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경기에서 벌어졌던 벤치 클리어링 사건에 관해 민병헌(두산 베어스)이 구단을 통해 '양심 선언'을 한 뒤 징계를 받았다. KBO리그 사무국(총재 구본능)에서는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관에서 상벌 위원회를 열어 지난 27일 경기에서 벌어졌던 벤치 클리어링 사건에 관련된 선수들에 대해 징계를 발표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지난 27일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 운동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7회 초에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NC의 선두 타자 오재원이 갑자기 심판에게 타임을 요청했다. 심판이 타임 요청을 받아들였고, NC의 선발 투수 에릭 해커에게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승부에 집중하고 있던 해커는 이미 투구를 위한 와인드업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을 포수 위로 던지고 말았다. 이후 오재원은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는데, 1루수로부터 공을 토스 받은 해커가 1루 베이스를 밟고 나서 문제가 생겼다.

해커는 1루 벤치로 들어가는 오재원에게 "Get in the box(타석에 들어가라)"라고 외쳤다. KBO리그 규정에 의하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상대 팀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에 대한 폭언을 금지"(규정 4.06) 내용이 있는데, 해커가 이를 위반한 것이다. 게다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선수들 사이에서는 더 큰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오재원과 해커의 언쟁이 시작됐고, 그라운드에 양 팀 선수들이 뛰어 나오면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그런데 두산 벤치 쪽에서 해커를 향해 공이 날아왔다. 정확히 누가 공을 던졌는지 알 수 없었다.

일단 양 팀의 일부 선수들과 심판 등이 상황을 제지한 뒤, 심판진 모두가 두산 벤치를 방문해 상황을 정리했다. 심판들은 덕아웃에서 공을 던진 선수가 누군지 물었고, 이 과정에서 장민석이 나서며 자신의 행위임을 밝힌 뒤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벤치 클리어링 당시 장민석은 그라운드를 향해 뛰어나가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양심 선언 했지만...

게다가 당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두산의 홍성흔까지 벤치 클리어링에 참가했던 장면도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1군에 등록돼 있지 않은 선수라도 팀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응원하는 행위까지는 제한돼 있지 않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것은 금지돼 있다(규정 3.17).

하지만, 다음 날인 28일 두산의 민병헌이 구단을 통해 벤치 클리어링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심판들이 물었을 때 자신이 손을 들었지만 장민석이 먼저 자신임을 밝혔다는 것이다. 민병헌은 이러한 '대리 퇴장' 사태에 대해 "경기가 끝나고 호텔에 와서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동료가 피해를 보는 것이 미안하고 괴로웠다. 야구 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프로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 발언을 남겼다.

두산은 구단 소식을 통해 이 사건과 관련 추후 재발 방지 차원의 선수단 교육을 약속했다. 또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서재응)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경기 과열로 발생한 비신사적인 행위들에 대한 사과를 발표했다.

이에 정금조 KBO 기획운영부장이 "지난 27일 사건 당시에는 의사 소통이 안 돼 벌어진 해프닝으로 판단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두산 베어스와 당사자가 입장을 밝혀왔다. 의도성을 떠나서 행위 자체가 비신사적이며 스포츠 맨으로서의 의식이나 규정에 위배된다. 최대한 빨리 상벌 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8일 상벌 위원회가 열렸고, 상벌 위원회에서는 민병헌의 행위가 스포츠 정신을 위배했다는 판단 하에 KBO리그 규정 벌칙 내규 7항에 의거, 3경기 출장 정지 및 유소년 야구 봉사 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규정 4.06).

또한 1군 엔트리 말소 상태임에도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진입해 벤치 클리어링에 참가했던 홍성흔에게는 제재금 100만 원을 부과했다. 현재 엔트리 말소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경기 출장 정지는 없었다(규정 4.07).

프로 스포츠 승부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선수와 선수 사이의 마찰이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날의 사건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며, 팬들에게도 큰 실망감을 안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민병헌은 비록 늦었지만 자신의 양심에 따라 진실을 밝혔다. 장민석은 팀 동료들에게 미칠 파장을 우려한 과정에서 자신을 희생해 대리 퇴장을 당한 것이었다.

또한 해당 구단과 선수협에서도 이러한 사건에 대해 반성의 입장을 밝혔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판단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팬들을 위해서 한 번 더 생각하며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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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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