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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2명 추가로 발생해 국내 메르스 감염 환자는 첫 환자 발생 이후 8일만에 7명으로 늘었다. 28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2명 추가로 발생해 국내 메르스 감염 환자는 첫 환자 발생 이후 8일만에 7명으로 늘었다. 28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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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9일 오후 7시 18분]

중국으로 출국한 한국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 환자가 결국 감염자로 확인됐다.

한국과 중국 보건당국은 29일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시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한국인 남성 K(44)씨가 중국 정부의 검체 확인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각각 발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신종 바이러스질환인 메르스 환자 2명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K씨까지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국내 메르스 감염자는 모두 10명으로 늘었다. 국내에서 첫 확진 판정이 난 지 9일 만이다. 현재 격리자는 120명이지만,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비격리자 가운데 또다시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판정 번복 사례까지 발견되면서 사실상 정부 당국이 '통제 불능' 상태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미 메르스 감염이 의심됐던 K씨가 중국으로 출국하는 등 정부 당국은 질병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메르스와 관련한 근거 없는 괴소문까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첫 환자 의료진·같은 병동 환자 추가 확인... 기존 환자 1명 위중

K씨 외에 이날 오전 추가로 확인된 2명의 환자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인 A(68)씨를 치료하던 의료진과 A씨와 같은 병동을 사용하던 환자였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A씨를 진료했던 의료진 H(30·여)씨와 A씨와 같은 병동의 다른 병실에 입원한 I(56)씨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메르스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가 지난 12일과 14, 15일에 처음 외래 방문한 병원의 간호사로 진료에 참여했던 H씨는 지난 26일 1차 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28일 검체를 다시 채취해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이 번복됐다.

I씨는 A씨가 지난 15~17일 머문 두 번째 병원의 같은 병동에서 입원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다. 이후 다른 병원으로 전원 돼 치료받던 중 시행한 검사에서 메르스 감염 판정을 받았다.

특히 H씨는 환자 밀접 접촉자로 보건당국의 자가 격리 대상자였던 반면, I씨는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다. I씨는 전날(28일) 비격리자로 발병이 확인된 F(71)씨에 이어, 당국의 격리나 관찰을 받지 않은 가운데 확진 판정을 받은 두 번째 사례가 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F씨는 건강 상태가 악화돼 기관 삽관을 통해 기계 호흡 치료를 받고 있다.

H시와 I씨 모두 첫 환자 A씨로부터 직접 감염된 2차 감염 환자다. 복지부는 현재까지 3차 감염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후 메르스 감염자로 확정된 K씨와 밀접 접촉한 42명을 포함해 격리 관찰 대상자는 120명이라고 전했다.

K씨의 가족을 비롯해 직장 동료, 항공기 승무원과 주변 승객 등을 대상으로 발열 여부 등을 체크하고 있지만, K씨가 메르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격리 관찰 대상자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첫 환자 발생 9일 만에... '통제 불능' 속 메르스 괴소문 확산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와 공포감이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한 근거 없는 괴소문까지 SNS를 타고 급속히 퍼지고 있다. 시민들이 인터넷 상에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각종 허위사실과 함께 특정 병원을 지목, 아무런 근거 없이 이 병원을 기피해야 한다 식의 소문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SNS에는 "[전달사항] 당분간 OOOOO병원에 가지마세요. 6번 환자가 오늘 새벽 OO거쳐 OOOOO왔다가 메르스 확진 나서 지정격리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OOOOO병원 icu(집중치료실)폐쇄되었다고 하니, 혹여나 병원근처엔 안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글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6번째 메르스 환자는 전날(28일) 확진 판정을 받은 F씨를 말한다. F씨는 첫 번째 감염 환자인 A씨와 같은 병동에 있었지만, 10m 떨어진 다른 병실에 입원해 진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F씨를 '긴밀 접촉자'로 보지 않았고 자가 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해당 병원 측은 "F씨가 온 것은 맞지만 ICU 폐쇄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NS에는 또 "평택 수원에 지금 메르스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좀 나왔는데 굉장히 전염이 잘 되고 치사율이 무려 40프로, 백신 없고 치료법 없고 접촉만으로도 감염된답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긴급재난 1호 상황이라고 실시간 뉴스 뜨고 있답니다" 등 특정 지역을 거론한 글이나,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도 떠돌고 있다.

3번째 감염자인 C(76)씨가 지난 16일 A씨와 평택의 한 병원에서 2인실을 사용하다가 수원의 병원으로 이송, 치료를 받은 것을 두고 작성된 글로 보인다.

또한 "중국서 격리된 한국인 메르스 환자가 OO직원"이라며 특정 기업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다. 이날 MLB파크 등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중국으로 출국한 한국인 메르스 환자 신상이 중국 언론에 공개됐는데, 오산 L*이*텍의 LED **관리부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 기업은 "중국에 있는 환자는 우리 직원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메르스 감염자 첫 발생 이후 SNS 등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이병관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헬스커뮤니케이션 전공)는 "위험상황에서 루머나 괴담 등이 나올 수 있는데,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바이러스를 막지 않으면 더 퍼질 것이고, 루머도 이쯤에서 초기에 막지 않으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병관 교수는 또 "리스크 상황에서 많은 정보가 유통되지만, 사람들은 부정적인 정보에 더 의존하는 성향이 있다"면서 "SNS는 평시에 여론형성 역할을 하지 못하다가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영향력이 커지고 그대로 두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된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어 "루머는 일부분인데 언론이 더 부각시켜서 눈덩이처럼 키우는 경우가 있다"면서 "루머 확산 문제에 대해 정부가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정부가 적극 나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허술한 초기 대응이 사태 키웠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중앙 메르스 관리 대책본부에서 열린 메르스 일일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중앙 메르스 관리 대책본부에서 열린 메르스 일일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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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의 허술한 초기 대응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20일 첫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이후 접촉자들을 조사하면서 보건당국이 격리병상 입원을 권유하지 않고 자택 격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3번째 감염자인 C씨의 딸 B(46)씨가 아버지를 병문안 한 뒤 자신도 검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당국은 이를 무시했다. 보건당국은 B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뒤늦게 격리대상자에 한해 '원하는 경우 시설 격리를 허용한다'고 방침을 바꿨다.

처음부터 시설 격리를 적극 추진했다면 의심환자의 해외 출국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날(28일) 중국으로 출국한 K씨 역시 지난 16일 아버지 C씨를 병문안하고 온 뒤 의심증상인 발열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보건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K씨는 중국으로 출국한 26일까지 11일간 통제 없이 일상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항공기에 함께 탄 내·외국인 승객 160여명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승객들 중에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메르스 확진 환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항공기의 경우 좁고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탑승한다는 특성 때문에 호흡기 질환의 전파가 매우 용이하다. 보건당국이 탑승객 명단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해외에 체류 중인 승객을 일일이 찾아내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애초에 자택 격리 대상자의 출국정보 등을 정부 차원에서 공유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관련 기관의 유기적 공조를 통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응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채 복지부 중심의 대처만 이뤄지다 보니,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이 늦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메르스 환자의 밀접 접촉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 당사자와 의료진의 협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만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료진과 의심환자가 협조 의무를 위반할 경우 법이 정한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진이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의심자가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경우 각각 200만 원의 벌금을, 의심자가 자가 격리를 거부할 경우 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태그:#메르스, #괴담,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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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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