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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인천관광공사(아래 공사) 설립·운영 조례'를 입법 예고하며 공사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공사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며 면밀한 검토를 주문했지만, 시는 공사 설립을 본격화해 제2의 인천도시공사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관련 기사 : 행자부 "인천관광공사 수익 불확실, 면밀히 검토해야").

지난해 12월 기준 관광 사업을 펼치는 지방공기업 7개(서울관광마케팅·경기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제주관광공사·경북관광공사·김대중컨벤션센터·대전마케팅공사) 중 제주와 경북관광공사를 제외한 지방공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약 1391억 원이고, 당기순손실은 약 451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부채는 약 1899억 원이며, 결손액은 약 927억 원이다. 제주관광공사는 면세점 운영에 힘입어 매출 246억 원에 당기순익 14억 원을 기록했고, 경북관광공사는 보문관광단지 운영에 힘입어 매출 398억원 에 당기순익 108억 원을 기록했다.

조직 규모와 사업 면에서 인천관광공사와 거의 유사한 부산관광공사의 경우 매출 101억 원에 영업이익 마이너스 21억 원, 당기순손실 19억 원을 기록했다.

시는 이 같은 지방공기업 경영 실적에 대해 "경북관광공사와 제주관광공사의 사례처럼 지역 특성에 맞는 수익 사업을 발굴할 경우 지방재정 부담 없이 관광 진흥이 가능하다"며 공사 설립 타당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시의 해석과 현실에는 온도 차가 있다. 조현근 위원장은 "경북관광공사의 경우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던 보문관광단지를 그대로 넘겨받았다. 투자 비용이 없었고, 대부분의 수익은 골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제주의 경우 특별자치도에 맞춰 면세 사업권을 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시가 항만 면세점을 2017년부터 새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남항)에서 운영하겠다는 것도 터미널 공사 일정상 불가능하지만, 행자부 지적처럼 면세사업권을 따낼지도 의문이다. 인천항만공사가 인천공항공사처럼 경쟁 입찰에 붙일 텐데 입점을 기정 사실화 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시 관계자는 "새 국제여객터미널이 2016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개장하면 사업권을 따내겠다는 계획이며, 현재 인천항만공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인천항만공사가 2015년 4월 발표한 '인천항 국제여객부두 및 터미널 건설사업 추진 현황'을 보면, 인천항국제여객부두 중 1단계 부두가 올해 12월 준공하고, 2단계 부두는 내년 11월 준공한다.

부두는 배가 접안하는 항만 시설이다. 가장 중요한 국제여객터미널, 즉 여객이 표를 끊고 출입국 심사를 받고 대기하는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은 2018년 6월 개장 예정이다. 인천항만공사는 빨라야 3월 개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객터미널이 개장해야 면세점이 들어설 수 있다.

게다가 인천항만공사는 항만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현재 어떤 절차나 협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시가 여객터미널 개장 시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면세점 입점을 계획한 것이다.

공사 예상 수익에서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다. 행자부가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며 면밀한 검토를 주문한 배경이 바로 이 점이다. 그럼에도 공사 설립을 강행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인천시 관광진흥과는 "(국제여객터미널) 개장 시기가 2017년으로 계획 돼 있어서 2017년으로 잡았다. 일을 하다보면 애초 계획대로 진행 안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인천항만공사가) 2018년 개장하면 그때 (면세점이) 개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항 면세점이 내국인 이용 가능한 제주보다 잘 될까?

인천 남항에 들어설 새 국제여객터미널에 항만 면세점이 입점할 수 있을지 의문인 데다, 시의 공사 사업 수지 분석이 허점이 많고 사업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제주공항과 제주항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총매출액은 약 3166억 원으로 이중 제주항 면세점의 매출액은 약 63억 원(인천관광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보고서)이다. 제주항 면세점 면적은 398 제곱미터로 1 제곱미터 당 매출액은 약 1583만 원이다.

제주관광공사가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운영하는 면세점(2286 제곱미터)의 2014년 매출액은 약 414억 원으로, 1 제곱미터 당 매출액은 1811만 원이다. 이 곳 이용객은 약 23만 9270명으로, 한 명당 약 17만 3000원을 면세점에서 지출한 셈이다.

그런데 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면세점(900 제곱미터)의 예상매출액은 약 383억 원이다. 1 제곱미터 당 매출액은 4255만 원으로 제주항 면세점의 268%,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면세점의 235%에 해당한다. 제주의 면세점은 내국인 이용이 가능하다. 인천항 면세점 예상매출액을 제주보다 두 배 이상 많이 책정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사 항만 면세점의 예상매출액은 현재 엔타스가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연안부두 옆)에서 운영하는 면세점 매출액과 비교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엔타스 면세점(740 제곱미터)의 연간 매출액은 약 150억 원으로, 1 제곱미터 당 2027만 원이다. 공사 항만 면세점 예상 매출액은 이것의 두 배에 달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보고서에 담긴 새 인천항 면세점의 매출액 계산이다. 보고서를 보면, 2017년 예상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출국자는 약 104만 명이고, 이중 27.6%인 28만 7493명이 면세점을 이용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 명당 40만 원을 지출할 것으로 계산해 총 매출액은 약 383억 원이다.

그런데 계산이 맞지 않는다. 고객 수 28만 7493명에 1인당 지출액 40만 원을 곱한 총 매출액은 약 1150억 원이다. 용역보고서의 383억 원과 767억 원이나 차이 난다. 총 매출액이 383억 원이려면, 고객 수는 9만 5775명이어야 한다. 이는 예상 출국자 104만 명의 9.2%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시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용역 보고서에 나와 있는 수치를 계산까지 해보진 않았다. 뭐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아울러 인천도시공사 관광사업처는 관세청으로부터 송도 시내에 면세점(3172㎡)을 허가받고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면세점에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해 스스로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설립심의위원회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어 공사 설립을 가결했다. 남은 절차는 조례안 시 의회 통과다.

신규철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사무처장은 "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보고서 검증 심의위원이 설립 심의위원을 겸하고, 유정복 인천시장 고교 동문이 공사 설립 추진위원과 설립 심의위원을 겸하고 있는 짬짜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추진 절차도 문제지만, 용역 보고서 자체가 엉터리다. 시와 시의회가 공사 설립을 강행하면, 시민 사회 또한 비판에만 머물진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관광공사, #인천시, #유정복, #인천항면세점,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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