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지옥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한화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31)가 1군 복귀 후 2연승을 기록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탈보트는 지난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 6⅔이닝 4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로 한화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탈보트의 올 시즌 두 번째 퀼리티스타트 경기이자, 올 시즌 한화의 세 번째 팀 영봉승이기도 했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KIA에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탈보트는 올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낙점되며 한화의 명실상부한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시즌 초반 한화가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정상적인 전력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탈보트의 로테이션을 세 차례나 앞당겨서 등판시킬 정도로 벤치의 신뢰도 컸다.

하지만 지나친 부담감이 되레 독이 됐을까. 탈보트의 초반 행보는 순탄하지 못했다. 시즌 첫 등판이던 3월 28일 넥센전에서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이후 탈보트는 빡빡한 등판 일정 속에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내용이 나빠졌다.

급기야 지난 4월 12일 사직 롯데전부터 5월 10일 잠실 두산전까지 다섯 경기 동안 승리 없이 3패만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자책점은 한때 9.26까지 치솟았다. 1선발이자 외국인 투수로서는 믿기 어려운 참혹한 성적표였다. 설상가상으로 10일 두산전에서는 감정조절에 실패해 심판의 보크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벌어졌다. 결국 김성근 한화 감독은 2군행을 지시하며 탈보트를 잠시 전력에서 제외해야 했다.

일각에서는 탈보트의 조기 퇴출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가 탈보트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이 이미 먼저 퇴출된 상황에서 탈보트마저 내칠 경우 이미 외국인 선수 영입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던 구단으로서는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은 탈보트는 2군에서 구위를 가다듬은 후 약 열흘 만에 1군 무대로 복귀했다.

사실상 마지막 테스트 무대였던 지난 21일 문학 SK전에서 탈보트는 이전 등판과 달라진 집중력을 선보이며 5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 4월 2일 두산전 이후 일곱 경기 만에 승수를 쌓았다. SK전도 5회 이후 갑자기 제구력이 흔들리며 투구수가 늘어나지 않았다면 7회 이상도 던질 수 있었던 페이스였다. 탈보트의 복귀전에서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뽑아준 타선의 지원도 든든한 힘이 됐다.

선발진 안정세 한화... 중위권 진입 토대 마련

자신감을 되찾은 탈보트는 지난 28일 KIA전에서는 그야말로 모처럼 에이스다운 위용을 발휘했다. 초반 매 이닝마다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끝까지 실점을 허용하지않는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그동안 주자가 나갈 때마다 눈에 띄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동료들을 믿지 못하는 듯하던 장면과 달리, 이날은 대체로 기복없이 안정적인 제구를 선보였다. 3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KIA 김원섭의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맨손으로 처리한 권용관의 호수비도 초반 아슬아슬하던 탈보트에게 큰 힘이 됐다.

탈보트는 4회부터 본격적인 안정궤도에 접어들며 예상을 깨고 7회 2사에서 송창식에게 바통을 넘길 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6.2이닝은 탈보트의 한화 데뷔 이후 최다 이닝 소화기록이고 무실점 경기도 최초였다. 그동안 빠른 투수교체로 유명했던 김성근 감독이 이미 투구수 100개(이날 107개)를 넘긴 상황에서도 탈보트를 최대한 오래 끌고간 것은 에이스로서의 자신감을 되찾아주기 위한 배려의 의미도 있었다. 최근 2경기에서 12이닝을 소화하며 자책점 0.75를 기록한 탈보트는, 어느새 시즌 평균 자책점도 6.80으로 많이 내려왔다.

한화는 최대 약점이던 선발진이 안정세로 돌아가고 있다. 탈보트와 함께 배영수도 최근 2연승 포함 5월에만 홀로 3승을 거두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21일 이후 한화가 승리를 거둔 다섯 경기는 모두 선발승이었다. 탈보트와 배영수, 안영명 3명의 투수가 2주간 벌써 5승을 합작했다.

여기에 마무리 윤규진까지 이날 마무리로 등판하여 59일만에 세이브를 챙겼다. 한화가 3점 차 이내 승부에서 권혁을 올리지 않은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그동안 소수정예 불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한화는 '선발야구'의 부활과 부상병들의 복귀로 탄력을 얻으며 다시 한 번 중위권 진입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