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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총리 후보 지명과 관련한 입장발표를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총리 후보 지명과 관련한 입장발표를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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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를 상징하는 단어로는 '공안'이 가장 많이 꼽힌다.

대검 공안1·3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2차장을 지냈고, <국가보안법 해설>(1998년)을 펴내면서 '미스터 국보법'으로 불린 탓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12월에는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는데 "주요 공안 사태 대응 및 해결"이 훈장을 받은 사유 가운데 하나였다.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장관으로서는 통합진보당의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해 진보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까지 이끌어냈다. 이 때문에 "황교안이 아니라 황공안"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황 후보자를 상징하는 또다른 단어에는 '기독교'가 있다. 사법연수원 시절 신학대를 다녔고, 한때 교회 전도사로 활동했으며, <종교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1998년),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2012년)를 썼고, 기독교 민영교도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아가페'의 이사를 맡았다는 등의 경력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의 부인도 기독교계열 대학인 한영신학대를 거쳐 현재 나사렛대 교수(나사렛상담센터)로 재직중이다.

황 후보자의 종교가 '기독교'라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엄청난 재범률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복음이다", "주일이 아닌 때에 공무원 시험을 치러야 한다", "종교단체 부동산에 과세특혜 조항이 다시 마련되어야 한다" 등의 주장에서 감지되는 '기독교 편향성'이 위험스러운 것이다.  

기독교 민영교도소 설립에 적극 관여해... "공무에 적정한 것인가?"

황 후보자는 독실한 침례교 신자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기독교 한국침례회 소속인 성일교회(김정곤 담임목사)를 다니고 있다. 지난 1976년 서울 중구 만리동에서 시작한 성일교회는 지난 1980년 서울 양천구 목동에 현재의 예배당을 세웠다. 그는 지난 2013년 2월 법무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장로가 없는 교회에 다니고 있다"라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성일교회 홈페이지에는 12명의 장로(원로-시무-협동장로) 명단이 올라와 있다.

성일교회가 황 후보자에게 더 뜻깊은 것은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딴 장학사업을 이곳에서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어머니가 작고하자 다음 해(1996년)부터 어머니의 이름 딴 '전칠례 장학금'을 만들어 가정형편이 어렵고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학생들을 돕고 있다. '전칠례 장학금'은 올해까지 19년을 이어오고 있다. 성일교회 권사였던 그의 어머니는 평소 "너보다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황 후보자는 지난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에 신학대를 다녔다. '전도사' 자격증을 얻어 교회 전도사로도 활동했다. <종교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과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를 쓰는 등 종교법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법조계 기독교 신자모임인 '애중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도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애중회 회원이었다.

특히 황 후보자는 현역 검사 시절 기독교 민영교도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아가페'의 이사로 활동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 시절인 지난 2004년 아가페 재단 이사와 부울경 지역본부장으로 활동했고, 기독교 민영교도소 건립을 위해 30만 원을 헌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0년 애중회 회원들이 설립한 법무법인 로고스에서도 1783만 원을 아가페 재단에 기부했다. 그가 지난 2012년 종교단체에 기부한 금액은 총 1570만 원에 이르지만 구체적인 기부내역 공개는 거부했다.

지난 2013년 2월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황 후보자의 민영교도소 설립 활동이 야당의 공격 지점으로 떠올랐다.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직 검사가 재단법인 이사를 맡아 민영교도소를 설립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공무에 적정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황 후보자는 "남는 시간을 활용해 재소자들을 돕는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했다"라고 해명했다. 겸직 허가를 위한 필요한 절차를 밟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밟았을 텐데 정확하지는 않다"라고 답변했다.

아가페 재단은 지난 2002년 3월 법무부로부터 민영교도소 수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그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이었다.  아가페 재단은 부지 매입과 건물 신축 등을 위해 300억 원을 목표로 모금에 나섰고, 2010년 경기도 여주군에 최초의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를 열었다. 아가페 재단에 황 후보자 등 검찰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재단이 민영교도소 수탁자로 선정된 과정에 이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검사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충성된 종이었다"

아가페 재단은 지난 2004년 1월부터 <아가페 소식지>라는 정기간행물을 발행했다. 그 창간호의 '아가페 생각'에 황 후보자의 글이 실렸다. 당시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였던 그가 아가페 재단 이사 자격으로 '갇힌 자를 생각하자'라는 글을 기고한 것이다.

황 후보자는 이 글에서 브라질의 휴마이타 기독교도소와 미국 텍사스주의 기독교교정프로그램(IFI)을 거친 재소자들의 재입소율이 5% 미만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이것은 재소자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교화해야만 확실한 갱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엄청난 재범률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복음뿐이다"라며 "전국 45개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6만여 명의 갇힌 자들을 주님께 인도해야 한다"라고 썼다.

아가페 재단의 이사로서 '기독교 민영교도소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발언이다. 하지만 '재범률을 낮추는 유일한 대안이 복음'이라고 주장한 대목에서는 '기독교 편향성'이 엿보인다. 최원식 의원이 인사청문회 당시 "'유일한 대안'은 과도한 표현 아니냐?"라고 추궁했고, 황 후보자도 "과도한 표현일 수 있겠다"라고 인정했다.

황 후보자가 지난 2012년 7월에 펴낸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도 이러한 기독교 편향성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가장 극단적인 주장은 지난 2001년 9월 '사법시험 1차 시험을 일요일에 치르는 것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비판한 대목이다. 그는 헌재 결정을 "유감이다"라고 평가하면서 "이것이 곧 공무원시험을 주일에 치르라는 명령이 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헌재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투다.

목사와 달리 부목사나 전도사, 강도사의 사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을 두고는 "이러한 법원의 견해는 지극히 잘못된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거나 법원의 판결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민주'나 '인권'보다 '법'과 '질서'를 강조해온 '미스터 국보법'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추진했던 종교인(단체) 과세와 관련해서도 "유독 종교단체 부동산 등기에 대한 등록면허세를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잘못된 조치이며 이에 대한 과세특례조항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는 등 일관되게 '비과세'를 주장했다. 목사들이 받고 있는 '사례비'가 사실상 '급여'임에도 불구하고 "목회사의 사례비는 일반 급여와 그 성격이 현저히 다르고, 그 원천이 된 헌금에 대하여 이미 성도들이 세금을 납부한 것"이고 "종교자유의 보장을 위해서라도" 비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배당 건축이나 예배 등으로 인한 소음에 항의하는 행위를 "예배방해죄"로 규정하면서 "사직당국에 신고하면 처벌된다"라고 친절하게 조언하는 대목이나,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두고 "심히 부당하다"라고 비판한 것에서도 세속법보다는 교회법을 중시하는 '기독교 편향성'이 드러난다. 다만 그는 "세상법 우선 적용 자체는 기독교인 입장에서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기독교인도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활동하므로 그러한 바람이 다 충족되기는 어렵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당시 "개인적 신앙과 공적 직무는 구분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기독교 편향성 논란'을 방어했지만,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조차 "'좀 극단적이고 종교편향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3년 5월 황 후보자를 인터뷰했던 <한국기독신문> 기자는 "그는 검사이기 이전에 그리스도인이며, 하나님의 충성된 종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시절인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샘물교회 신도 23명의 피랍사건이 발생해 '과도한 해외선교'라는 비판이 일자 "주님의 지상명령을 기억하고 마땅히 가야 할 곳을 갔다"라고 반박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황교안, #성일교회, #침례교, #아가페,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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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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