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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정이 잡히면 2~3달 정도 꾸준히 연습을 하신다고 한다.
▲ 연습 공연일정이 잡히면 2~3달 정도 꾸준히 연습을 하신다고 한다.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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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내게 소리는 산소이자 밥이다. 모든 생명체가 이것이 없으면 죽는 것처럼 나에게 소리는 생명 그 자체이다"라고 말하는 천안 경기민요 전수관 김문숙 선생(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이수자, 제57호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전수자)을 만나 우리 가락에 대해 들어 봤다.

자신과 싸워 이긴 자를 강자라고 한다. 그 강자가 세상과 싸워 이기면 자신의 꿈을 이룬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직 다다르지 못한 그 길을 위해 한발 한발 내딛는 김문숙 선생을 통해 무엇이든지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경기민요, 청아하고 또렷한 발음이 특징"

- 국악을 하시게 된 동기는?
"그냥 소리가 좋아서 시작했습니다.1990년도 초반 처음 시작했으니 25~26년 된 거 같네요. 어릴 적부터 소리를 정말 좋아했죠. 초등학교 때 국악 관련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그랬으니까요.소리하는 걸 아버님은 탐탁지 않게 생각을 하셨지만, 어머니님은 좋아 하셨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아득한 옛날 이야기지만 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 졌던 거 같아요. 다른 분들 보다는 좀 늦게 시작했는데 시작보다는 끝까지 갈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한 것이 소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스승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두 분의 스승님이 계십니다. 묵계월 선생님(중요무형문화재 제 57호 경기민요 기능 보유자)께 처음 소리를 배우게 되었죠. 얼마 전 93세로 타계 하셨는데요. 늘 하시던 말씀은 "요즘 사람들은 너무 소리를 쉽게 배우려고 한다"였죠, 또한 경기민요는 반음을 들고 가야 한다는 소리를 자주 하셨는데요. 소리를 계속 하다보니 이제는 선생님의 말씀이 조금씩 이해가 됩니다. 두 번째 스승은 송서 예능 보유자이신 유창선생님으로 부터 10여 년 넘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유창(제 41호서울시무형문화재 송서예능보유자, 제57호 중요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전수조교)선생은 전화 인터뷰에서 '온유돈후(溫柔敦厚)'를 언급하며 "늘 따듯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국악은 우리의 정서가 담겨 있죠. 듣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 지고 편안해지죠, 국악 발전을 위해서 국악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국악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한 김문숙 제자에게는 "늘 건강을 지키고 국악 발전에 이바지 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있었다.

은소림 국악 예술단 원장
▲ 인터뷰 은소림 국악 예술단 원장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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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알기로는 판소리를 하시다가 경기민요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판소리는 춘양가, 홍보가, 적벽가, 수궁가, 심청가 등 5가지가 있는데요. 홍보가 같은 경우 한바탕하려면(완창) 3시간 반 정도, 춘양가는 5시간 정도 걸립니다.그만큼 무대가 많지 않습니다. 늦게 소리를 시작하다 보니 위기감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판소리가 대중과 호흡하기에는 열악한 것이 많았습니다. 저는 대중과 호흡하고 소통을 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민요 쪽으로 전향을 했던 겁니다. 판소리를 하다가 경기민요로 전향 했을 때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다들 응원해 주셔서 즐겁게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 소리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얼마 전 충남 아산에서 공연 중 있던 일입니다. 많은 관람객이 있었고 그 중 아프리카에서 오신 장관급 인사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공연을 한참하고 있는데 한 분이 갑자기 일어나서 춤을 추면서 천 원짜리 한 장을 들고 나와 무대 앞에 놓는 겁니다. 그러자 동행한 분들도 모두 나와서 천원짜리 한 장씩을 놓고 가는 거예요. 감사한 마음을 갖고 공연을 마쳤는데 통역하시는 분이 대기실로 찾아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천원짜리 받았다고 기분 나쁘지 않냐"고 물어보는겁니다.

