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의 맹기용과 <마리텔>의 백종원

<냉장고를 부탁해>의 맹기용과 <마리텔>의 백종원 ⓒ jtbc, mbc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셰프 맹기용이 말 그대로 맹비난을 받고 있다. 그의 요리 실력과 경력을 문제 삼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면서, 그가 요리사로서의 경력이 지나치게 짧은 것은 물론, 요리사보다는 사업가에 가깝다는 반응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경력과 입담, 캐릭터까지 갖춘 요리사들을 기용하여 생각보다 긴장감 넘치는 요리 대결을 펼친 <냉장고를 부탁해>의 분위기에 맹기용이 어울리지 않고 불편한 감정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따지고 보면 이는 단순히 경력이나 실력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고 있는 김풍 역시 정식 요리사는 아니다. 그는 요리하는 웹툰 작가라는 특이한 이력으로도 <냉장고의 부탁해>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수 있었다. 문제는 맹기용이 요리사보다는 '꽃미남' '엄친아' 등의 키워드가 부각되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점이었다.

요리사로서 4년 경력은 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업으로 삼은 이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았고 다른 출연진들에 비해서 경험도 부족했다. 아예 다른 분야에서 일하며 요리를 취미로 하는 수준이라는 전제도 깔려있지 않다. 외모와 스펙이 가장 큰 무기인 그에게 있어서 <냉장고를 부탁해>의 출연은 일종의 특혜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의 캐릭터에 아직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요리사보다는 사업가에 가깝지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tvN <집밥 백선생>등에 출연하여 자신의 고유한 캐릭터와 매력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마리텔>에서 그는 자장면을 만들다가 춘장을 태우고 계란말이가 팬에 눌러 붙는 실수를 하지만 그런 실수들이 '요리사'로서 그의 품위나 가치를 훼손시키지는 않는다.

<힐링캠프> 등에 출연해 "직원들이 행복해야 손님들이 행복한 것" 같은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과 <마리텔>에서 설탕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삐치는 듯한 제스처는 상반된 것이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노력한 사람의 인간성이 그대로 화면에 표출되자 그의 행동이 삶 한 부분의 스토리를 만든 것이다. 백종원에게 설탕이라는 소재가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운영하는 식당들에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는 루머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 때는 이처럼 대중의 공감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맹기용의 경우는 이런 공감대 형성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의 화려한 외모와 배경을 바탕으로 그를 요리사로 캐스팅한 것은 공감대가 없는 와중에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요리사보다는 엔터테이너로서 먼저 알려졌고 소비되고 있다. 요리사의 타이틀을 가지고도 엔터테이너로서 부각되는 그의 삶 자체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엔터테이너로서 자신의 개성을 확고히 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는 한 마디로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신데렐라 같은 존재다. 그러나 그 신데렐라가 된 과정이 석연치가 않다. 그의 실적이 그가 받은 특혜를 상쇄하지 못할 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는 '느낌'이 문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정말 천재적인 실력을 보이거나 아니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의 캐릭터를 대중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미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나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것은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 나온 여타 예능인 형 셰프들에 비해서 너무나도 큰 비약이다.

이런 비난이 쏟아진 것에 대해 그는 "힘들고 죄송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이미 방송은 시작되었다. 그가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온전히 해 내는 길 밖에는 없다.

물론 이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 시간동안 그가 무너지지 않고 굳건하게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시청자들의 괴리감을 충족시킬 만한 고유의 매력을 찾아내지 않고서는 고통의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가 TV속에서 자신이 가진 매력을 시청자에게 설득시키는 그 순간이 바로 그를 향한 비난이 멈추는 시점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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