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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댄스'라는 말을 들어보거나 공연을 본 적이 있는가? 신기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동영상을 찾아봤다. 화려하고 박력 있는 퍼포먼스에 홀딱 반했다.

이 댄스를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사람들이 인천 부평에 있다는 소식에 바로 연락했다. 부평구 부평6동에 있는 그들의 사무실 겸 연습실을 지난 19일 찾아가 이원웅(29) 실장과 김영섭(25) 단원을 만났다.

<스타킹> 등에도 출연 "우리는 늘 도전하는 팀"

"2002년, '생동감'의 단장이 처음으로 팀을 만들었어요. 지금 전국적으로 공연 섭외가 많이 와요. 그런데 오히려 인천에서는 우리를 잘 모르더라고요. 서울에서 더 많이 활동하는데, 좀 의외이기도 하고 솔직히 섭섭하기도 하죠."

이원웅 실장의 솔직한 얘기다.

퍼포먼스 그룹 '생동감'은 지난 2002년에 비보이 팀인 '생동감 크루'로 시작했다. 지금은 여성 힙합댄스 팀 '러브캣(사랑스런 고양이)'과 함께 퍼포먼스 그룹 '생동감'을 이루고 있다.

비보이(b-boy)란 일반적으로 브레이크 댄스(break dance)를 하는 남성을 일컫는 용어다. 앞에 붙는 'b'는 'break dancing'을 의미한다. 길거리에서 관객이 있든 없든 자신들의 춤을 선보이는 거리의 춤꾼들로, 사회의 비주류로 취급받던 적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비보이들의 실력은 세계 수준급으로 알려졌다.

"우리 팀을 소개하면, '도전하는 팀'이라 말하고 싶어요. 남자 멤버들은 모두 군필자예요. 비보이들은 운동 선수처럼 몸이 굳을까 봐 군대라는 공백 기간을 꺼려 하는데, 저와 단장님은 기준을 정했습니다."

멤버 대부분이 고등학생 때부터 만나 함께 활동했다. '생동감' 단장은 단원들이 거의 군대에 간 2012년 무렵, 외국의 'LED 댄스'를 보고 자신들에게 맞는 춤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LED 댄스'였다.

그 후 '생동감'은 SBS 프로그램 <스타킹> 등 여러 TV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많은 공연에 섭외됐다. 공연 섭외는 주로 대기업의 자사 홍보나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이뤄졌다. 암전된 상태에서 화려한 LED 조명과 레이저 등을 활용해 역동적인 춤을 선보이는 이들은 고객의 요구에 맞게 스토리를 만들어 신선한 퍼포먼스와 함께 공연하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지난해 2월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경연대회에서다.

"지난해 프랑스 공영방송에서 세계 64개 팀을 초청해 비보이 경연대회를 연 적이 있어요. 1차에서 8개 팀을 뽑고, 2차에서 최종 경연했는데 우승을 아깝게 놓쳤어요."

최종 경연을 준비하느라 밤샘 연습에 힘들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기립해 박수를 보내준 게 지금도 감동이다. 아시아 팀으로는 최초로 최종 경연에 오른 것이다.

인성을 중요시하는 비보이들

김영섭(좌) 단원과 이원웅(우) 실장.
 김영섭(좌) 단원과 이원웅(우) 실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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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그룹 '생동감'의 식구는 총13명이다. 이 실장을 제외한 12명은 인천에서 태어나 지금도 인천에서 살고 있다.

"2002년 단장님이 고등학생 때 비보이팀 '생동감 크루'를 결성했어요. 그때 전 중학교 1학년이었죠. 당시 '생동감 크루'는 인천에서 유명했어요. 춤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팀으로 활동했죠. 진짜 춤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지하철 연습공간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하게 됐어요. 마음 맞는 게 중요하죠. 인성이 중요하니까요."

김영섭 단원의 '인성이 중요하다'는 말에 담긴 의미를 다시 물었다.

"춤을 잘 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단이 하는 공연이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이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게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단원끼리 불화로 지금의 '생동감'이 없었겠죠. 춤은 나중에도 배울 수 있잖아요. 일단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실장이 덧붙여 한 말이다. 이 실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힙합'이란 만화를 보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비보이를 시작했다. 김영섭 단원은 중학교 1학년 때 가수 세븐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내가 할 일은 이것이다'라고 마음을 먹었다.

"가수 '세븐'을 보면서 비보이를 알았어요. 당시 가좌남중학교에 다녔는데, 우리 학교에 비보이 동아리가 있더라고요. 거기서 활동하면서 비보이 대회에 출전했고, 대회 참가한 저를 단장님이 보시고 같이 하자고 제안했죠. 행복했어요."

그때 영섭씨는 열다섯 살이었다. 지금은 강사로 그때 나이의 친구들을 만나러 학교에 간다. 비보이의 매력을 물으니, "이것 말고는 다른 게 하기 싫었다"고 단순 명쾌하게 말했다.

이야기와 감동이 있는 퍼포먼스

2014년 프랑스대회에 참가했을 당시의 사진(제공.생동감)
 2014년 프랑스대회에 참가했을 당시의 사진(제공.생동감)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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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부평풍물대축제 추진위원으로 활동하는 이 실장은 스토리가 있는 공연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고 했다. 인천에 '생동감' 전용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퍼포먼스 공연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하고 싶어요. 지금의 단원들과 10년을 함께했는데 앞으로 30년은 더 해야죠."

이 실장의 말을 받아 영섭씨는 공연의 기획과 구상에 모든 단원이 참여한다고 했다. 한 사람의 머리가 아닌 여러 사람의 아이템을 합친 게 훨씬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영섭씨는 몇 년 전, 넉 달간 '생동감'을 떠나 있었다. 갑자기, 힘들었던 기억만이 강하게 떠올라 춤이 싫었고, 방황했다.

"4개월이 1년 같았어요. 다른 일을 해봤는데 무슨 일이든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춤을 추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리더라고요. 다른 일을 하면서 춤 말고도 열심히 살 수 있다고 스스로 되뇌었지만 마음은 춤을 추고 있더라고요."

영섭씨가 말하는데 이 실장이 옆에서 계속 웃는다. 웃음으로 그때의 어려움을 승화하려는 것도 같았고, 워낙 잘 아는 사이라 공감의 웃음 같기도 했다. 기업체 등의 요청으로 주 4회 정도 공연한다는 이들은, 앞으로는 자신들의 공연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나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재능기부 형식의 공연을 할 생각이란다.

우리는 양아치가 아니라 댄서다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시선으로 이들을 보는 사람들이 있단다.

"예전에는 비보이라고 하면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여 장발을 하고 몸에는 문신에, 힙합바지를 입은, 이른바 양아치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게다가 같이 춤추는 친구들끼리 집단으로 몰려다니다 보니 그런 오해를 더 많이 받았죠. 우리는 그냥 비보이가 좋아서, 춤추는 걸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입니다. 범법 행위를 하지 않고 남에게 시비 걸지 않는 순수한 사람들이에요. 그냥 춤이 좋은 댄서입니다."

춤이 좋아 공연을 하러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는 이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공연을 못 본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해외 공연 요청도 많이 들어오는데, 며칠 전엔 동티모르에 다녀왔다. 동티모르 한국대사관과 동티모르민주공화국이 공동 개최한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5월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린 '한·동티모르 우호 주간행사'였는데 '생동감'은 15일에 공연했다. 6월 5일에는 KBS <VJ 특공대>에서도 이들의 활동을 담은 영상이 방영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생동감, #퍼포먼스, #비보이, #이원웅, #김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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