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법 당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수사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미국 사법 당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수사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리 혐의로 기소한 미국 법무부의 공소장에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치 경쟁서 이뤄진 '검은 뒷거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스포츠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AP, CNN 등 주요 외신이 28일(한국시각) 공개한 미 법무부 기소 내용에 따르면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유치를 위해 투표권을 행사할 FIFA 집행위원들에게 1000만 달러(110억 원)를 뇌물로 제공했다. 당시 FIFA 부회장이었던 잭 워너(트리니다드 토바고)가 남아공 유치위원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전달책' 역할을 했다.

워너 전 부회장은 다른 집행위원들에게도 남아공이 뇌물을 준비하고 있다며 표를 요구했고, 이를 통해 유치 과정에서 남아공이 최소 세 표를 부정한 방법으로 얻었다는 게 미국 검찰의 주장이다.

또한 FIFA 관계자가 2008년 1월 1000만 달러를 FIFA의 스위스 금융계좌에서 미국 뉴욕을 거쳐 워너 전 부회장의 계좌로 입금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는 FIFA가 남아공에 보내야 할 돈이지만 워너 전 부회장이 받아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워너 전 부회장은 FIFA 회장 선거에도 개입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2011년 새 회장 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로부터 연설할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그 대가로 36만여 달러를 받은 혐의다. 워너 전 부회장은 연설에 참석한 인사들에게 4만 달러가 든 현금 봉투도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남아공 월드컵 유치 경쟁에서는 고전적 수법이 쓰였지만, 미국 검찰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유치 경쟁에서 훨씬 더 복잡한 첨단 금융기법으로 뇌물 수수와 돈세탁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FIFA 수사 놓고 미국-러시아 '입씨름'

미국 검찰의 칼끝이 러시아 월드컵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러시아가 발끈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FIFA가 비리를 저질렀다고 해도 미국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라면서 "러시아의 월드컵 개최를 지지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미국이 FIFA 임원들을 체포한 것은 사법권 밖에서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른 것"이라면서 "미국은 심판 역할을 그만하고 국제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 검찰은 미국 방송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막대한 규모의 월드컵 중계권료를 FIFA에 지불하고 있으므로, FIFA의 비리는 곧 미국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FIFA 본부가 스위스에 있지만 비리 임원들이 미국에서 뇌물 수수를 논의했고, 미국 은행을 통해 뇌물을 주고받거나 돈세탁을 했기 때문에 미국 법에 따라 기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5선 도전' 블래터 회장 "비리는 일부 개인의 문제"

오는 29일 FIFA 총회에서 5선에 도전하는 블래터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FIFA는 신뢰를 잃었다"라면서 "비리를 없애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비리는 일부 개인의 행동 탓이며, 내가 모든 것을 감독할 수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블래터 회장은 "미국과 스위스 정부의 수사는 FIFA와 축구계가 부패와의 연결 고리를 끊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련 당국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8년 6월 FIFA 회장직에 올라 17년째 축구계 최고의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블래터 회장은 온갖 부패 의혹과 지나친 장기 집권이라는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5선 도전을 선언했다.

FIFA는 예정대로 총회를 열고 새 회장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대로 새 회장을 뽑을 수 없다면서 총회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 블래터 회장의 지지 기반이 워낙 탄탄해 큰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5선에 성공할 전망이다.

그러자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은 "블래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UEFA 회원국들끼리 특별 회의를 열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이 FIFA 주관 경기를 보이콧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수를 던졌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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