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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은 우리에게 생명을 공급해주는 곳이다. 쌀을 생산하는 논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을까? 대한민국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논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다. 그 중 대표적인 종을 꼽으라면 역시 새들이 아닐까 한다.

새들은 논에 다양한 생명들을 사냥하며 먹이터로 활용하기도 하고 번식지로 선택한다. 뜸부기는 농경지에 번식하면서 멸종 위기에 처했다. 농경지가 줄어들고 과도한 농약 사용이 멸종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제비 역시 농경지 주변에서 농가에 번식하며 농경지의 곤충을 먹이로 하는데, 농약 사용이 과도해지면서 2차 감염으로 개체 수가 급감한 종이다.

이렇게 새들에게 농경지는 먹이터와 번식지로 매우 중요한 장소다. 농경지 감소와 농약 사용은 농경지를 기반으로 생활하는 새들에겐 멸종의 위협일 수밖에 없다.그 대표적인 종이 저어새다.

식물 뿌리로 보이는 재료를 물고 있는 저어새
▲ 저어새가 둥지를 보강하기 위한 재료를 물고 있다. 식물 뿌리로 보이는 재료를 물고 있는 저어새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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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종 저어새, 여기서 만났습니다

저어새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무인도(비도, 석도)등지에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러시아 북동부에 일부 개체가 번식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개체군이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있는 서해에 번식한다.

때문에 서해의 번식지가 사라지면 전 세계의 저어새는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 저어새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겨울철 전 세계 동시 조사 결과 약 3200여 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1만 이상의 개체군이 돼야 한다.

저어새 개체수 변화
▲ 전 세계 저어새 개체수 현황 저어새 개체수 변화
ⓒ 야생조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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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저어새를 강화도의 농경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8일부터 22일 강화도에서 워크숍이 있어 찾았을 때의 일이다. 대전과 충청 지역에서 주로 탐조 활동을 하기 때문에 저어새를 쉽게 만날 수 없는 나로서는 매우 놀라운 광경이었다.

논에서 저어새를 만나다니. 충청 지역 서해안 갯벌에서 힘들게 저어새를 만나왔던 나로서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강화도의 저어새는 농경지에서 농민과 크게 거리를 두지 않은 채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논에서 멸종 위기종 저어새를 만나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지만, 사람과의 거리도 매우 가까워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강화도에서는 쉽게 이런 모습을 목격 할 수 있다.
▲ 백로와 함께 논에서 휴식하고 있는 저어새의 모습 강화도에서는 쉽게 이런 모습을 목격 할 수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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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서만 살았다면 저어새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망각할 것 같은 정도였다. 2시간여 남짓 탐조한 강화도 농경지에서 약 12마리의 저어새를 만날 수 있었다. 저어새는 강화도 주변의 섬에서 주로 번식하고 있었다. 지난 22일 필자는 저어새가 번식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 무인도를 찾았다.

약 60여 쌍이 번식하는 무인도는 접근이 불가능했다. 군사 경계선 안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이 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했다면 아마 저어새는 번식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어새는 섬 주변의 갯벌에서 먹이도 찾고 둥지를 보수할 수 있는 재료도 공급하고 있었다. 작은 돌섬에 번식 중인 저어새는 괭이갈매기와 재갈매기 등과 함께 번식하고 있었다. 철조망으로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람에 의한 번식 실패는 없을 것으로 보여 참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철조망을 경계로 군사경계선 안에 자유롭게 번식한 저어새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육지와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신기했다.

저어새 번식지
▲ 철조망 넘어 보이는 작은 섬에 저어새가 번식하고 있다. 저어새 번식지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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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0여 쌍이 번식을 하고 있다.
▲ 작은 돌섬에 번식중인 저어새의 모습 약 60여 쌍이 번식을 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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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나 철조망이 사라지면 저어새가 그대로 번식이 가능할 지 불현듯 걱정이 됐다. 새 사진을 찍는 많은 사람이 득달같이 달려 들어 사진을 찍지 않을지도 걱정 되었다. 서식처를 훼손하면서까지 사진을 찍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나 해양수산부에서 철저하게 지켜주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를 걱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새들의 중요한 서식처가 너무 쉽게 개발돼 없어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자연을 지켜내는 것이 너무나 힘든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새만금이 그랬고, 4대강이 그랬다. 새만금에 서식하던 멸종 위기종 넓적부리도요는 이제 새만금에서 볼 수 없다. 4대강에 서식하던 수 많은 새는 갈 곳을 잃어버렸다. 때문에 철조망 너머의 저어새가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했고, 이런 현실이 씁쓸했다.

언젠가 이뤄질 통일을 꿈꾸는 필자는 통일 이후 늘 군사 경계선 안의 개발이 걱정이다. 현재의 개발 행태가 유지된다면 DMZ의 생물들이 급감하거나 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필자가 찾아간 저어새 서식처처럼 육지와 가까운 무인도와 돌섬은 사람으로 넘쳐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일 대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행보뿐 아니라 환경적인 보전 정책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계획해야 한다. 안보 만큼 환경 보전도 가치가 있는 투자인 것을 나라님들이 명심하기를 바란다.


태그:#저어새, #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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