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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가 열린 지난해 3월 20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시청하고 있다.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가 열린 지난해 3월 20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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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인가제를 없애 요금 인하 경쟁을 활성화시키겠다."

박근혜 정부가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졌다. 이동통신사간 요금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면서 정작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 인상을 억제해온 '요금 인가제'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요금 인하는 신고만으로 가능해 인가제와 요금 경쟁이 무관하다는 지금까지 정부 입장과도 어긋난다. 결국 "규제는 악"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SK텔레콤 같은 대기업들만 오랜 '족쇄'를 벗게 된 것이다. 

SK텔레콤 요금 인상 막는 인가제가 요금 인하 경쟁 차단?

미래창조과학부는 28일 당정 협의를 거쳐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합리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제4이동통신사 등 신규 사업자 진입을 쉽게 하고, 알뜰폰(MVNO) 점유율을 확대해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규제 완화 차원에서 지난 25년간 유지돼온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지난 1991년부터 공정 경쟁을 위해 유·무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가 요금을 올리거나 새 요금제를 출시할 때 반드시 정부 인가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요금 인가제가 자율적인 요금 경쟁을 가로막는 잘못된 규제라며 폐지를 추진해왔다.(관련기사: SK텔레콤 '족쇄' 풀면 통신요금 내려갈까)

하지만 당장 이날 국회에 열린 당정 협의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인가제 폐지로 SK텔레콤 등 특정 사업자가 이득을 보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 새누리당이 제도 폐지 부작용 등을 거론하며 제동을 건 것이다.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이날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당에서도 정부가 제시한 기본 틀에 공감했지만 여러 찬반 의견도 있고 공청회나 입법 과정이 남아있어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인가제를 없애더라도 SK텔레콤이 지배적 사업자로 남은 상황에선 이용자나 공정경쟁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 경우에만 신고를 접수하도록 해 요금 인상 우려 등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도 신고만으로 새 요금제를 바로 출시할 수 있게 하되, 지배력 남용과 요금 인상 가능성 등 부작용이 있으면 이를 해소해야 효력이 발생하도록 기존 신고제를 보완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도 요금제 출시 기간이 단축돼 사업자간 자율적 요금 경쟁이 활성화되리라는 게 미래부 생각이다.

실제 KT가 지난 8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가장 먼저 출시한 반면, SK텔레콤은 미래부 인가를 받느라 2주 가까이 지난 20일이 돼서야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었다.

참여연대 "기본료 폐지가 더 시급... 요금 인상 어떻게 막나"

지난해 4월 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원들이 최근 이행된 통신 3사의 영업정지 중단 및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방통위의 규제 철폐 촉구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통신유통업자 '나쁜 규제 부셔버려!' 지난해 4월 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원들이 최근 이행된 통신 3사의 영업정지 중단 및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방통위의 규제 철폐 촉구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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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무늬만 신고제'가 아니냐는 지적에 조 국장은 "인가제는 통상 정부가 요금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고 해석하는데 신고제를 보완한 건 기본적으로 사업자가 요금을 정하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통과하면 자동으로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면서 "인가제는 물가안정법에 따라서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신고제는 그런 절차가 필요 없어 절차나 기간이 상당히 단축되고 간소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도) 요금 인하는 지금도 신고만으로 가능하다"면서 "정부가 요금 인하 경쟁을 유도하지 않은 게 문제인데 마치 요금 인가제 때문에 요금이 안 내려가는 걸로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사무처장은 "인가제를 없애면 앞으로 SK텔레콤이 요금을 올리더라도 막을 근거가 사라진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기본요금제 폐지, 데이터 요금 인하 등 실질적 요금 인하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미래부는 오는 6월 9일 이날 발표한 통신정책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지만, 요금인가제 폐지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으로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강화해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늘리고 결과적으로 이통사 실적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거꾸로 이통사를 위한 '규제 완화'가 소비자에게 어떤 효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요금인가제, #SK텔레콤, #단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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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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