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밥벌이를 하는 연예인 입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법하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방송에서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어가는 비연예인 직종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셰프'란 말이 더 익숙해진 요리사가 대표적. 하나 더 꼽으라면 바로 '설득의 달인' 쇼호스트를 들 수 있다.

아이돌 가수가 부럽지 않을 만큼 수많은 아줌마 팬을 거느렸지만 어디까지나 홈쇼핑 채널에 갇혀 있던 쇼호스트가 최근 TV 예능과 라디오 등 방송 전반에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호감 가는 비주얼과 모델 뺨치는 신체 조건으로 무장한 '총각' 쇼호스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조만간 '호스테이너'(쇼호스트와 엔터테이터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건 아닌지 점쳐 볼 일이다.

여심 '쥐락펴락'…훈남 쇼호스트, 수컷 본능 발산하며 예능 접수

 SBS <썸남썸녀>에 '소개팅남'으로 출연해 얼굴을 알린 김형균 롯데홈쇼핑 쇼호스트

SBS <썸남썸녀>에 '소개팅남'으로 출연해 얼굴을 알린 김형균 롯데홈쇼핑 쇼호스트 ⓒ SBS


TV 예능과 라디오에 등장한 남성 쇼호스트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은 비교적 단순하고 원초적이다. 수컷 고유의 매력을 발산해 여성 스타와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 최근 SBS <썸남썸녀>를 통해 예능 신고식을 치른 김형균 쇼호스트가 그러한 경우다.

<썸남썸녀>는 솔로 남녀 스타가 함께 하면서 진정한 인연을 찾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썸남썸녀> 3회에 '소개팅남'으로 등장한 김형균은 배우 윤소이, 가수 채연과 만난 자리에서 남자다우면서 배려심 있는 언행으로 그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미팅을 많이 해봤냐는 '왕누나' 채정안의 질문에는 "주로 헌팅으로 연애를 했다"며 거침없이 답한 그다. 함께 출연한 '훈남 쇼콜라티에' 루이강에게도 밀리지 않을 존재감이다.

이처럼 노련한 여성스타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매력으로 이름을 알린 쇼호스트로는 이민웅이 원조 격이다.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한 이민웅은 가수 레이디제인에게 호감을 표시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여성 스타들의 지지로 '쇼호스트계 왕자'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민웅은 라디오와 케이블 여성채널을 지나 JTBC <썰전>에까지 발을 뻗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혔다.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통해 인지도를 넓혀 jtbc <썰전>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이민웅 CJ오쇼핑 쇼호스트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통해 인지도를 넓혀 jtbc <썰전>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이민웅 CJ오쇼핑 쇼호스트 ⓒ jtbc


'예능 블루칩'으로는 한계 노출…홈쇼핑 업계에선 적극 지원해볼 만?

쇼호스트의 '예능 외도'는 걸음마 단계인 만큼 앞으로 예능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새로운 얼굴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으리라. 특히 최근 홈쇼핑 업계가 패션·뷰티 부문에 무게를 두면서 연예인 급 외모와 신체 비율을 갖춘 쇼호스트를 다수 채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TV 예능에서 '한 비주얼'하는 쇼호스트를 계속해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일부 쇼호스트가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고 스타 반열에 올라섰더라도 이들이 방송 예능판의 블루칩으로 기능할 가능성은 높다고 확신할 수 없다. 아예 MC 역할을 맡을 게 아니고서야 예능에서 이들이 소화할 만한 적당한 역할이 없는 게 현실.

 홈쇼핑에서 쌓은 탄탄한 인지도를 토대로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정윤정 쇼호스트(현 롯데홈쇼핑)

홈쇼핑에서 쌓은 탄탄한 인지도를 토대로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정윤정 쇼호스트(현 롯데홈쇼핑) ⓒ 이강훈


홈쇼핑 업계에서 탄탄히 다진 인지도 덕분에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정윤정 쇼호스트나 KBS <1박 2일>을 통해 이름을 알린 유지은 쇼호스트의 경우 홈쇼핑 전문가로서 주어진 역할을 무난히 소화했을 뿐 제작이 예상치 못한 끼를 발산하거나 특별한 방송기여도를 보여주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아직 예능 제작진에겐 특별히 끌릴 것 없는 카드일지 모르지만 홈쇼핑 업계 입장에선 쇼호스트의 예능 나들이를 더욱 독려하고 지원하는 게 좋은 전략일 수 있다. 자사 쇼호스트가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는다면 자연스레 고객 확보와 매출 증대까지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쇼호스트를 그저 상품 판매의 달인이 아니라 다양한 매력을 지닌 한 '사람'으로 키워낸다면 홈쇼핑 시청자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도 효자 노릇을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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