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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부처님 오신 날, 경남 창원 성불사 신도들이 부처님께 관욕하며 복을 빌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부처님 오신 날, 경남 창원 성불사 신도들이 부처님께 관욕하며 복을 빌고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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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어디로 갈까 고민했습니다. 전남 여수 돌산 용월사 원일스님 등이 "석가탄신일, 오세요!"라고 요청하더군요. 하지만 이미 불사를 준비 중인 경남 창원 여항산 성불사 청강스님의 문자에 마음을 허락한 뒤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몸은 따로 있되, 마음만은 하나였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법정스님 글귀 하나 읽고 가지요.

여보게 친구, 절에 가면 부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에 가면 부처가 있을까? 부처는 없고, 불상만 있다는데, 과연...
 절에 가면 부처가 있을까? 부처는 없고, 불상만 있다는데, 과연...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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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면

                           법정스님

여보게 친구
산에 오르면 절이 있고

절에 가면 부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에 가면 인간이 만든 불상만
자네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던가?

부처는 절에 없다네…
부처는 세상에 내려가야만 천지에 널려있다네
내 주위 가난한 이웃이 부처고
병들어 누워있는 자가 부처라네

그 많은 부처를 보지도 못하고
어찌 사람이 만든 불상에만
허리가 아프도록 절만하는가?

천당과 지옥은 죽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가?
살아있는 지금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내 마음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내가 살면서 즐겁고 행복하면 여기가 천당이고
살면서 힘들다고 고통스럽다고 하면 거기가 지옥이라네

자네 마음이 부처고
자네가 관세음보살이라네

여보시게 친구
죽어서 천당가려하지 말고
사는 동안 천당에서 같이 살지 않으려나?

자네가 부처라는 걸 잊지 마시게
그리고 부처답게 살길바라네
부처답게…

그러게요. 법정스님 말씀이 백 번 천 번 맞는 말입니다. 부처가 어디 산 속 절집에만 있답디까? 다들 왜 세상에 널린 부처는 왜 보지 못한답니까? 천당과 지옥이 어디 저승에만 있답디까? 언제부터인가, 절에 스님만 있고, 부처님은 사라진 듯도 합니다. 그래 설까, 세상은 이미 아수라장입니다. 이걸 깨닫는 순간, 세상은 다시 용화세상이 되겠지요.

부처님 안녕하셨습니까? 모두가 부처인 까닭

여항산 성불사 주차요원 신도들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항산 성불사 주차요원 신도들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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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석가탄신일 새벽, 목욕재계했습니다. 아침, 속세에서 질긴 시절인연을 타고 난 지인 두 분과 함께 창원 성불사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 지인이 암송하던 금강경을 직접 독송해 주신 덕에 귀와 마음 행복했습니다. 게다가 지인 자녀들이 절집에 함께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김밥으로 대신 싸준 덕분에 입까지 즐거웠습니다.

"성불하십시오!"

성불사 입구에 배치된 주차요원 신도님들과 인사 나눴습니다. 그는 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한 마음을 헤아린다는 듯 미소 지었습니다. 절집으로 가는 길에는 연등이 길 밝히고 있었습니다. 공양 간에는 고사리나물, 콩나물, 버섯나물 등 비빔밥 재료들이 푸짐하게 마련되었습니다. 한쪽에는 신도들과 나눌 떡을 싸고 있었습니다. 옆에서는 식혜로 목을 축이며 서로 인사 건넸습니다.

경남 창원 성불사에서 진행된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대법회 모습입니다.
 경남 창원 성불사에서 진행된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대법회 모습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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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제2559년(2015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대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대법회는 개회, 촛불 점등, 타종, 삼귀의 가창, 반야심경 독송, 봉축 점등, 인사말, 헌화 및 관욕, 예불 및 신중단 퇴공, 발원문 낭송, 청법가 가창, 청강스님 법문, 영단시식, 음성공양(회심곡), 사홍서원 가창, 산회가 가창, 불자님들 상호 인사, 폐회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부처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법문에 나선 청강스님의 엉뚱한 일갈(一喝)에 신도들 의아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내 밝은 표정이 되었습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이치를 아는 게지요. 그들은 법정스님께서 속세에 천지라던 부처님이었습니다. 속세의 부처님들이 절집에 찾아든 겁니다. 스님은 속세 부처님들께 문안 인사를 올린 것이었습니다. 

"다들 눈을 감아 보세요. 자 이제 눈을 뜨십시오. 이게 바로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입니다. 눈을 감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지만, 눈을 뜨면 환하고 밝은 세상이 보입니다. 이렇듯 밝은 세상을 만들려고 부처님이 오신 겁니다."

절집 비빔밥, 고추장 없이 먹어야 더 맛있는 이유

절집의 비빔밥은 고추장 없이 먹어야 더 맛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절집의 비빔밥은 고추장 없이 먹어야 더 맛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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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삼국시대, 궁예는 용화세상과 미래불을 꿈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토록 바랬던 용화세상과 미래불을 맞이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죽어갔습니다. 왜일까? 항간에선 궁예가 욕심에 빠져 그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체를 바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니까 욕심으로 인해 백성을 등졌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이는 현실을 직시하는 '정견(正見)'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꿈을 이루고 싶다면 자기가 갈 길을 제대로 바르게 나아가야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 초발심을 일으켜 행하면 그게 행복입니다."

청강스님은 그러면서 불교 수행의 8가지 올바른 길인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념(正念), 정정진(正精進), 정정(正定) 등 '팔정도(八正道)'를 강조하셨습니다. 이게 어디 쉽습니까? 그래서 수행이 필요하겠지요. 법당 앞 공중에는 연등이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습니다.

경남 창원 여항산 성불사 청강스님.
 경남 창원 여항산 성불사 청강스님.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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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에서 먹는 비빔밥은 고추장 없이 먹어야 더 맛있어."

부처님 오신 날 나누는 공양, 맛있게 먹는 법입니다. 고추장 없이 먹어야 신선한 각 재료의 맛이 그대로 우러난다는 겁니다. 이 공양에는 많은 공양주 보살들의 보리심이 깃들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살아생전 탁발한 음식을 한 톨 남김없이 맛있게 드셨다고 합니다. 왜냐? 때문이 아니라 덕분에…. 음식 나누는 즐거움은 곧 부처되는 지름길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인 자녀들이 싸준 도시락도 열반으로 가는 공덕이지 싶습니다. 모두 성불하시길!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현실에서 꿈꾸는 용화세상은 올까?
 현실에서 꿈꾸는 용화세상은 올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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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여항산 성불사, #청강스님, #부처님 오신 날, #비빔밥,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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