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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 대변항에서 대게를 함께 먹는 아들. 고기 종류는 무척 싫어하는데 대게의 속살에 반한 것 같습니다.
▲ 첫째 아들(9살)입니다. 기장군 대변항에서 대게를 함께 먹는 아들. 고기 종류는 무척 싫어하는데 대게의 속살에 반한 것 같습니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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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쯤 이야기입니다. 첫째 아들이 6살 정도 됐을 때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아빠, 밥 많이 먹으면 키가 커져요?"
"당근이지. 밥도 많이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 키가 커지는 거야."
"아빠처럼요?"
"그럼, 아빠처럼 키가 크지."
"네, 그럼 저도 밥 많이 먹어서 아빠처럼 키 클래요."
"그래, 그래."

이 이야기를 듣던 아내가 피식 웃네요. 왜 웃냐고요? 아빠인 제 키는 대한민국 성인 평균 남성의 키에 한참 못 미치거든요. 세상 물정 모르는 아들은, 부모는 모든 것이 가능한 사람이며 아빠는 세상에서 키가 제일 크고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아들이 밥을 많이 먹어서 아빠처럼 키가 큰 사람이 되겠답니다.

참고로 저는 나이 40을 넘었고, 키는 164cm입니다. 저보고 키가 크다고 한 사람은 우리 아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아들아! 세상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다.'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에 ​흐뭇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키에 콤플렉스 느끼는 아이

9살인 첫째아들, 7살인 둘째 아들이 함께 어디론가 향합니다. 사진 찍어 주는 아빠를 향해 나름 예쁜 표정을 짓습니다.
▲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입니다. 9살인 첫째아들, 7살인 둘째 아들이 함께 어디론가 향합니다. 사진 찍어 주는 아빠를 향해 나름 예쁜 표정을 짓습니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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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우리 아들 둘 다 키가 작은 편입니다. 첫째(9살)는 몸무게 21kg에 116cm입니다. 둘째(7살)는 몸무게 15kg에 110cm입니다. 첫째는 키에 비해 몸무게는 그럭저럭 나가지만 키가 안 크네요. 놀이터에 가면 자기보다 나이 어린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한답니다.

"너 몇 학년이야?"
"2학년! 아홉 살이야."
"근데 왜 그렇게 키가 작아?"
"너는 몇 살인데?"

그러면 질문을 하던 아이는 다른 데로 가버립니다. 자기보다 어린 줄 알았는데 형이었던 거죠. 아들 역시 자주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안 좋은가 봅니다. 지난해에는 자기에게 키가 작다고 놀리는 애가 있어서 주먹다짐도 했습니다(관련기사 : 어린 아들의 주먹질 "친구들이 키 작다고 놀려서...").  첫째 아이에게서 그 말을 들은 저는 아이를 꼭 안아줬습니다. 최대한 아빠의 따뜻함이 전해지도록. 왠지 아빠인 제가 죄인이 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둘째 역시 키가 작습니다. 키도 그렇지만, 몸무게가 너무 적게 나갑니다. 업고 있으면 얘가 정말 한두 살 어린애인지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갈 나이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몸무게가 너무 가벼우니 친구들 사이에서 살짝 밀치기만 해도 넘어집니다. 점점 고민이 많아지네요.

2010년 한국인의 평균 신장 분포도를 보면 9살 남자 아이는 133.9cm이고, ​7살 남자 아이는 121.5cm랍니다. 각각 18cm와 11.5cm가량 차이가 납니다. 사람마다 키나 몸무게는 성장 과정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라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아이들이 얼마나 클지 무척 궁금합니다. 걱정도 되고요.

