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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의 경제적 선순환은 결국 민간에서 자립과 자급의 근거를 어떻게 만드느냐의 문제와 연결된다. 자립이란 스스로 서는 것을, 자급이란 스스로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좋은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라고 하다니 사회적 기업은 숙명적으로 여러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이 길을 기왕에 가고자 뜻을 정했다면 즐겁고 재미있게, 함께 어려움을 해쳐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사회적기업의 경제적 선순환도 이렇게 '함께 하는'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첫째 키워드는 근래 급격하게 유행하고 있는 '플랫폼 형성'이다. 원래 플랫폼은 무언가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의 의미를 가진다. 본래 기차를 승·하차하는 공간이나 강사, 음악 지휘자, 선수 등이 사용하는 무대·강단 등을 뜻했으나 그 의미가 확대되어 특정 장치나 시스템 등에서 이를 구성하는 기초가 되는 틀 또는 골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노규성(2014).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 북스 인용>.

이 영역에서 플랫폼을 구성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도록, 가진 재능이나 물품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첩적으로 쌓인 가치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이러한 플랫폼도 자본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것 같다. 소위 플랫폼 장사를 하는 이들이 시민들의 선한 의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경제를 효과적으로 확장 위해서는 플랫폼을 '함께' 장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성과 또한 모두의 것으로 가져가야 한다.

두 번째 키워드는 '가치 증명'이다. 가끔 내가 선한 일을 하는데 왜 사람들은 날 알아주지 않느냐고 하는 볼멘소리를 듣게 된다. 물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은 돕고 거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설득하지 못하면 자기만족에 그치게 된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고객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되는 일이다.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사회적 가치를 증명할 많은 지표들이 연구되고 개발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지표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당사자 스스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선포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기존의 시장방식과는 다르게 연대 해나가겠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 약속을 하는 것이다. 기왕이면 함께 지역에서 행동하면 좋겠다. 이러한 노력과 신뢰 형성을 통해 우리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사람'이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업들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는 것 같다. 우선 지역에는 사람이 없다고 하고,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인건비를 투입하지 않는다. 사업을 하라고 하면서 활동비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나마도 좋은 일이니 우선 희생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상대가 동의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암묵적 동의라는 것이 강제되고 있지 않는지 이 영역에서 조차도 열정 페이를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적정 기술이 유행인데 사람에 대한 적절한 투자도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답이고 답이 되어야 한다. 시스템 이전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통해 연결될 수 있다. 연결을 통해 필요를 발견 수 있다.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사회적경제다. 이렇게 사회적기업의 경제적 선순환이 되려면 사람의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발간하는 격월간 매거진 <36.5>의 2015년 5+6월호(17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회적경제, #플랫폼, #가치 증명,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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