그래서 아니라고 했고 감사하다고 했죠. 그런데 통역하시는 분이 말씀하시길 저 분들이 한 행동은 최고의 존경의 표시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우리 소리'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줬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 소리를 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식당을 하면서 소리를 배웠거든요. 새벽에 일을 끝내고 소리를 배우러 다닐 때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 하는 것을 하다보니 몸은 힘들지만 늘 즐거웠죠. 지금 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활기찬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웃음)"

-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관내 학교나 공원을 찾아가는 공연을 계획하고 있어요. 최근 천안삼거리 공원에서 '찾아가는 국악 한마당'을 했는데 시민의 반응이 좋아서 지속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1급 자격을 가지고 있는 제자와 수업중
▲ 수업 1급 자격을 가지고 있는 제자와 수업중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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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년기,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도 국악이 도움이 되나요?
"국악은 기본적인 '예'를 가르칩니다.즉 '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거죠. 인사하는 방법이라든지, 어른을 공경하는 법 등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정에 메말라 있는데, 소리를 배우면 그런 부분들도 보완 되죠. 서정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 감수성도 길러줄 수 있습니다. 유치원에서 공연을 할 때였는데요. 어떤 아이가 나와서 흥겹게 춤을 추는 겁니다. 얼마나 귀엽던지요. 회심곡을 들려줬는데 "너무 슬프다"고 표현하는 아이들고 있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국악하는것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우리 소리를 좋아합니다.(웃음) 많이 들려주세요."

- 천안 지역에 국악 애호가들이 얼마나 되나요?
"의외로 굉장히 많습니다. 국악 같은 경우는 나이가 먹어 갈 수록 좋아하시는데 젊었을 때는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40~50대가 되면 우리 것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연령층으로 보면 40~60대 분이 제일 많죠. 수업을 배우러 오시는 분들도 정말 소리를 좋아해서 배우시는 분들이 대다수예요."

- 대중 음악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전통를 살리고 현 시대 사람들과 호흡하는 방법들을 찾아 가야 할 텐데요?
"지역 예술인들이 무대에 많이 설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무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축제나 공연에 다른 지역 연희자를 섭외해서 공연을 하다 보니 그만큼 지역 예술인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이죠. 관계 기관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지역 예술인이 계속 성장 할 수 있도록 많은 무대를 만들어 주고 도와 달라는 것입니다. 또한 각급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국악을 체험할 수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가 돼야 되겠죠."

- 후학 양성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현재 한국교육평가원 천안지부를 맡고 있습니다. 일단은 전수관에서 일정 기간 (3~5년)경력이 되면 자격증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전수를 받게 해줍니다. 자격증(국악지도사)을 취득하면 개인적인 활동도 할 수 있게 됩니다. 10년 정도 하면 1급 자격증도 취득을 할 수 있습니다."

- 명창을 한 마디로 표현하신다면?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 경기민요의 특징은?
"지역적으로 보면 경기, 서도, 동부, 남도, 제주민요가 있는데 그 중에 경기민요는 서울 경기 충청 지역의 소리(경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리가 청아하고 또렷한 발음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젊은 세대에게 추천할 만한 곡이 있는지?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아이야 벗님네야 어서가자 배띄워라
동서남북 바람불제 언제나 기다리나
술익고 달이 뜨니 이때가 아니 더냐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아이야 벗님네야 배 띄워서 어서 가자
바람이 없으면 노를 젓고
바람이 불면 돛을 올리자
강 건너 벗님네들 앉아서 기다리랴
그리워 서럽다고 울기만 하랴
배띄워라 배 띄워라
아이야 벗님네야 배 띄워서 어서가자
바람이 없으면 노를 젓고 바람이 불렴 돛을 올리자
강 건너 벗님네들 앉아서 기다리랴
그리워 서럽다고 울리만 하랴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입구에 게시되어 있는 다양한 상장과 이수증
▲ 상장 입구에 게시되어 있는 다양한 상장과 이수증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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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기민요 수강생은 "소리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배우는 건 정말 힘든데 그만큼 보람도 있습니다. 열심히 연습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리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소중한 우리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결실할 수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태그:#김문숙, #경기민요, #은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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