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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최하는 언론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토론회
▲ NCCK 언론위원회 연속토론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최하는 언론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토론회
ⓒ 장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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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사장의 해임과 KBS 내부 기자들의 반성 그리고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도록 변하겠다!"는 KBS 구성원들의 각오는 1년이 지난 지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변한 것은 사장의 이름 세 글자뿐이다.

작년 5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오보와 정부 발표에 대한 받아쓰기, 참사 가족들의 울분과 고통을 외면한 KBS의 부실 보도가 비판의 중심에 섰다. 그해 5월 KBS 사내 막내급 기자들의 잇따른 반성문이 내외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 와중에 길영환 사장의 보도 개입이 전해지면서 KBS는 사장 해임이라는 초유의 국면을 맞았다.

KBS가 공영방송으로 나갈 수 있는 쇄신의 길을 세월호 참사가 열어준 셈이다. 그러나 그 후 1년, KBS의 방송 태도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지난 5월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가 개최한 'KBS 수신료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언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무언가를 해야 했지만 변한 것이 없었다. KBS는 지난 1년 동안, 두 번에 걸쳐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KBS는 정말 다큐멘터리를 잘 만든다. 그런데 턱도 없는 게 나왔다. 보도의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도, 정부의 대응과 문제점도 없었다. 가족들의 눈물과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그저 이런저런 내용들이었다. 소위 '급'이 나서서 진두지휘하고 만들었어야 할 프로그램이 막내 피디에게, 물론 혼자 열심히 했지만, 맡기고 퉁 쳐버린 경우다."_ 임유철 독립 피디

청와대 발표 받아쓰기 여전

조대현 사장 취임 후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뉴스가 달라지긴 했다. 훼손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경제와 노동뉴스가 나아졌다." 정홍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의 말처럼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이완구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는 큰 파장을 일으켰고, '총리 후보자 양도소득세 논란...날마다 바뀌는 해명' 등의 단독 리포트는 길환영 사장 때 볼 수 없었던 보도다.

그러나 '청와대'만은 예외다. 지난 3월 22일부터 5월 22일까지 2달에 걸쳐 KBS <뉴스9>의 보도를 분석한 정홍규 간사는 말했다.

"대통령 관련 보도가 총 43건이었고 하루 평균 0.7건으로 작년 1월부터 2월까지 보도된 평균 리포트 건수(0.97건)나 순서를 봐도 확실히 줄었다. 하지만 대통령과 관련한 독자적인 문제 제기나 논쟁적인 이슈 제기, 기획 취재나 탐사 보도는 전혀 없었다."

보도된 43건 중 기획 취재는 전혀 없으며 모두 대통령의 일정이나 발언 혹은 청와대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이 같은 받아쓰기 행태는 같은 언론 종사자들에게도 KBS가 신뢰를 얻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젊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됐고 전화면접(CATI)과 모바일, 이메일 조사를 병행 실시해 380명 중 122명이 응답했다고 밝혔다) KBS의 경우 8.2%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SBS(40.2%), JTBC(16.4%), 없다(13.6%)라는 대답과 YTN(9.0%)에 이어 5번째다. 종편인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1.6%의 응답자가 선택했고, MBC와 MBN을 신뢰하는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덜 열 받게 하는 것에 위안 삼아야 하나?

"동정 기사만 있고 기획 기사는 없는 전형적인 1980년대 땡'전' 뉴스다. 경제와 노동문제를 다루는 뉴스가 좀 나아졌다고 위안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 청와대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는 것을 기자가 쓰는 기사라고 보긴 어렵지 않는가? KBS 수신료를 내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김춘효 박사(전국언론노조 정책위원)

김춘효 박사는 이 같은 문제점이 지배 구조 때문이라며 "정치 권력과 미디어 권력의 권·언 유착 관계가 제도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박사는 "집권 세력 입맛에 따라 최고 의결 기구인 이사회 인권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별 다수제 도입과 사장 추천위원회 구성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며 "언론단체, 시민단체, 방송종사자 대표 그리고 방송 전문가 등 공영방송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 사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도 "(제도 개선과 함께) 공영방송이 민주주의 3대 원칙인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지배구조와 프로그램 제작 편성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공영방송의 정의와 역할을 방송법에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준희 박사(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는 "언론 개혁을 위한 많은 논의가 지난 7~8년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여전했다"며 "제도적 정비보다는 정치 의제화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지만 의원들이 의지도 관심도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정치 의제화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는 지난 14일 논의한 'MBC 보도 문제' 1차 토론회와 이번 2차 토론회 내용을 6월 중 개최될 동 위원회 내부 토론회에 상정해 정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상정된 정책은 오는 8월과 9월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을 앞두고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것으로, 회원 교회와 공유하고 언론의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압력 단체의 역할이 되도록 사용할 계획이다.


태그:#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NC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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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메여 있다는 것은 사람이든, 조직이든 줄을 잡고 있는 이의 방향과 눈치를 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조직을 떠나 비교적 자유로워지니 이제 메이지 않은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진솔한 이야기를 다른 이와 이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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