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위즈 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kt 선발투수 정대현이 역투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위즈 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kt 선발투수 정대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막내' kt가 40패를 당하기 전에 시즌 10승 고지를 먼저 점령했다.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kt위즈는 지난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정대현, 김재윤, 장시환의 릴레이 호투에 힘입어 4-0으로 승리했다.

Kt는 지난 4월 22일 SK와이번스전 이후 시즌 두 번째로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당시 '영웅'이 5.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중무리' 장시환이었다면, 이날의 '영웅'은 kt 토종 선발 투수 중 처음으로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좌완 정대현이었다.

경찰청 입대 일주일 앞두고 특별지명으로 kt 이적

성남고 출신의 정대현은 지난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전체 23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됐다. 올 시즌엔 두산이 유희관의 성장과 장원준의 영입으로 '좌완 왕국'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두산은 좌투 라인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구단이었다.

고교 시절 구속은 다소 느리지만 마운드에서의 대담한 투구와 침착한 성격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정대현 역시 두산이 많은 기대를 걸었던 좌완 유망주였다. 하지만 '유희관급 제구'를 갖지 못한 좌완 투수가 구위마저 신통치 않다면 1군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정대현은 비교적 많은 기회를 부여 받았음에도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단 1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엔 스프링캠프에서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5선발 후보로 떠올랐지만 12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7.90에 머물렀다.

결국 두산은 5년 동안 큰 발전을 보이지 못한 정대현을 군에 보내기로 했다. 경찰청에 지원한 정대현은 차분히 입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지난해 11월 말 뜻밖의 소식이 날아왔다. Kt가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두산에서 정대현을 선택한 것.

그리고 kt는 면담 끝에 정대현의 입대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정대현 역시 프로 입단 후 아쉬움을 남기고 입대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마음껏 공을 던져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해 고민 끝에 입대를 연기했다.

사실 정대현 입장에서는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두산보다는 신생팀 kt가 오히려 적응하기 편하다. kt에서도 1군에서 꾸준한 등판 경험을 가진 좌완투수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유망주에서 중심투수로 입지가 오른 정대현은 kt의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9번의 도전 끝에 7이닝 9K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

정대현은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3월 2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는 불펜으로 등판해 박종윤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며 kt의 창단 첫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다. 불펜으로 3경기에 등판해 4이닝 2실점을 기록한 정대현은 4월 8일 SK전부터 선발로 변신했다.

정대현은 무너지던 kt마운드에서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다. 하지만 많은 투구 수 때문에 항상 이닝 소화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정대현이 등판할 때 타선이 침묵하는 날도 많았다. 결국 정대현은 5월 22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3.86이라는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승리 없이 5패만을 떠안게 됐다.

지난 28일 LG전에 등판했을 때도 정대현의 상황은 썩 좋지 못했다. kt는 앞선 LG와의 두 경기에서 단 3점 밖에 내지 못하면서 연패를 당했고 정대현 역시 최근 두 경기에서 8이닝 7실점(5자책)으로 2패를 기록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정대현은 이날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선보이면서 LG 타선을 7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7이닝과 9탈삼진은 정대현의 개인 최다이닝과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특히 4회 1사 후 1, 2루의 실점 위기에서는 잭 한나한과 채은성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가볍게 이닝을 넘겼다. 정대현은 이날 최고 구속이 시속 141km에 불과했지만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 넘치는 투구로 LG 타자들을 압도했다.

정대현은 두산 소속이던 지난해 5월 14일 SK전 이후 379일 만에 선발승을 따냈다. kt의 토종 투수가 선발승을 따낸 것은 지난 19일 NC다이노스전의 엄상백(6이닝1실점) 이후 두 번째다. 정대현은 kt 마운드에서 크리스 옥스프링(55.2이닝) 다음으로 많은 이닝(44.1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심우준이 생애 첫 3안타 경기를 펼치며 타선을 이끌었다. 이밖에 테이블 세터로 나선 이대형과 신명철 그리고 지명타자 장성호와 포수 장성우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반면 LG는 정대현의 호투에 막혀 단 3안타에 그치며 시즌 첫 완봉패를 당했다. 선발 루카스 하렐은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또 다시 마운드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며 시즌 다섯 번째 패배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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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정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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