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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고교 자유 학년제 학교인 오디세이학교 1기 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 잔디밭에서 함께 모여 있다.
▲ 밝은 얼굴의 오디세이학교 학생들 국내 최초의 고교 자유 학년제 학교인 오디세이학교 1기 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 잔디밭에서 함께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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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고교 자유 학년제 학교인 오디세이학교 1기 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 잔디밭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몸짓으로 표현하는 오디세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요~' 국내 최초의 고교 자유 학년제 학교인 오디세이학교 1기 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 잔디밭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몸짓으로 표현하는 오디세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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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앞 지도 선생님과 눈이 마주친다. 고개를 숙이며 들어가는 길에는 짧은 치마, 개성 있는 교복과 머리들, 또 수업 시간에 자기의 이야기를 꺼냈던 친구들이 나란히 줄을 서듯 있다. 하지만 복도로 들어서니 똑같은 옷과 머리에 똑같은 책을 들고 있는 색깔 없는 아이들로 가득 차 있다."

오디세이 학교 신입생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해빈이의 결심>이라는 제목의 글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진로 시간이다. '어디를 가고 싶으세요?' 난 이 질문의 대답이 여행지가 아닌 '인서울 대학'에 관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또 다시 말하지 않아도 이미 수 많은 어른에게 들은 암울한 현실을 다시 한 번 통보받는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되고, 그것을 생각할 수 있는 성적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내리고 진로 시간을 보낸다."

'★★해도 괜찮아. 옆을 보는 시간을 갖자'라는 오디세이 학교의 모토를 끝으로 낭독이 마무리되자, 학부모와 이 학교 교사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뒤에 이어진 축하 인사에서 '인서울 대학' 구절을 언급한 뒤 "청소년·아동 학대 수준의 교육을 근원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 잔디밭에서 국내 최초의 고교 자유 학년제 학교인 오디세이 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고교 1학년 동안 자신의 진로와 꿈을 찾는 교육 과정을 진행하는 오디세이 학교의 입학식은 여느 학교 입학식과는 크게 달랐다. 40명의 신입생들이 입학식 행사를 직접 마련했다.

교육감에게 사교육 절감 대책 묻는 신입생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 정원에서 열린 오딧세이학교 입학식에서 학생들이 던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조희연 교육감 "그 질문 너무 어려운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 정원에서 열린 오딧세이학교 입학식에서 학생들이 던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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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앞에 선 임형준(16)군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비판했다. 형준군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갑작스럽게 물었다. 조희연 교육감은 "어려운 질문"이라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조 교육감이 "고등학교 입학 제도를 바꿔야 한다. 대학 학벌 깨뜨리고 싶다"고 답하자, 형준군의 질문이 이어졌다.

"저희는 오디세이 학교에서 즐겁고 행복하다. 후배들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오디세이 학교를 계속하실 의향 있느냐"는 질문에, 조 교육감은 "물론이다, 이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신입생들은 조PD와 인순이가 부른 노래 <친구여>를 개사해 노래와 랩을 불렀다. "넓은 시야, 배려감도 키울 수 있을 거야", "계속 지켜봐 주세요. 걱정 붙들어 매. 다 잘 될 거야"라는 노랫말에 학부모들은 박수를 보냈다. 신입생이 직접 출연해 만든 인터뷰와 뮤직 비디오가 스크린에 나타나자, 웃음 바다가 됐다. 몸짓으로 오디세이 학교를 표현한 학생들도 큰 박수를 받았다.

1시간가량 이어진 학생들의 공연이 끝난 뒤에야, 조희연 교육감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기성 학교의 교육 과정에 힘들어하며 만족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오디세이 학교에) 모였다"면서 "온갖 위험, 유혹, 역경을 물리치고 난파와 표류 위기를 넘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오디세이처럼, 오디세이 학교 학생들도 위대한 항해를 하는 교육 원정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학생들이 입학식을 스스로 만들고 표현했다, 오디세이 학교가 지향하는 것은 이처럼 진정한 주체성"이라면서 "1년 후에 여러분은 전혀 새로운 존재가 돼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꿈, 희망, 행복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신입생들의 포부가 적힌 펼침막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이주은양은 여기에 '어딘가에 억압받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었고, 이우진양은 '오디세이는 틀린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이라고 적었다. 조희연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관계자들,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어울려 다과를 즐긴 뒤 입학식이 끝났다.

"입시 공부보다 꿈을 찾는 게 더 소중하다"

국내 최초의 고교 자유 학년제 학교인 오디세이학교 1기 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 잔디밭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몸짓으로 표현하는 오디세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제 꿈은 사진가가 되는거에요" 국내 최초의 고교 자유 학년제 학교인 오디세이학교 1기 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 잔디밭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몸짓으로 표현하는 오디세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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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고교 자유 학년제 학교인 오디세이학교 1기 입학식이 열리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 잔디밭에서 학생들의 결심이 적힌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 꿈을 찾기 위해 모인 아이들 국내 최초의 고교 자유 학년제 학교인 오디세이학교 1기 입학식이 열리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 잔디밭에서 학생들의 결심이 적힌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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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학교는 지난 26일부터 문을 열었다. 입학 3일째인 학생들의 반응은 좋다. 김경민(16)군은 "입학 이후 지난 이틀 동안 '입학식에서 오디세이 학교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입학식에 참여하고 직접 준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한현주(16)양은 "학교 하면 공부 이미지만 떠오르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오디세이 학교는 학교 같지 않고 자유롭고 틀에 박히지 않은 분위기"라면서 "3일 동안 지내면서 개성이 뛰어난 친구들 사이에서 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내 꿈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학부모도 큰 기대를 나타냈다. 조영미(44)씨는 "고3인 딸이 맘 편히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을 보고 참 안타까웠다. 성적에 따라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폐단이 무척 크다"면서 "1년 동안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아들에게 오디세이 학교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중반에 직업을 바꿔 심리 상담사가 됐다, 내게도 학창 시절 진로를 고민할 시간이 있었다면 진로를 일찍 결정했을 것"이라며 "아들은 오디세이 학교 1년 동안 제 꿈이 무엇인지 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오디세이 학교에 가면 학업 성적이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강희연(16)양은 "입시 학원 같은 학교에서 대학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보다 꿈을 찾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 선대식 기자가 취재한 행복한 학교들을 소개합니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오디세이 학교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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