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클리어링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향해 공을 투척해 물의를 빚은 두산 민병헌이 징계를 받게 됐다.

KBO는 지난 28일 서울 강남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민병헌에게 세 경기 출장정지와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민병헌은 전날 열린 KBO리그 NC와의 경기에서 7회 벤치 클리어링 상황에서 NC 선발투수 해커를 향해 공을 던졌다. 이 장면은 TV 방송을 통해 그대로 생중계됐으나 정작 화면에는 공이 해커를 향해 날아오는 모습만 포착됐고 누가 투척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장민석이 민병헌 대신 공을 투척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퇴장당했다. 민병헌과 두산 구단은 경기 당일에는 사실을 숨겼으나 하루 뒤에야 결국 사실을 자백했다.

하지만 민병헌에 대한 징계가 잘못의 수위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4월 롯데와 한화의 경기도중 벌어진 벤치클리어링 상황을 둘러싸고 한화 투수 이동걸은 롯데 황재균에게 고의적으로 빈볼을 던졌다는 혐의로 퇴장당하며 5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200만 원까지 부과받았다. 김성근 한화 감독(300만 원)과 한화 구단(500만 원)에게도 선수단 관리에 소홀했다는 책임을 물어 각각 벌금을 부과했다.

징계 자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상대에게 공을 던진 것은 같지만, 이동걸은 그나마 경기중 투구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민병헌은 벤치클리어링으로 경기가 중단된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상대 선수를 노렸다. 물론 공이 해커의 몸에 직접 맞은 것은 아니지만, 행위의 고의성 혹은 악의성으로 말하자면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오히려 민병헌 쪽이 훨씬 더 수위가 높다.

야구선수에게 공을 사람을 겨냥하고 던진다는 것은, 마치 일반인에겐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는 것 이상의 위험성을 지닌 심각한 폭력행위다. 야구의 불문율상 설사 빈볼로 상대를 응징하는 경우라도 투수에게 빈볼을 던지는 것은 금기시된다.

또한 벤치클리어링에서 상대 선수와 몸싸움이 벌어지더라도 공이나 방망이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엄청난 비매너로 간주된다. 그동안 선후배 문화가 엄격한 한국야구에서는 그런 일이 드물었지만, 하필 외국인 선수를 향하여 공을 투척했다는 사실도 상대에 따른 차별이라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민병헌과 두산 구단이 더욱 곱지않은 시선을 받는 것은 어쨌든 심판과 팬들을 기만했다는 점이다. 물론 뒤늦게라도 양심선언을 한 것은 불행중 다행이지만, 이미 경기 당일날 민병헌이 사실을 속인 것 자체에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벤치클리어링 상황이 정리된 후 장민석이 공 투척 혐의로 대신 퇴장당했지만 민병헌은 금방 사실을 바로잡지 않았다. 장민석 역시 팀과 동료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자기들만의 '조폭식 의리'와 감상에 치우쳐 대중을 기만한 꼴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두산 선수들과 구단도 이를 알고서도 묵과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대목이다. 민병헌은 이후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민병헌의 뒤늦은 자백 이전부터, 이미 경기 직후 현장을 찾았던 팬들과 언론에서 공을 투척한 선수가 따로 있다는 제보와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KBO의 오락가락 상벌 기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날 벤치클리어링 상황에서 1군 엔트리에 등록되지 않았음에도 그라운드에 뛰어들어 몸싸움을 벌인 홍성흔 역시 제재금 100만 원이라는 비교적 경미한 징계에 그쳤다. 심지어 과격한 벤치클리어링 상황을 초래한 당사자인데다, 경기 당일날 사실을 은폐하려고까지 했던 두산 구단 측에는 정작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한 장민석 역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민병헌과 장민석, 그리고 두산 구단에게는 오히려 더 엄중한 징계가 내려졌어야했다.

한 달전 비슷한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이나 한화 구단에 책임을 물을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당장 KBO의 발표에 한화 팬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NC에 0-5로 완파했다. 경기전 전날 벤치클리어링을 펼쳤던 선수들이 화해를 주선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화해는 당사자들간의 몫이고, 팬들 앞에서 짊어져야할 책임은 따로 있었다. 야구장 내에서 벌어진 추태와 비신사적 행위에 대한 KBO의 소극적이고 일관성없는 대응은, 팬들에게 개운치않은 뒷맛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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