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7.5%(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SBS 수목드라마 <가면>이 단 2회 만에 1.7%P나 상승한 9.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수목드라마 대전에서 1위 자리를 굳혔다.

<가면>은 2013년 방영된 KBS 2TV <비밀> 최호철 작가의 차기작이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단 2회를 방영한 것에 불과하지만 <가면>은 어딘가 <비밀> 같아 보인다. 하지만 <비밀>을 함께 했던 유보라 작가나 이응복 PD의 부재 때문인지 완전히 <비밀> 같아 보이진 않았다.

<비밀>인 듯한 <가면>...어쩐지 본 것 같은 네 명의 주인공들


무엇보다 비슷한 것은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다. 대기업 회장의 외아들인 남자 주인공의 친모는 사연을 가진 채 죽었다. 남자 주인공은 그런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해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는다. 기업을 물려받기엔 한없이 부족한 능력에, 관심조차도 그다지 없다.

게다가 그는 우연히 스쳐가는 여자를 친모로 오해해 선약을 어기면서까지 쫓아가는 등 충동적으로 벌이는 일들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신임을 받기에도 힘든 위치에 놓여있다. 거기에 아버지는 사업적으로 무관심한 아들을 미더워하지 않고, 어머니는 말만 어머니지 자신이 낳지 않은 후계 구도 1순위의 그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불안정함은 <비밀>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을 죽게 한 강유정(황정음 분)에 대한 집착을 보인 조민혁(지성 분), 그리고 <가면>에서 병적이리만큼 강박증에 빠진 최민우(주지훈 분)의 캐릭터를 쉽게 설득시키는 이유가 되었다.

성과도 같은 집에 살지만 늘 불행한 남자 주인공과 만나게 되는 여자 주인공은 가난한 집의 딸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무능력해서 딸에게 빚과, 그 빚을 받기 위한 사채업자들의 가학적인 독촉만을 남겨준 아버지를 뒀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적 그늘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던 여자 주인공은 뜻하지 않는 사건으로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이는 <비밀>에서 강유정이 순정을 다 바쳤던 남자인 안도훈(배수빈 분)이 일으킨 교통사고요, <가면>에서는 변지숙(수애 분)과 똑같은 얼굴을 지닌 국회의원의 딸 서은하가 의식 불명에 빠진 뒤 변지숙이 당하는 교통사고다. 이 두 건의 교통사고는 <비밀>의 강유정, 그리고 <가면>의 변지숙의 삶을 극적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이렇게 극과 극의 조건을 가진 두 주인공 사이에, 또 한 남자가 있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났지만 야망만은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는, <비밀>의 안도훈과 <가면>의 민석훈(연정훈 분)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욕망을 끊임없이 합리화하고, 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 '합목적적' 인간은 <비밀>과 <가면>의 두 주인공을 이끄는 사건의 또 다른 추동력이다.

<비밀>의 조민혁을 집요한 복수의 화신으로 몰아간 것은 결국 따지고 보면 안도훈의 교통사고가 원인이었고, 강유정을 비극적 운명으로 몰아넣은 것 역시 그것을 덮으려는 안도훈의 욕망이었다. 마찬가지로 스치듯 지나갈 수 있었던 <가면>의 최민우와 변지숙을 한 운명 속으로 몰아넣은 것은 민석훈의 야망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야망에 불을 지피는 건 주인공과 애증의 관계에 놓인 여자들로, <비밀>의 신세연(이다희 분)과 <가면>의 최미연(유인영 분)이다.

부조리한 재벌가와 그 '부'를 욕심내는 야망의 남자, 운명적으로 거기에 얽혀 들게 된 가난하지만 순수한 여자. 그렇게 <비밀>과 <가면>의 얼개는 유사하게 짜여 있다.

<비밀>이 아닌 듯한 <가면>...통속극에 '코미디'를 섞었다?


이렇게 흡사한 얼개에도 <가면>과 <비밀>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안도훈의 교통사고로 시작된 <비밀>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가고자 하는 '스릴러'로 시작된다. 거기에 사랑하는 이를 죽인 강유정에 대한 조민혁의 집착에서 비롯된 치명적 멜로가 이어진다. 그에 반해, <가면>은 통속극으로서의 분위기를 분명하게 드리운다. 거기에 뜬금없이 최민우의 코믹한 모습이 얹힌다.

이는 드라마가 너무 통속적이고 진부하게 느껴질 것을 걱정한 제작진의 장치였을까, 아니면 <비밀>의 조민혁과는 차별성을 두어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이었을까? 주말 드라마나 아침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재벌가의 암투를 전면에 내세우고, 거기에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은 역시나 어디선가 본 듯한 전형적 구도다. 하지만 <가면>은 그런 '통속극'의 얼개를 비틀어 최민우의 정신적 불안과 최민우와 변지숙과의 만남에 코믹 포인트를 두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 장르적 진부함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자연스럽게 조화되기보다는 그저 '낯설게 하기'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속극과 코미디라는 이질적인 두 장르를 조합하려 하지만, 이것이 두 장르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섞어 넣음' 수준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비록 이후의 전개가 뻔히 예상되는 통속극의 얼개, 그리고 아직은 어색한 코믹한 설정을 가지고 있더라도 <가면>은 다음 회가 기다려지는 드라마다. 그것은 스릴러든 멜로든, 혹은 통속극이든 코미디든 작품을 이끌어 가는 남녀 주인공들의 매력적인 캐릭터에 기인한 바가 크다.

치명적이면서도 허당 같은 최민우와 삶의 애착을 놓지 않으면서도 당돌한 변지숙, 그리고 믿음직스러우면서도 야먕의 그림자가 짙은 민석훈과 그런 그에게 집착하면서도 언제라도 깨질 것 같은 최미연까지. 네 사람의 캐릭터와 연기의 질감만으로도, <가면>은 높은 기대를 걸 만한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