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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경상수지 수입이 불확실하다'며 면밀한 검토를 주문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다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보고서가 엉터리로 작성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인천관광공사 설립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부평 갑) 의원이 5월 25일 오전 "인천관광공사의 부활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 의원은 "통폐합의 교훈 잊지 말고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낙하산 인사 차단하고 내실 있는 경영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천 관광산업의 도약을 위해 인천관광공사가 부활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환영 이유로 문 의원은 "인천은 배후에 2000만 명이 거주하는 우수한 접근성과 풍부한 관광자원, 한류 열풍에 힘입어 국제적 관광도시로 도약하고 있지만, 관광공사 부재로 관광자원과 상품 개발, 국내외 마케팅 부분에서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한 뒤 "그런 만큼 인천관광공사는 인천의 특색을 담은 관광상품과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관광수요를 인천경제 활성화로 연결할 수 있게 내실 있게 운영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끝으로 "과거 인천관광공사가 방만한 운영과 부채비율 급증으로 인천도시개발공사와 통합됐던 점을 교훈으로 삼아 불요불급한 사업, 전시성 사업을 지양하고, 측근 챙기기용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차단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표 후, 그동안 인천관광공사 설립 절차의 위법성과 '엉터리' 경상수지 분석을 지적한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어처구니없고,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문 의원을 비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 관계자 또한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인천관광공사 설립 과정과 설립 이후를 분석하기는커녕 지역에 전혀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하고 토론회를 진행하는 동안 대체 무엇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또한 "관광공사 설립 절차의 위법성, 경상수지 분석 오류, 인천도시공사 부채비율과 시 재정위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혀 모르고 발표한 성명"이라고 한 뒤 "당초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 쪽이 시민사회에 인천관광공사 설립의 문제점을 가지고 토론회를 열자고 했는데, 문 의원 성명 발표 후 취소했다. 어처구니없고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덧붙였다.

당혹스럽기는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도 마찬가지다. 인천시당 당직자 A씨는 "문 의원의 개인적인 소견"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A씨는 "인천시당의 입장이 아니라 문 의원 개인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당 다른 관계자는 "당혹스럽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성명을 발표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 경선 때 관광공사 부활이 문 의원의 공약사항이라서 동의했다고 알려졌는데, 그래도 경솔했다"고 말했다.

인천시당은 정책위원장인 윤관석 국회의원이 귀국하는 대로 인천관광공사 설립과 관련한 인천시당의 공식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문 의원, 비판 확산 되자 '조건부 찬성'에서 '반대'

시민사회와 당내 비판이 확산되자, 문 의원은 5월 28일 성명을 또 발표했다. '조건부 찬성 형태'로 한 발 물러나긴 했지만, 인천관광공사 설립 찬성에는 변함이 없었다.

문 의원은 "인천이 근대문물의 최초 유입지이고 선사고고학의 보고이며, 백제와 고려의 역사가 깃든 지역특성에 따라 근대문화와 역사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해양도시라는 이점을 활용해 섬 여행, 해양레저까지 관광 상품을 특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여행 실태조사'에서 인천은 16개 특별·광역시도 중 '방문지 관광만족도 꼴찌', '재방문 의향 꼴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 꼴찌'였다"며 "좋은 조건을 활용해 인천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다시 선순환 지역경제발전 구조로 안착하게 관광공사를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다만 "인천관광공사가 부실 방만 경영이라는 과거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반드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운영해야한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문 의원은 "인천관광공사는 과거 밀라노 디자인시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자본금마저 다 날린 채 철수했고, 호텔과 컨벤션 사업으로 인해 과도한 부채도 짊어져야했다"며 "새롭게 출범할 인천관광공사는 개발·수익사업을 중심에 두는 게 아니라, 관광 아이디어와 상품 개발, 관광산업 투자 유치, 국내외 관광마케팅, 지자체 관광·홍보사업 지원 등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운영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문병호 의원이 '조건부 찬성'이라는 2차 성명을 발표했지만, 시민사회와 인천시당 내 비판은 오히려 더 확산됐다. 결국 문 의원은 '유정복 시장식 관광공사에 찬성할 수 없다'는 3차 성명을 발표했다. 한 사안에 대해 3번에 걸쳐 성명을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문 의원은 28일 오후 "유정복 시장의 묻지마식 관광공사 부활방식에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 또, '부채는 부채대로 늘어나고, 관광산업은 여전히 침체'하게 만드는 현행방식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며 "인천이 관광선호도 전국 꼴찌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부활방안을 마련해서 인천관광공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인천관광공사, #인천시, #유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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