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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노동자인가 아닌가.

28일 헌법재판소는 이 해묵은 질문에 24년 전 답을 반복했다. 교사는 노동자이지만, '특수'하므로 현직만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교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2조는 합헌이라는 것.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인 해당 조항을 위헌으로 보길 바랐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론이었다(관련 기사 : 헌재 "교원노조법 2조 합헌" 전교조 운명, 다시 법원으로).

그런데 선고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전교조 법률대리인 신인수 변호사의 표정은 마냥 어둡지 않았다. 그는 헌재의 결정이 아쉽긴 하지만 '절반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8명은 전교조 조합원 6만여 명 가운데 일부 해직자가 있다고 해도 법외노조 통보를 바로 할 수 있진 않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것은 9명, (조합원 중에서) 0.015%다. 이 점에서 저는 반승 반패했다고 생각한다."

'절반의 승리'로 반전 노리는 전교조

신 변호사의 발언은 다수 의견이 "법원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을 의미한다. 8명의 재판관은 교원노조법 2조가 합헌이라는 이유로 전교조의 합법노조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항상 적법하진 않다고 했다. 법과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가입한 노조에 행정 당국이 '노조 아님'을 통보한 일이 적절한지는 법원에서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말이었다.

다수 의견은 '자격 없는 조합원이 노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역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는 노조를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한 단체'로 정의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에 비춰볼 때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사람들이 몇 명인지, 또 그들이 교원노조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행정 당국이 자격 없는 조합원들의 노조활동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교조에게는 반가운 얘기다. 이들은 줄곧 ▲ 노조의 기본 요건이 자주성이며 ▲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 유지는 전교조가 전체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 일이고 ▲ 설령 조합원 9명의 자격이 문제라 해도 비율상 0.015%에 불과한 그들 때문에 전교조 전체의 합법노조 지위를 박탈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 1심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런데 28일 헌재는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교조로선 유리한 카드를 손에 넣은 셈이다. 교원노조법 2조가 헌재 심판대에 오르면서 일시 중단됐던 항소심이 다시 열리면 '0.015%' 문제는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행정 소송은 행정 처분의 법적 근거 유무와 그 처분 자체가 적절한 수위로 이뤄졌는지를 함께 심리한다. '법외노조 통보가 꼭 적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헌재의 결정은 "법외노조 통보는 '경고' 정도의 사안에 '파면'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전교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24년 전으로 돌아간 헌재... 법원은 어떨까

헌재가 판단을 유보한 쟁점은 더 있다. 전교조는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다'고 정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상위법인 노조법에 근거가 없다는 헌법 소원도 함께 냈다. 그런데 헌재는 이 조항은 자신들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며 전교조의 청구를 각하했다. 이 역시 법원이 판단할 부분이라는 뜻이었다.

'우리는 산별노조라 대법원 판례대로 해직자나 구직자를 가입시킬 수 있다'는 전교조의 주장도 항소심에서 다뤄진다. 헌재는 전교조가 산별노조라면서도 단체 교섭 등은 현직 교원들의 근로조건을 다루기 때문에 해직자 등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동시에 현직은 아니지만 교원이 되길 희망하는 사람의 노조 가입에는 제한이 없다는 판단도 내놨다. '교원이 되길 희망하는 사람'의 범위에 해직자까지 포함하는 해석 또한 가능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결국 공은 법원으로 다시 넘어갔다. 28일 헌재는 '교사는 일반 노동자와 다르다'며 교원의 노동 3권 제한은 정당하다고 했던 1991년 7월에 머무르기로 했다.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 1심 재판부는 24년 전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삼아 전교조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까. 법원의 시곗바늘은 언제를 가리키고 있을까.

○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전교조, #법외노조,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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