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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가 매각을 추진하며 1000억원이 넘은 차익을 얻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론스타가 매각을 추진하며 1000억원이 넘은 차익을 얻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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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와 5조 원짜리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벌이고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7일 한국 법원에서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론스타의 조세회피 목적 등을 볼 때 법인세 부과 자체는 정당하다는 판단이어서 론스타에게는 다소 씁쓸한 소식이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행정 5부(부장판사 성백현)는 론스타펀드Ⅲ의 3개 구성 펀드 중 2곳인 론스타펀드Ⅲ(U.S.)엘피, 론스타펀드Ⅲ(버뮤다)엘피가 역삼세무서가 빌딩매각대금에 부과한 법인세 1045억 원가량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원고 쪽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역삼세무서의 법인세 부과 자체는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여기에 붙은 가산세 약 393억 원은 납세고지서에 그 종류와 산출근거가 쓰여 있지 않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시작은 역삼동의 한 빌딩이었다. 벨기에법인 '스타홀딩스 에스에이(아래 SH)'를 세워 한국 투자사업을 진행하던 론스타는 2004년 12월 28일 자신들이 소유한 역삼동 스타타워빌딩(현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주식을 매각, 2450억 원대 양도차익을 얻었다.

당시 론스타는 SH가 벨기에법인이라 한국과 벨기에 간 조세조약에 따라 비과세·면세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역삼세무서는 SH가 조세회피를 위한 '유령회사'일 뿐이라며 빌딩 매각으로 실제 이득을 본 론스타가 양도소득세 약 1000억 원을 내야한다고 고지했다. 이후 론스타가 제기한 양도소득세 부과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론스타의 경우 외국법인이라 소득세 부과대상이 아니라며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2년 이 판결이 확정되자 역삼세무서는 론스타에 2004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을 내렸다. 규모는 양도소득세와 비슷한 1045억 원 가량. 론스타는 다시 과세 처분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법인세 부과는 정당' 판단 그대로... ISD도 진행 중

그런데 2013년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최주영 부장판사)는 역삼세무서의 법인세 부과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SH는 유령회사이므로 스타빌딩 매각으로 실제 이득을 본 것은 론스타라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또 론스타펀드Ⅲ(U.S.)엘피가 미국소재이긴 하지만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한국이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고, 론스타가 법인세 신고를 제때 하지 못할 만한 사정이 없기 때문에 가산세 부과 역시 정당하다고 봤다.

27일 항소심 재판부의 결론은 1심과 큰 틀에선 비슷했지만, 가산세 부과가 정당하느냐에서 갈렸다. 납세고지서가 문제였다.

재판부는 하나의 납세고지서로 본세와 가산세를 부과할 때에는 각각의 세액과 산출근거 등을 구분해 기재해야 하고, 가산세도 종류별로 액수 등을 따로 쓰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하지만 론스타가 받은 법인세 납세고지서에는 가산세의 종류와 산출근거가 빠져 있었다. 재판부는 이 점을 바탕으로 가산세 약 393억 원 부과는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이 사건은 현재 미국 워싱턴 D.C 소재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진행 중인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ISD 소송과도 얽혀있다(관련 기사 : 5조 원 혈세 걸린 재판... "정부 밀실주의 일관").

론스타는 2012년 ICSID에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늦게 승인하고, 스타타워빌딩 매각 등에 부당한 세금을 매겨 손해를 봤다며 약 5조 원대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ISD를 신청했다. 론스타와 역삼세무서간 소송에서 '법인세 부과 자체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확정된다면 정부로선 유용한 카드 한 장을 손에 넣는 셈이다.

현재까지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ISD는 1차 심리가 끝난 정도다. ICSID는 6월 29일 2차 기일을 열어 10일 간 심리를 진행한다.


태그:#론스타, #I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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