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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2800%, 솔깃할 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더 군침이 돈다. 3억9000만 원을 투자해 109억 원을 벌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말도 통하지 않았다. 리스크는 '제로'에 가까웠다. 기가 막히다. 이 투자의 귀재는 누구일까.

지난 7일, <뉴스타파>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팔면서 사용한 돈 중에 한국인의 투자금이 있다고 보도했다. 수익률 2800%를 올린 이는 바로 그 의혹의 주인공이다. 보도에 따르면, 액수의 차이가 있지만 몇몇 론스타 직원들은 이런 '혜택'을 받았다. 조세 피난처를 이용해 세금도 내지 않았다.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사람도 있다. 임원이 아닌 부장의 직위에 불과했던 이아무개씨인데, 사장들을 제치고 22명 중 5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씨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처조카다. 김 위원장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 준 실무자 중 한 사람이었고, 9년 뒤 매각을 허락해준 장본인이었다. 굉장한 우연이다.

검은머리 외국인, 그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책표지 엘리트 야바위꾼들의 국민 호주머니 털기 작전 전말 <검은 머리 외국인>
▲ 책표지 엘리트 야바위꾼들의 국민 호주머니 털기 작전 전말 <검은 머리 외국인>
ⓒ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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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샀고, 2012년 되팔았다. 그 과정에서 배당금과 매각 차익을 포함해 4조7000억 원을 벌었다.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여기서 론스타의 '검은머리'들이 함께 했다는 것.

이시백 작가의 소설 <검은 머리 외국인>은 이와 비슷한 상황을 그린다. 작가는 분명 책의 첫머리에 "이 소설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 쓰였으며 대한민국의 어떠한 특정 사실이나 인물과도 무관함을 밝혀 둔다"고 언급하지만, 결국 읽다보면 우리의 이야기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소설의 무대는 카리브해에 있다는 상상의 국가 '까멜리아 공화국'이다. 미국의 사모펀드인 '유니온 페어'가 이 나라의 '까멜리아 은행'을 인수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인수에 저항하다 해고당한 '루반'이란 인물이다.

'모피아'로 불리는 경제 관료 인맥 내부의 탐욕과 타락, 매각 저지 투쟁을 둘러싼 노조 내부의 갈등, 초국적 투기 자본의 행태 등이 양념을 더한다. 공적 가치보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관료들을 비롯해 탐욕에 지배당한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자본에 잠식당한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까멜리아와 한국의 사례를 소설에 대입해 읽어보면 딱딱 맞아 떨어진다. 이를 테면 아래와 같은 식이다. 괄호 안의 말은 기자가 삽입했다.

"금관원(금감원)이 유니온 페어(론스타)에 까멜리아 은행(외환은행)을 팔아넘길 때 내세운 명분이 뭐였는데요? 은행법에서는 금융기관이나 금융 지주회사가 아니면 은행을 살 수가 없게 되어 있는데, 시행령에 있는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우겨서 유니온 페어(론스타)에게 까멜리아 은행(외환은행)을 갖다 바쳤잖아요." - <검은 머리 외국인>에서

혈세 5조 걸렸는데 '깜깜이' ISD 심리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어린 시절 소풍 갔던 길에 만난 야바위꾼이 생각났다고 했다. 용돈으로 시작해, 김밥과 사이다까지 '탈탈' 털렸단다. "이제 제 나라의 돈을 맡은 이들이, 나라 밖의 야바위꾼들과 어울려 제 나라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 내는 화투짝을 마술처럼 놀려 대는 것"을 목격했다고도 했다.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론스타는, 그 악명이 잊히기도 전에 '투자자-국가소송(아래 ISD)'을 제기했다. 5조 원 가까이 챙겼으면서도 한국 정부 때문에 5조1300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1차 심리가 열렸다. 하지만 국민들은 무엇이 쟁점인지, 누가 증인인지, 심지어 정확한 심리 장소조차 알지 못한다. 정부는 어떤 물음에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그동안 철저히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재판 내용 등을 숨길수록 국민적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 것은 검은 머리 외국인들의 행각이었다. 전통적으로 검은 머리에 대해서 무한한 긍지를 가지고 있던 까멜리아 사람들에게, 머리는 검으면서 노랑머리들에게 붙어 제 나라 은행을 팔아먹은 짓에 치를 떨었다. - <검은 머리 외국인>에서

5조 원의 혈세가 걸려있는 소송에서 정부의 무작정 '함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잊지 말고 지켜보자.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ISD 2차 심리는 6월 29일부터 10일 동안 진행된다.

덧붙이는 글 | <검은 머리 외국인> (이시백 지음 / 레디앙 펴냄 / 2015.05 /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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