작은 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제가 압니다. 자신감 저하를 불러오기도 하며, 친구들로부터 놀림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키 때문에 갖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성인이 돼서도 계속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1990년대에 유행하던 '롱다리'와 '숏다리' 개념은 이제 사회 문화 전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키는 말장난이나 개그의 소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된장찌개 먹고 싶으니 고깃집 가자는 아들

"아빠, 오늘 저녁은 고깃집에 가죠?"
"고깃집? 어쩐 일이야?"
"그 집 된장찌개가 제일 맛있어요. 된장찌개 먹으러 가요."

우리 아들들이 이럽니다. 다른 아이들은 먹고 싶어 달려드는 돼지고기며 쇠고기를 입에도 안 댑니다. 억지로 입에 한 점 넣어주려면 온갖 인상을 쓰고는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그리고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먹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된장찌개를 먹으러 고깃집에 갑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은 된장국을 비롯한 잡곡밥이나 빵 종류, 국수나 우동 같은 면류, 시리얼, 일부 채소, 과일 등을 좋아합니다. 콩이나 우유, 멸치, 당근 등 키가 크는데 좋다는 음식은 싫어하고요. 이 정도면 상당히 편식을 하는 것이죠?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단백질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네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저나 아내는 음식을 별로 가리지도 않습니다. 우리 어릴 때 부모님들은 너무 먹어서 걱정하실 정도였으니까요. 지난 주 일요일인 24일에는 첫째 아들이 뜬금없이 제게 이런 말을 합니다.

"아빠! 아빠는 키 더 크고 싶어요?"
"키? 갑자기 왜?"
"아이, 아빠! 키가 더 크고 싶냐구요!"
"○○아, 아빠는 키가 더 크고 싶긴 한데 이제 더 이상 클 수가 없어. 대신 ​○○이는 음식 골고루 잘 먹으면 아빠보다 더 키가 클 거야. 알았지?"

​이제야 우리 아들도 아빠 키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았나 봅니다. 자기 아빠보다 키가 큰 초등학교 6학년 형을 봤답니다. 3년 전만 해도 아빠 키가 가장 큰 걸로 알고 있던 아들이었는데, 이젠 몇몇 초등학생보다 아빠 키가 작다는 것을 알아 버렸습니다. 아빠보고 키가 더 크고 싶지 않느냐는 아들! 학교나 학원에서 키에 대한 스트레스가 시작된 걸까요? 아니면 작은 키로 트라우마가 있는 아빠의 과도한 염려일까요?

각종 몸에 좋다는 음식과 한방 등 키에 좋다는 조언도 듣고,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추'했던 것이 자라탕입니다. 글쎄요. 효과를 보신 분도 있겠지만 우리는 아니었습니다. 학교 주위에 널린 전단을 보면 '내 아이 180cm로 키우기'같은 성장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꾸준한 식습관과 줄넘기 등을 이용해 성장판을 자극해 성장 가능한 수치보다 더 키워줄 수 있답니다. 그런 프로그램까지 참여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단을 한 번 더 보기는 합니다.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외모의 중요성이 높아진 건 사실입니다. 기왕이면 예쁜 것을 찾는다고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은 남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는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나 상위 학교 입학과 기업 입사 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펙을 떠나 그 사람의 키, 얼굴, 말투, 피부 같은 외형적 부분이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심리학적으로 후광 효과라고도 하는데 일단 호감형에게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물론 그 사람의 내실이 제대로 다져있느냐는 겪어봐야 알겠지만 말입니다.

우리 아들! 수학이나 국어엔 통 관심이 없어 늘 성적이 최하위이지만 당당합니다. 오늘도 학교 공부보다는 태권도 발차기에 열심입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근면성을 자랑합니다. 지난 3월에 1품 심사에 합격했고, 2년 뒤엔 2품에 반드시 합격하겠답니다.

'태권도가 그렇게 좋아?'라고 물으면 '그냥 재미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나마 하나라도 취미를 붙이며 끈기 있게 하는 모습에 대견해 합니다. 그래도 키에 대한 욕심은 버릴 수 없는 게 부모 마음인가 봅니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아이들 키, #평균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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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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