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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하야리아 부대터에 만들어진 부산시민공원
▲ 부산시민공원 부산하야리아 부대터에 만들어진 부산시민공원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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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늦은 일요일 오후 부산 연지동에 있는 '부산시민공원'에 갔다. 시민공원이 오픈한지는 1년 가량이 되었지만 가까이 두고도 한번도 찾지 못했던 곳이다. 부산시민공원은 부산 서면일대에 주둔하던 미군 '하야리아 부대'가 철수하면서 부대 옛터를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그렇기에 이 공원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공원에 들어서면 처음 드는 생각이 '엄청 넓다'다.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일대에 이렇게 큰 부지를 미군이 차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시민단체의 부지반환 운동이 괜히 일어난게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야리아부대 안에 남아있던 나무 전봇대를 재활용하여 만든 공간
▲ 기억의 기둥 하야리아부대 안에 남아있던 나무 전봇대를 재활용하여 만든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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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의 6배 크기에 달하는 하야리아 잔디광장
▲ 하야리아 잔디광장 축구장의 6배 크기에 달하는 하야리아 잔디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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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둘러보다보면 하야리아 부대의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기억의 기둥'은 하야리아 부대안에 남아있던 나무 전봇대를 재활용하여 태양광 조명을 설치함으로써 부대의 흔적과 기억을 되새기는 공간으로 재해석 되었다.  또한 축구장 6배 크기에 달하는 '하야리아 잔디광장'은 이름에서도 하야리아 부대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이 잔디광장은 부산시민공원의 명물이 되어 가족, 연인들의 피크닉 공간과 더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하였다.

일제 강점기 때 경마를 즐기던 장소로 마권판매소와 함께 국내에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있는 곳
▲ 말굽거리 일제 강점기 때 경마를 즐기던 장소로 마권판매소와 함께 국내에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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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리아 부대의 흔적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들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바로 부산시민공원이다. 그 중 눈에 띈 곳은 '말굽거리'라고 하는 경마트랙이다. 이는 일제 강점기 시절에 경마를 즐기던 곳으로 마권판매소와 함께 국내에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있는 곳이다. 길이 1,200m, 폭 15m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굉장히 규모가 큰 경마장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미니어처인 도심백사장
▲ 도심백사장 해운대 해수욕장의 미니어처인 도심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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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바다의 도시다. 특히 부산의 상징인 해운대 해수욕장은 매년 수천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멋진 관광지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이 다른 해수욕장보다 더 인기 있는 이유중에 하나는 바로 드넚은 백사장이다. 그런 해운대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부산시민공원에서도 즐길 수 있다. 해운대 백사장의 '미니어처'가 바로 부산 시민공원에 있기 때문이다.

맑은 전포천이 흐르는 곳에 도심백사장을 만들어 해운대 백사장의 느낌을 구현하였다. 이 날도 많은 아이들이 도심백사장에서 모래를 만지며 놀고 있었다. 집에서 PC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에만 빠져 있는 요즘아이들을 생각하며 도심백사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니 왠지 흐뭇한 생각마저 들었다.

도심백사장 옆쪽으로는 마치 워터파크를 방불케 하는 분수대가 있다. 5월의 저녁은 아직 쌀쌀한데도 추운줄 모르고 아이들은 물어 흠뻑 젖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부모들은 분수대옆에 마련된 그늘과 선베드에 자리를 잡고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하늘이 연못에 거울처럼 비치는 '거울연못'
▲ 거울연못 하늘이 연못에 거울처럼 비치는 '거울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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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놀거리도 많지만 부산시민공원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제격이다. 멋진 산책길을 걷거나 잔디밭에 돛자리를 펴고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도 좋다. 부산시민공원에는 5대 숲길과 메타세콰이어길, 왕벚나무 산책길, 미로정원, 에코브릿지 산책길 등 걷기 좋은길이 많다. 또한 문화 예술촌, 공원역사관, 참여의 벽등의 볼거리도 많다.

거울연못에는 하루에 4~6차례 5분씩 터널분수가 나온다. 또한 높이 25m의 스테인레스 스틸 구조물로 만든 대형분수인 '하늘 빛 폭포'가 있는데 특히 밤에는 하늘과 맞닿을 듯 솟아 있는 분수에 다양한 색채의 조명과 레이저 쇼를 연출하여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하야리아 부대가 철수하고 부산시민공원이 부산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는 67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랜 세월동안 부산의 땅임에도 그 땅을 밟지 못한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 바로 부산시민공원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깃든 이곳.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이 부산시민공원이야 말로 가족, 연인, 아이들 모두가 만족할만한 나들이 장소가 아닐까 싶다.


태그:#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부대, #잔디광장, #발굽거리, #도심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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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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