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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가 "해직 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교원노조법) 제2조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재판관 8대1의 의견이었다.

왜 전교조 교사들의 얼굴은 어둡지 않았을까

하지만 헌재 선고 직후인 이날 오후 3시쯤, 헌재 앞에서 '26살 전교조의 생일 케이크'를 앞에 놓고 축하 노래를 부른 전교조 교사들의 모습은 어둡지 않았다. '헌재 결정 내용이 생각한 것보다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8일 오후 헌재 선고 뒤 전교조 교사들이 헌재 앞에서 '전교조 26주년 생일케이크'를 앞에 두고 있다.
 28일 오후 헌재 선고 뒤 전교조 교사들이 헌재 앞에서 '전교조 26주년 생일케이크'를 앞에 두고 있다.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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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혁 대변인은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일"이라면서도 "결정문을 살펴보니 이후 '법외노조 취소'를 위한 2심 재판에서 승소 전망을 밝게 하는 희망적인 내용도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헌재는 다음과 같은 제한 조건을 단 뒤 교원노조법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초·중등학교의 재직 중 교원으로 제한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하여, 이를 이유로 이미 설립 신고를 마치고 정당하게 활동 중인 교원 노조의 법상 지위를 박탈한 것이 항상 적법한 것은 아니다."

이 내용을 뒤집어 해석하면 '현직 교원으로 조합원 자격을 제한한 조항이 합헌이더라도, 이를 이유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를 통보하는 것은 위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근거에 대해 헌재는 "교원노조에 가입한 교원이 해고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등 교원노조에는 일시적으로 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조합원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고 적시했다.

헌재 "법외노조 통보한 것이 항상 적법하지는 않아"

이에 따라 헌재는 "자격 없는 조합원이 교원노조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법취지에 어긋남이 분명할 때 비로소 행정 당국은 교원노조에 대하여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전교조는 10년 이상 합법적인 교원노조로 활동해 왔고, 이전에도 해직된 교원이 조합원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2013년 10월 24일에서야 이루어진 사정 등을 종합해 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28일 오후 헌재 선고 모습.
 28일 오후 헌재 선고 모습.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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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헌재는 "법외노조를 통보한 행정 당국의 판단에 대해 법원이 적법한 재량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인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날 합헌 찬성 요지를 설명한 강일원 재판관은 "자격 없는 조합원의 숫자, 그들이 교원노조 활동에 미치는 영향, 행정당국의 개입이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 법원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처럼 헌재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적절성에 대해 최종 결정의 공을 법원으로 넘긴 것이다.

이같은 헌재의 판단에 대해 신인수 주심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헌재 스스로도 해직 교원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더라도 법외노조 결정을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비례의 원칙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9명의 해직 교사 조합원이 6만 조합원이 있는 전교조의 자주성을 해칠 수는 없다, 이는 다툼이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이번 헌재 결정은 '전교조 완패, 정부 완승'이 아니라 '반승 반패'"라면서 "오히려 앞으로 있을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취소를 위한 2심 재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석 전교조 법률지원실장도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대해 단결권을 박탈한 것은 '경고' 정도의 사안을 갖고 '파면' 결정을 내린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라면서 "서울고법에서 이런 취지에 따라 현명한 판결을 내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신인수 변호사 "전교조 완패 아닌 '반승 반패'... 이후 재판에 긍정 영향"

한편, 이날 헌재는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 근거가 됐던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전교조가 다른 불복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헌법 소원을 청구해 요건에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사실상 '법률이 위임하지 않은 행정 명령'의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 또한 법원에 공을 넘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헌재는 판단을 미룰테니 법원이 먼저 판단해보라는 것이다. 이 또한 전교조에게 유리한 것도, 불리한 것도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전교조 법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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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교육희망>의 강성란 기자입니다.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교육 소식을 기사화 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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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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