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1960년대에 앤드류 제이콥스 미 하원 의원이 병역을 기피했거나 면제받은 연방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전쟁을 주장하던 보수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병역을 기피하거나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이런 이들을 가리켜 '치킨호크(Chickenhawk)'라고 한다. '겁 많은 병아리이면서 겉으로는 매인 척한다'는 의미인데, 전쟁 등 군사활동에 적극 찬성하지만 전쟁 지역에 간 적이 없는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 관료 등을 가리키는 미국의 정치 관련 속어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도 '치킨호크' 의혹을 받고 있다. '미스터 국보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법과 질서를 강조해온 황 후보자가 '만성담마진'이라는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았기 때문이다.

"담마진에 걸려 혼절한 경우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1957년생인 황 후보자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지난 1977년 3월 성균관대 법대에 입학했다. 그가 대학에 들어가기 두 달 전 고물상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사망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직후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해온 그는 대학교 1학년이던 1977년부터 3학년이던 1979년까지는 징병검사를 연기했다. 당시 징병검사규칙에 따르면, 대학생의 경우 24살까지 징병검사를 연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징병검사를 연기해오다 황 후보자는 대학교 4학년이던 지난 1980년 7월 징병검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13년 2월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4학년 때에는 연기가 안되기 때문에 검사받게 되었는데 그때 제가 치료받았던 자료를 가지고 갔다"라며 "여러 명의 군의관들이 검사해서 '군대에 갈 수 없는 병이다'고 판정내려서 군대를 가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황 후보자는 '만성담마진'으로 신체등위 '병종'을 판정받아 제2국민역에 편입됐다. 군대에 가지 않고 바로 민방위에 편입됐다는 것이다. 당시 신체등위는 갑종, 1을종, 2을종, 3을종, 병종, 정종 등으로 구분했는데, 대학생의 경우 갑종부터 2을종까지가 현역 입영 대상이다. 3을종은 보충역, 병종은 제2국민역에 편입된다. 이러한 신체등위는 지난 1984년 1급, 2급, 3급, 4급, 5급, 6급 등으로 바뀌었다. 

황 후보자의 병역 면제 사유였던 '만성담마진(慢性蕁麻疹)'은 의학적 병명으로 흔히 '두드러기'로 불린다. 담마진은 국민의 15~20%가 경험하는 흔한 질환으로 피부의 작은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 사이사이에 틈이 생겨서 핏속의 혈장이 새어나오면서 생긴다. 혈관 주위의 비만세포(mast cell)에서 히스타민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되는데, 피부가 가렵고 빨갛게 붓는다.  점막을 침범해 기도가 부을 경우 호흡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

담마진에는 크게 급성담마진과 만성담마진으로 나뉘는데, 빨갛게 붓는 팽진(wheals, 부풀어 오른 발진)이 6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담마진이라고 한다. 음식, 약물, 감염 등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급성담마진과 다르게 만성담마진은 그 원인을 찾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가려움증을 덜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는데 만성담마진은 오랫동안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이러한 담마진으로 병원과 의원을 찾는 사람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07년 187만여 명이던 담마진 환자수는 지난 2011년 222만6295명으로 늘었다.

담마진을 앓은 적이 있는 이규정씨는 "담마진 명칭은 음식이나 열 등 그 반응하는 대상에 따라 무슨무슨 담마진이라고 이름 붙어지는데 나는 온도에 반응했다"라며 "체온이 1도라도 올라가면 온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간지럽다 못해 따가웠다, 고통이 심해 혼절한 적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씨는 "이것이 군 면제 사유가 되는지 궁금했지만 결국 알아보지 않았던 이유는 이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라며 "현재는 정상이 된 나처럼 황 후보자도 갑자기 정상이 돼서 사시까지 합격한 거라면 아주 운이 좋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병역 면제받은 지 1년 만에 사시 합격... '0.000001%' 신의 아들?

황 후보자가 징병검사를 받던 지난 1980년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은 3만2000명에 이른다. 다음해(1981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4만1000명이 징집면제자로 판정받았다. 그런데 지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징병검사를 받은 365만9651명 가운데 만성담마진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은 4명(5급)에 불과했다(4급 보충역은 144명). 이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는 '0.000001%'에 해당하는 '신의 아들'이었던 셈이다. 

이미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 2월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10년간 담마진으로 면제받은 사람이 365만 명 중 4명이었다"라며 "굉장히 희소한 병인데 면제 이후 사법시험에 바로 합격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악성 피부질환으로 6개월 이상 치료받았다는 황 후보자는 지난 1981년 7월 사법시험(제23회)에 합격했다. 만성담마진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지 1년 만이었다. 만성담마진이 심한 경우 시험공부는 물론이고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데 병역을 면제받은 지 1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점에서 그의 병역면제에 의문을 갖기도 한다. '병역 비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조차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그 질환 때문에 공부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을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황 후보자는 "집도 어려웠고 몸도 불편했지만 나름대로 노력했고, 또 좋은 결과가 나오게 돼 고맙다고 생각했다"라며 "다만 친구들이 군대에 가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마음의 빚이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내왔다"라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하는 '병역 비리 의혹'에도 "저희가 무슨 불법이나 (로비 등) 부적정한 일을 할 수 있는 집이 전혀 아니었다"라고 반박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어른들이 돈이 많다든지 사회적인 저명인사거나 특권층에 있는 분들이 주로 면제받아왔다"라며 "당시 징병검사규칙에 담마진 또는 혈관신경성 부종 등 평가기준에 나와 있고 이 기준에 따라 면제가 되었을 뿐이지 후보자가 로비해서 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라고 황 후보자를 적극 옹호했다. 정 의원이 "가족 중에 누가 로비한 것도 아니지요?"라고 묻자 황 후보자는 "그럴 수 있는 분이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문제는 황 후보자의 해명을 증명할 수 있는 만성담마진 치료 기록이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황 후보자는 "1977년부터 1994년까지 병원에서 치료받았는데 치료받은 지 10년이 지나 병원에 자료가 없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진료기록부와 수술기록은 10년, 검사소견기록은 5년간 보관해야 한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황교안, #만성담마진, #치킨호크, #미스터 국보법
댓글2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