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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오후, 수원화성 동쪽에 있는 동북포루, 동암문, 동장대, 동북공심돈, 동북노대, 창룡문까지 성 안쪽 답사를 했다. 창룡문에서 성 밖으로 나와 북암문으로 들어가 방화수류정, 화홍문을 둘러보면서 답사를 마무리 했다.

동장대 좌측 지붕 모습
▲ 수원화성 동장대 동장대 좌측 지붕 모습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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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대 안으로 들어가보면 뒤쪽으로 얕은 영롱무늬 담이 있는데, 설명문이 안 보이니 일반 답사객들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어리둥절해 한다. 소라각이라고도 불리는 특이한 구조의 동북공심돈에 이르니 눈앞에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다.

그런데 바로 발밑으로 화살이 날아와 박히는 것이 아닌가. 주변에 있던 외국인, 어린이를 포함한 수많은 답사객들은 기겁을 하며 도망을 가듯 다른 곳으로 갔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수원화성 답사 왔다가 화살에 맞아 죽을 뻔했네."

답사객들이 불만에 가득찬 목소리로 웅성였다. 근처에 있던 어느 답사객이 활을 쏘는 곳을 향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활 쏘지마, 사람 잡겠다. 활 쏘지마, 사람잡겠다."

이후에도 답사객을 향해 화살이 계속 날아왔다. 25일 오후 그 현장에 있던 수백여 명은 '활 쏘지마'라는 함성 소리를 들으며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해 했을 것 같다.

앞쪽 과녁은 국궁체험장 과녁이고, 뒤에 보이는 과녁은 국궁 과녁이다.
국궁 과녁 바로 옆에 인도가 있고, 뒤로는 수원화성 성곽길이다.
▲ 수원화성 연무대앞 국궁터 앞쪽 과녁은 국궁체험장 과녁이고, 뒤에 보이는 과녁은 국궁 과녁이다. 국궁 과녁 바로 옆에 인도가 있고, 뒤로는 수원화성 성곽길이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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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 11월, 국궁장에 심각한 안전문제가 있으니 폐쇄해 달라고 수원시에 민원을 넣었다. 이에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다.

"현재 연무대 국궁장은 관광객을 위한 국궁체험장과 국궁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체육시설로 병행하여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적하신 과녁은 국궁대회 개최시 사용되는 과녁으로서 수원시궁도협회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수원시궁도협회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협조 공문을 발송(2014.11.27,체육진흥과)하였으며, 궁도협회와 협의를 통하여 과녁을 철거 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여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세계문화유산『수원화성』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몇 개월이 지났지만 전혀 개선된 것이 없다.

답사길이 끊어져 불편해요

수원화성 동북노대와 동북공심돈 사이의 끊어진 답사로.
이곳에서 인도로 내려가 횡단보도를 건너 한참 내려가야 다시 성벽으로 갈 수 있다.
▲ 끊어진 성 밖 답사로 수원화성 동북노대와 동북공심돈 사이의 끊어진 답사로. 이곳에서 인도로 내려가 횡단보도를 건너 한참 내려가야 다시 성벽으로 갈 수 있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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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밖으로 나와 동북공심돈으로 가다보니 성벽 아래를 관통하는 도로로 인해 답사길이 끊어졌다. 동북노대 아래에서 계단도 없는 위험한 길을 내려와 횡단보도를 건너고, 또 한참을 내려가야 다시 성벽으로 갈 수 있다. 답사로가 이어졌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약간의 보강공사만 하면 답사로를 이을 수 있어 보이는데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수원화성은 성 안길을 따라  답사할 때와 성 밖길을 따라 답사할 때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든다. 성 안에서는 아군의 입장에서 성 밖을 조망하며 효과적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성 밖에서는 적군의 입장이 되어 성의 견고함과 공격시설을 실감나게 볼 수 있다.

북암문으로 들어와 화홍문에 이르러 누각 아래 빈 공간을 들여다보니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다. 성 밖 곳곳에도 쓰레기가 많다. 당연히 답사객의 문화재 사랑이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답사객을 맞이하는 입장에서도 세심한 관심과 청결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이 기사를 작성하기 전인 5월 19일, 국궁터 폐쇄요청 민원을 다시 넣었었다. 5월 26일 답변이 와서 여기에 옮긴다.

"안녕하세요.
『사람중심 더 큰 수원』발전을 위한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체험용 과녁은 30m 이내로 관광객분들이 안전하실 수 있도록 우리시에서 펜스를 설치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궁도협회에서 회원들이 국궁체험장 옆에서 활쏘기함으로써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드린 것 같습니다. 이에 우리 시에서는 우선 수원시 궁도협회에 국궁 활동시 관광객 안전에 유의하도록 통보하였습니다.

현재 궁도협회 등 체육회 담당부서인 체육진흥과와 국궁장 문제에 관하여 협의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국궁활동과 관련하여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노력하겠사오니 이점 널리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화성, #동장대, #국궁터, #동북공심돈, #동북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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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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