빠와 아들
 물고기를 잡으며 시간을 보내고있는 아빠와 아들
ⓒ 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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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공지천 별빛축제' 구경을 갔다. 조카는 사자 모양, 곰 모양, 별 모양의 별들을 앞에서서서 "우와~" 를 외치며 폴짝 폴짝 뛰었다. 막대기를 하나 주워서는 계속 끌고 다녔다.

의암호 강물을 바라보기도 했고, 공지천 넓은 공터에서 인라인을 타는 형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넓은 U자 모양의 철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미끄러졌다. '쿵쿵따! 쿵쿵따~'하며 콧노래도 흥얼거렸다. 

연우가 바라본 그 느낌, 그 감동은 아니었겠지만, 나도 조카를 따라다니며 낯선 시선으로, 새로운 감동으로 춘천을 느꼈다. 연우가 다음에 개미를 만나도 손바닥을 내밀까? 기대된다!


태그:#집다리골자연휴양림, #춘천,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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