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과 스위스의 부패 의혹 조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누리집 갈무리.
 미국과 스위스의 부패 의혹 조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누리집 갈무리.
ⓒ FIFA

관련사진보기


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의 스포츠 권력 집단으로 군림해온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 의혹에 철퇴를 날렸다.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은 27일(현지시각) 뉴욕 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FIFA 고위 임원들을 스위스에서 전격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스위스 수사 당국은 취리히의 한 호텔에 묵고 있던 FIFA 고위 임원 7명을 급습해 체포하고 미국으로의 압송을 준비했다. 미국은 스위스에서 체포된 7명을 포함해 14명의 FIFA 임원을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체포된 인사는 FIFA 부회장 겸 남미축구협회장 에우헤니오 피게레도(우루과이), 북중미·카리브해축구협회장 제플리 웹(케이만 군도), FIFA 집행위원으로 내정된 에두아르도 리(코스타리카), FIFA 집행위원 호세 마리아 마린(브라질) 등이다.

"FIFA 부패 인사들, 축구계 타락시켰다"

부패 혐의로 기소된 FIFA 고위 임원진을 보여주는 CNN 뉴스 갈무리.
 부패 혐의로 기소된 FIFA 고위 임원진을 보여주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관련사진보기


린치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FIFA 고위 임원진은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지난 24년간 스포츠 마케팅 업체나 방송사에 최소 1억5000만 달러의 뇌물을 요구했다"면서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했고, 축구계를 타락시켰다"고 성토했다.

이어 린치 장관은 2016년 코파 아메리카 대회 과정에서만 1억1000만 달러의 뇌물이 오갔다고 지적하며 "그들은 매년, 대회가 열릴 때마다 그렇게 해왔으며 이제 악습과 부패를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8년 카타르 월드컵, 2022년 러시아 월드컵의 개최국 결정 과정을 비롯해 과거 24년간 각 대회 마케팅, 중계권 입찰에서 뇌물 수수나 돈세탁 등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스위스 연방 법무부도 성명을 통해 "(체포된 인사들은) 1억 달러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며 "취리히에 있는 FIFA 본부를 압수 수색했고, 관련자를 추가로 체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FIFA는 월드컵 개최국 선정을 둘러싸고 비리 논란이 일자 지난해 미국 연방검사 출신 마이클 가르시아를 윤리위원회 수석조사관으로 임명해 의혹을 조사하게 했다. 그러나 FIFA는 윤리위원회 보고서 공개를 거부했고, 가르시아가 사임하며 논란을 더욱 키웠다.

FIFA 부패 수사, 왜 미국 정부가 나섰나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의 국제축구연맹(FIFA) 고위 임원진 기소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의 국제축구연맹(FIFA) 고위 임원진 기소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관련사진보기


미국 정부가 직접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이들이 뇌물 수수를 미국에서 논의했고, 미국 은행을 통해 돈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린치 장관은 뉴욕 연방 검사로 재직하던 수년 전부터 FIFA 부패 의혹을 수사해왔다. 미국 언론은 FIFA 수사가 취임 한 달째를 맞이한 린치 장관의 역량을 시험할 좋은 기회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은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 대회에 자국 방송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중계권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FIFA의 부패가 곧 미국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방송사 FOX는 2018년, 2022년 월드컵 대회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로 중계하기 위해 무려 4억2500만 달러의 중계권료를 FIFA에 지불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이들이 스위스에서 체포된 이유는 FIFA가 세율이 낮은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와 미국은 범죄인 인도 협약을 체결하고 있어 이들의 미국 압송에 걸림돌은 없을 전망이다.

더구나 미국 출신이자 FIFA 고위 임원이었던 척 블레이저가, FIFA 내부 비리를 담은 서류와 녹취록 등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척 블레이저는 세금 체납으로 미국 사법 당국의 징역 처벌을 받게 되자 감형을 목적으로 이와 같은 '사법 거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FIFA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는 29일로 예정된 새 회장 선거에서 제프 블래터 현 회장의 5선 연임이 유력했으나, 이번 사태로 주요 측근들이 대거 체포되면서 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린치 장관은 "현재로써는 블래터 회장을 기소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나, 앞으로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나 증거가 나온다면 블래터 회장도 칼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FIFA "회장 선거 및 2018·2022 월드컵, 예정대로"

FIFA는 공식 성명을 통해 "축구계의 부패 척결을 위해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며 "새 회장 선거는 연기되지 않고 예정된 일정대로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태에 블래터 회장은 연루되지 않았다"며 "2018년,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 재투표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블래터 회장은 "미국과 스위스 사법 당국의 수사를 환영하고, 비리 인사들을 스포츠계에서 축출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축구, 축구팬, FIFA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여전히 블래터 회장의 당선이 가장 유력하지만 어려움에 빠진 것은 분명하다"며 "블래터 회장의 장기 집권에 맞서 선거에 출마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앞으로 이틀간 얼마나 많은 지지표를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유럽축구연맹(UEFA)도 FIFA 회장 선거의 연기를 요구했다. 인파티노 UEFA 사무총장은 "FIFA는 축구의 이미지를 더럽혔다"며 "총회를 연기하고 새로운 선거가 6개월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물로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와 카타르도 당혹스럽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우리는 (개최권을 따낼 만큼) 훌륭한 수준의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고, 알렉산데르 루카셰비치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FIFA 임원 체포는 미국의 명백한 불법 치외법권 행사"라고 비난했다.

사상 최대의 스포츠 '비리 스캔들'을 넘어 외교적 마찰로 비화되고 있는 미국의 FIFA 수사가 과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국제축구연맹, #FIFA, #부패, #월드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