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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얕은 재미'를 기치로 내건, 큐레이션 서비스 업체 <피키캐스트(아래 피키)>의 콘텐츠 제목들이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시작해 서비스 출시 후 반년도 채되지 않아 100만 유저 돌파, 하루 평균 앱 방문자수 120만 명 등 떠오르는 강자인 '피키캐스트'를 현 저널리즘의 대안 또는 혁신으로 볼 수 있을까.

28일 오후 서울 서강대에서는 피키와 위키트리, 인사이트 등으로 대표되는 큐레이션 업체가 향후 디지털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폭넓게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장,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 팀장,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
▲ 피키캐스트는 디지털 생태계 어떤 영향 미칠까 28일 오후 서울 서강대에서는 피키와 위키트리, 인사이트 등으로 대표되는 큐레이션 업체가 향후 디지털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폭넓게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장,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 팀장,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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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큐레이션'이란 기존 뉴스를 사용자의 관심에 맞게 재가공·배치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누리꾼과 언론사가 만든 콘텐츠를 무단 복제·도용한다는 비판도 있어왔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서강대에서는 피키와 위키트리, 인사이트 등으로 대표되는 큐레이션 업체가 향후 디지털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폭넓게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문화연대 주최로 열린 '디지털 생태계 진단 포럼'에는 미디어지를 비롯해 한겨레·동아일보·SBS 등 다양한 언론사 기자들이 여럿 참석했으며, 토론자로도 슬로우뉴스·블로터미디어랩 등 현업 언론인들이 나서 열띤 토론을 펼쳤다. 피키를 놓고 오가는 날선 공방 속에서 급성장에 대한 부러움과 무단도용에 대한 분노,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 각 언론사의 복잡한 심경이 엿보였다.   

'우주의 얕은 재미'를 기치로 내건, 큐레이션 서비스 업체<피키캐스트>는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서비스 출시 1년도 채 안돼 급성장했지만 일각에선 누리꾼과 언론사가 만든 콘텐츠를 무단 복제·도용한다는 비판도 크다.
▲ 피키캐스트는 공공의 적? '우주의 얕은 재미'를 기치로 내건, 큐레이션 서비스 업체<피키캐스트>는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서비스 출시 1년도 채 안돼 급성장했지만 일각에선 누리꾼과 언론사가 만든 콘텐츠를 무단 복제·도용한다는 비판도 크다.
ⓒ 피키캐스트 페북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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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키는 특히 모바일로 뉴스를 보는 젊은 층에서 환영받고 있다. 주제 발표자인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피키가 "1030 세대를 표적화해 연성화 앱 뉴스를 제공하는 3차 뉴스콘텐츠 큐레이터"라고 정의했다. 1차가 직접 뉴스를 제작하는 기존 언론사를 뜻한다면, 2차는 이런 뉴스를 재배열하는 다음·네이버 등 포털서비스를 지칭한다.

2013년 사업을 시작한 피키는 1년이 채 안 돼 누적매출이 532억 원에 달했고(2014년 3분기), 현재는 '옐로모바일'에 인수돼 콘텐츠·뉴미디어 부문 중간지주 회사로 자리 잡았다. 또 홈페이지의 자사 소개란에는 '미디어'란 말을 쓰지 않지만, 내부에는 자체 뉴스룸을 따로 꾸리며 카드뉴스를 지속적으로 발행하고 있어 미디어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광석 교수는 "(피키는) 결국 남의 재산권을 가져와서 자기의 이윤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기존 뉴스에 대한 새 해석이나 창작은 없는 '퇴행적 모사'가 피키가 하는 복제 방식이다, 이는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피키가 누리꾼들의 창작물까지 갈취하고 있다며 여기에 문화적 보상책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양한 평가 속에 "콘텐츠 복제는 잘못" 다수 동의

두 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는 피키와 관련해 미디어 창작자의 관점과 소비자의 관점 등에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그러나 토론자 다수가 현재 피키의 운영방식이 옳지 않다는 데 동의하면서, 피키 자체의 방향 전환과 함께 언론사 자체 혁신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장은 피키의 수익 창출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자신들은 이미 복제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본인 저작물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결과물을 냈다면 그도 다시 도움을 주는 것이 창작 생태계를 키우는 모델"이라며 "피키도 재복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은 미디어 창작자의 관점에서 피키를 평했다. 그는 "누리꾼은 물론이고 CNN, 유튜브 등 전세계 모든 콘텐츠를 가져오는 피키의 행위는 토론이 필요 없을만큼 명확한 도둑질"이라며 '소매치기 미디어'라고 일갈했다. 이어 "재산권 침해도 문제지만, 피키는 창작자의 땀과 눈물이 담긴 콘텐츠를 손쉽게 가져온다는 점에서 저작인격권도 말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는 피키와 관련해 미디어 창작자의 관점과 소비자의 관점 등에서 다양한 논의가 오갔으나, 토론자 다수가 현재 피키의 운영방식이 옳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 사진은 피키캐스트 웹 콘텐츠 화면.
▲ "피키캐스트, 방향 전환 필요해" 두 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는 피키와 관련해 미디어 창작자의 관점과 소비자의 관점 등에서 다양한 논의가 오갔으나, 토론자 다수가 현재 피키의 운영방식이 옳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 사진은 피키캐스트 웹 콘텐츠 화면.
ⓒ 피키캐스트 웹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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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는 "뉴스와 오락 콘텐츠는 구분해야 한다"면서도 "피키가 콘텐츠를 훔쳐온 게 잘못은 맞다. 과거 문제 됐던 것들을 빨리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가 어뷰징(검색어 낚시) 기사를 만들었듯, '얕은 재미'를 원하는 대중이 현재를 만든 것"이라고 피키의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반면 미디어 이용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대표는 "과거엔 매스미디어가 뉴스를 선정했지만 이젠 소수의 관심사도 뉴스가 될 수 있다"며 "뉴스의 기준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팩트 체킹과 탐사보도를 요구할 수 있으나, 오히려 기존 콘텐츠를 재배열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피키, 사회적 기여 필요... 언론사도 자체 혁신 고민해야" 

토론자 대부분은 피키캐스트가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기여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적 큐레이션 '버즈피드'처럼 내부연구소 제작 등 사회적 보상에 나서야(이광석)", "탐사보도 등 저널리즘을 시작해야(이성규)",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에 의해 이용되기 전에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강정수)"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특히 "현 언론사들이 질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므로 이를 모으는 컨소시엄(공동참여) 형태의 모바일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그런 식으로 시사에 관심 없는 젊은 층에 다가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은 네이버 등 포털과 또 다른 뉴스큐레이션에 막혀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 또한 "단순 트래픽이 많다고 해서 (피키에) 위협을 느낄 필요는 없다"며 "모바일 메신저 시대, 이용자에게 유익한 코드를 통해 접근하면서도 어떻게 사회적 의제를 던져 그들 생활을 바꿔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언론사 자체의 혁신을 주문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피키캐스트 복제, #피키캐스트 , #뉴스 큐레이션, #무단 복제 논란, #콘텐츠 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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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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